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7-08 : 대중 vs. 매니아 - 자본, 신화화된 담론에서 비껴선 매니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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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재/효성카톨릭대 노문학과 교수

n세대, 그들은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현재 n세대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청소년 계층은 처음부터 소비의 주축은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역할을 달리해 가면서 현재와 같은 소비의 주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n세대라고는 하지만 이들 계층에도 시대를 주도하는 매니아 계층과, 이와 다른 성향의 계층이 동시에 존재한다. 1999년을 거쳐 2000년으로의 이행은 단순한 세기말과 새로운 세기에 시작이라는 시간적 의미를 뛰어 넘어, 후세의 역사가들이 현시점을 이야기할 때 ‘혁명의 발아기’, ‘단절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리만큼 최근의 변화 양상은 네트워크와 디지털의 원리가 결합되어 변화의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n세대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 및 이들 내에서의 매니아계층을 파악하는 방법에서도 종래와는 다르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청소년 역할의 변화

가정 내에서 청소년의 역할은 어떤 변화를 그려왔는가? 19세기 이전 가정 내 자녀들의 역할은 성인 남녀와 마찬가지로 생산의 주역, 노동자의 역할이었다. 물론 이들을 고용하는 산업이 별도로 존재했던 것도 아니며, 농사나 공장에서 경제적인 주체로서 기여하지는 못했으나 갖은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근로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들의 노동을 불법화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변화는 바로 역할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역할이 근로자에서 소비자로 전환되고, 근로자로서 보다는 소비자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는역할을 담당하게되었다1)(그림 1참조).


청소년 계층이 소비자 계층의 중심 위치를 담당하기까지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핵가족화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소비자로서의 주부를 생산 주체로 변화시켰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과거 가정 소비의 중심이었던 주부가 생산의 주체로 이동함에 따라 가정 내 소비 부문에는 일종의 공백이 생겨나게 되었다. 20세기를 기점으로 소비 역할만을 담당하였던 자녀(청소년)들이 이러한 공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비의 중심을 담당하게 되었다. 또한 핵가족화를 통한 가족 내 역학의 변화도 그 한 요인이다. 과거와는 달리 1명, 또는 2명의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에서 자녀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섭력을 더 갖게 되었으며, 1인당 배정되는 가구 내 소득도 더 많아지게 되면서 소비의 중심으로 부각되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경우 주도적인 세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들이 과거의 소비 주체와 다른 점은 새롭게 부각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리 일반적인 세분화 변수에 더하여 정보통신과 관련된 분야도 고려해야 만한다

세분화 변수

주도적인 세력의 파악은 세분화를 전제로 하며, 새로운 가치로 무장하고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설명하기 위한 새롭고 적절한 세분화 변수가 필요하다.

소비자를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인식하던 50년대의 대량생산 시기에는 연령이나 성별 등을 중심으로 한 인구통계적(demographics)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소비자 욕구가 다양해 졌으며, 기존의 인구통계적 방법에 한계가 노출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70년대를 기점으로 심리통계적(psycho-graphics)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활용한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VALSⅠ, Ⅱ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를 위해 다양하고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에도 이어져, 기술이라는 키워드로 고객을 세분화하려는 기술통계적(technographics)접근이 새로이 시도되고 있다. 테크노그래픽스는 IT(Information Technology)관련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Forrester 연구소가 개발한 방법으로, 특정의 기술관련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동기,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기본적인 태도, 소득수준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본적인 세분화 변수로 보고있다2)(그림 2참조).


본고에서는 태도와 소득, 동기라는 세 가지 축 중에서 IT와 관련된 기본적인 태도만을 중심으로 테크노그래픽스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엘지애드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1999년의 CPR(Consumer Profile Research)조사데이터에서 13세에서 25세 학생 793명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IT 관련 18개 문항에 대한 요인분석을 실시하여 <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5개의 요인을 추출하였다. 추출된 5개 요인에 대한 계층별 차이분석 결과 정보화와 관련하여 연령대가 높아감에 따라 각 항목들은 일정한 패턴을 보여주며, 계층간의 차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네트워크를 선호하는 경향도 중, 고, 대로 연령대가 높아감에 따라 선호경향이 증가하는 수치를 보여주었으며, 정보화를 위한 노력도 중, 고, 대 순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하이테크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 항목 역시 연령대의 증가에 따라 거부하는 정도가 증가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연령대의 증가에 따라 정보 통신과 접촉의 기회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반작용의 결과로 해석하여야할것이다.


