최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할매니얼’이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할머니를 뜻하는 사투리 ‘할매’와 밀레니얼이 합쳐진 신조어로 젊은 세대들이 과거 할머니 시대의 음식, 패션 등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경험과 취향 소재로 활용하는 뉴트로 감성을 포괄적으로 의미하고 있는데요. 뉴트로 콘셉트의 인기와 그래니룩의 유행과 함께 나타난 할매니얼 트렌드는 최근 일명 '할매 입맛’으로 대표되는 전통 과자와 다과류를 재해석한 제품들의 인기로 정점을 찍는 분위인데요. 오늘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할매니얼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공간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겨진 듯한 공간, 북촌 생과방 약과 쇼룸
할매니얼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대세 아이템은 단연 약과입니다. 약과로 새로운 레시피를 창조한다는 ‘약과 튜닝’, 약과 소비가 크게 늘면서 약과 구하는 것이 콘서트 티케팅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의미로 ‘약켓팅’이라는 용어도 등장하였는데요. 소비자 욕구를 발빠르게 캐치하여 프리미엄 약과를 만들고 브랜드를 알리는 쇼룸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생과방 (Saint Gout de Pain)’인데요.인데요.
프리미엄 수제 약과를 만드는 생과방에서는 방문 예약 판매와 더불어 제품을 소개하는 쇼룸을 북촌에서 운영 중입니다. 쇼룸은 북촌한옥마을 가회동길을 따라 걷다 마주치는 주택과 주택 사이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별다른 간판도 안내 사인도 없어 아는 사람들만 찾아갈 수 있어 방문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입니다.
약과 계의 에르메스라는 별칭처럼 수제 약과를 1:1 프라이빗한 응대로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는 생과방은 8가지 맛으로 만든 약과를 8구·12구·16구 세트로만 판매 중이고 단품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쇼룸 공간은 한 번에 한 팀만 입장할 수 있고 사전 주문 예약이나 현장에서 대기를 등록해야 합니다.
좁은 입구를 지나면 작은 공간이지만 멋스러운 한옥의 아름다움을 살린 공간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아담한 중정을 지나, 작지만 세심한 약과 모형이 있는 출입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면 생과방에서 제공하는 약과와 제조 과정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쇼룸 공간 중간에서는 약과를 만드는 영상이 흘러나와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조선시대 왕실의 별식을 만들던 전각인 생과방에서 차용한 브랜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청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 수제 약과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생과방 북촌 공간은 주문서에 찍는 도장부터 보자기를 둘러싼 느낌이 드는 패키지까지 전통 요소를 하나하나 녹여 구매과정 또한 잊지 못할 브랜드 경험으로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2. 팥으로 만든 다양한 전통 디저트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 카페 적당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약과를 손꼽긴 합니다만, 팥, 쑥, 흑임자 등 전통적인 재료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해석해 새로운 맛과 신선한 비주얼로 재탄생한 디저트들 또한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세대를 취향 저격하고 있습니다. 팥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들을 소개하고 있는 을지로에 위치한 ‘적당(jeokdang)’도 그런 곳 중 하나인데요. 대표 메뉴 ‘팥 라떼’를 비롯해 양갱과 팥빙수, 모나카, 백설기 앙버터 등 국내산 적두로 직접 만든 다양한 수제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나 한국적인 요소를 활용한 인테리어 및 전통을 모티브로 한 식기를 활용한 음식 플레이팅 등도 멋진 곳으로 SNS상에서도 꼭 한번 가봐야 할 추천 디저트 카페로 손꼽히고 있는 곳이죠.
책들이 가득 찬 외관의 아치형 입구를 지나면 대나무가 심어진 통창과 석재로 만든 바 테이블 등 고즈넉한 정원 같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원목 가구들과 벽면을 채운 도자기 제품들로 간결하면서도 동양적인 미가 느껴지는 공간인데요. 특히 수전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쇼케이스를 장식한 작품 같은 양갱 디스플레이가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팥라떼 및 팥티 등 팥을 베이스로 음료뿐만 아니라, 밀크티, 흑당,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오렌지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호기심을 일으키는 양갱, 백설기를 활용한 백설기 앙버터, 모나카 등 전통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붉을 ‘적(赤)’ 엿 ‘당(糖)’이라는 뜻의 카페 적당은 지금도 계속 팥을 재료로 한 다양한 신메뉴들을 지속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양갱의 매력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가볼 만한 추천 공간입니다.
3. 도심 속 시골을 모티브로 프랜차이즈에 성공, 읍천리382
할매니얼 감성을 공간 브랜딩으로 접목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시골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을 표방했다는 도심 속 시골 읍천리382인데요. 대구에서 처음 시작해 단기간에 전국 150여 개로 확대될 만큼 급 성장한 프랜차이즈입니다. 각 지점마다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해 시골 할머니 집을 방문한 것 같은 레트로풍의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각 지점의 공간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도 읍천리382의 쏠쏠한 재미 요소인데요.
최근 오픈한 압구정 직영점만 하더라도 경운기와 초록색 이장님 모자 등 농촌 감성을 활용한 공간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제공하는 메뉴 또한 미숫가루, 딸기밭라떼, 약과스무디 등 할매니얼 취향에 대중성을 높인 메뉴들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데요. 농가나 시골 협회 등 다양한 협업을 도모한 상생 프로젝트로 농가 살리기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도 브랜드 인기와 확산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됩니다.
l 과거에 대한 존중과 전통을 발전시키려는 태도가 바탕이 된 ‘할매니얼’
할매니얼의 감성은 자칫 역사 속 문화로만 또는 이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제사 같은 전통 의식 속에서 접하던 디저트들을 젊은 감각에 맞춰 재탄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특히 다양한 데이터 분석 기관의 조사에서도 최근 전통 시장을 찾는 젊은 세대가 크게 늘었다고 하죠. 시장, 농촌, 그래니룩 등이 힙한 아이템이 되는데 할매니얼 트렌드의 인기가 한몫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약간은 가벼워 보이는 용어와는 달리,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인기가 한때의 트렌드로만 끝나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혜린의 공간 이야기 20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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