<표2>는 라이프스타일 항목과 IT항목에 있어 계층별(중·고·대학생)차이분석을 실시한 결과이다. IT항목의 경우 추출된 5개 요인 중 4개 요인에서 계층별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 다른 라이프 스타일 요인과 비교하여 세분화 변수로서 유용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라이프 스타일 항목의 경우 이미 그 유용성이 검증되어 계속 사용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IT항목의 새로운 세분화 변수로서의 가능성은 크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정보통신 관련 군집의 추출

정보통신과 관련한 19개 변수의 요인분석 결과를 이용하여 군집분석을 실시한 결과 <그림 3>과 같은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표 3>과 같이 5개의 군집을 확정하였다. 5개 집단의 성격을 다시 구분해 보면 인터넷이나 정보화를 지지하는 계층은 전체의 30.1%이며, 별다른 생각 없이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계층은 19.0%, 그리고 부정적인 성향을 보이는 계층이 50.8%로 나타났다. 인터넷매니아집단의 경우 전체의 11.7%로서 여자(9.1%)보다는 남자(14.1%)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며, 연령대의 증가에 따라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여자의 경우 정보화 노력 및 지지 계층이 남자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 여성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또 하이테크에 대한 거부감이 연령대가 높아감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는데, 이는 하이테크를 강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별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무념무상의 집단은 연령대의 증가에 따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연령대가 높아감에 따라 정보화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거부하는 쪽으로 구분된다고 볼 수있다.


세대를 대표하는 특성이라고 하여 그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전부를 구성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 n세대라고 하기에는 정보화 관련 긍정적인 집단의 구성이 아직까지는 취약하다고 판단된다. 정보화나 인터넷의 경우 소비자 개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고속통신망을 비롯한 인프라와 개인, 또는 가구의 PC보유와 관계가 있는 만큼 향후 이러한 수치는 급속한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가지 특징적으로 지적되는 점은 하이테크를 거부하거나 정보화를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계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에 새로운 변화에 동조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사회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시기에 변화에 동참하는 계층과 변화를 거부하는 계층이 동시에 존재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계층과 변화를 거부하는 계층간의 갈등이 존재하게 되고, 갈등의 해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될수도 있다는것이다.3)

다양성과 속도에의 이해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보는 시각의 변화를 요구한다. 욕구의 다양화가 새로운 세분화 변수로서 심리통계적 변수를 필요로 하였듯이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의 변화 또한 이에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요구한다. 본고에서 확인한 점은 새로운 기준의 일부만을 적용하여 그 유용성을 판단해 본 것이다. 변화는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다양성과 속도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변화 속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정보화 사회는 어떻고, 소비자는 이렇다고 이야기한다. 모두 나름대로 의미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혹시 우리는 각자가 코끼리를 보는데 한사람은 다리를 잡고 있고, 어떤 이는 꼬리를, 또 누구는 상아를, 코를 잡고 각자 자기가 잡고 있는 것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것이다.


에필로그

우리는 과거의 산업사회의 논리에 따라 시장세분화를 위한 새로운 변수의 추출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변화된 새로운 상황에는 적용될 수 없는 패러다임일런지도 모른다. 그러한 우려의 가능성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을 하나의 큰 시장으로 보거나 나누어 몇 개의 동질적인 시장으로 보는 것은 개인 단위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과도하게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이었지만,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의 발달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1:1마케팅이 추가 비용 지출 없이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초이스 보드(choice board)를 통해 개인적으로 필요한 제품의 사양을 결정하고 결정된 사양을 소비자에게 배달하고, 기업은 축적된 DB를 통해 다음의 매출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여 개별적으로 접근하고......4)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며, 현재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1:1마케팅 상황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세분화와 포지셔닝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화를 주도하는 계층은 누구이며, 이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를 알고 있다면, 변화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할수 있다는 점일것이다.

[주]

1) Richard H. Robbins, Global Problems and the Culture of Capitalism(Needham Heights, MA : Allyn & Bacon, 1999.), pp.56-57.

2) 최우열. “기술통계학,” LG주간경제, vol.526(1999. 7. 7) : 37. | http://www.forrester.com/ER/Marketing/0, 1503, 84, FF.html.

3) http://hwagok-gii.ed.seoul.kr/subject/사회과/경제/첫페이지/pages/용어해설2.html. | http://mellennium.joongang. co.kr/millnews/time21_06.html.

4) Adrian Slywotzky, Clayton Christensen, Richard Tedlow, Nicholas Carr, “The Future of Commerce,” Harvard Business Review, (JanFeb 2000), pp.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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