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 냉전의 기억, 광고의 기억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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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냉전(Cold War)의 기억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7년부터 1991년까지 40여 년간 미합중국과 소비에트연방(소련), 두 의 초강대국이 대립합니다. 서로 확실한 적대국들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두 나라 간의 직접적인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가리켜 차가운 전쟁 - 냉전(Cold War)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6.25전쟁을 시작으로 베트남 전쟁,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란-이라크 전쟁 등 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전쟁이 미국과 소련을 대리하여 벌어졌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냉전시대 동안 사람들은 항상 핵전쟁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MAD전략(상호확증파괴전략 : 네가 쏘면 나도 쏜다. 고로 우리 모두 죽는다)에 기초하여 소련과 미국은 경쟁적으로 핵미사일을 찍어냈습니다, 핵무기 경쟁은 레이건 시절인 1980년대에 절정에 달해, 소련은 45,000발 정도의 핵탄두를, 미국은 25,000발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공포에 의한 평화' 아래에서 모든 인류의 운명은 아포칼립스(Apocalypse) - 세상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종말의 시대에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팅은  “I hope the Russians love their children too”라며 어리석은 핵무기 경쟁을 멈춰줄 것을 호소합니다.

 

▲Sting - Russians(1985) / 출처 : Sting 공식 유튜브

 이러한 냉전시대의 위태로운 대치 상황에서 미국은 전 세계 바다를 지배하기 위해 대규모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하였고 이 항모전단의 함대 방공 요격기로 설계되어 활약했던 미 해군 F-14A 톰캣(Tomcat) 전투기 파일럿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탑건(1986년)입니다.

(1979 F-14A 79대가 친미 팔레비 왕가에 넘겨지자마자 이란에서 반미 이슬람 혁명이 일어납니다. 혁명 직후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1980~88)에서 이란 혁명군 수중에 들어간 F-14A 알리캣(Allycat: 이란 공군 톰캣의 애칭)은 전쟁 기간 동안 총 160대의 이라크 전투기들을 격추시킵니다. 구체적으로 33대의 프랑스제 미라주 F1 전투기, 58대의 MiG-23(소련), 23대의 MiG-21, 9대의 MiG-25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반해 F-14A 알리캣의 공식적인 격추 및 추락 기록은 단 3대였습니다.)

 

▲ Top Gun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 핫트랙스

▲ Top Gun • Take My Breath Away • Berlin(1986) / 출처 : HD Film Tributes 유튜브

 

 인류 전체를 핵전쟁의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냉전이라는 역사의 흐름은 말실수 하나로 어이없이 바뀌어 버립니다. 1989 11 9일 동베를린 총서기 귄터 샤보프스키가 "언제부터 국경 개방이 시행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별생각 없이 지연 없이 즉시(Sofort, unverzüglich.)라고 대답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것입니다. 언론들은 바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라는 긴급 속보를 전 세계에 타전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들어 장벽을 무너뜨렸고 다음 날인 11 10일 빌리브란트 독일 총리는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은 이제 함께 자라날 것이다. (Jetzt wächst zusammen was zusammengehört.)"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습니다.

(사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한국에 있었습니다.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와의 면담 도중, 독일의 통일이 언제쯤 이뤄질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머나먼 훗날이라고 대답했더니 바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부랴부랴 독일로 돌아갔다는 웃지 못 할 일화가 있습니다.)

 

▲ 베를린 장벽 붕괴(National Geographic) /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냉전의 끝 - 1990 1 31일 맥도날드모스크바를 점령하다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 후 맥도날드가 모스크바에 무혈입성합니다.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실패했던 러시아 정복을 역사상 처음으로 빅맥이 해냅니다. 빅맥의 소련 입성은 냉전의 종결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으로서 당시 소련 인민들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에게도 엄청난 쇼크로 다가왔던 사건입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1990 1 31일 맥도날드가 모스크바 푸쉬킨 광장에 첫 매장을 오픈했을 때, 38,000명의 소련 인민들이 빅맥 - 자본주의의 맛을 보기 위해 밤을 새서 줄을 섰다고 합니다. 맥도날드는 냉전 종식의 상징으로 역사 속에 기억되게 되었고 바로 다음 해인 1991년 소비에트연방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 맥도날드 모스크바 1호점 OPEN / 출처 : NPR, 주간조선

 이 사진의 광고효과를 매체비로 환산하면 얼마일까요?   

Chapter2. 광고의 기억

 맥도날드처럼 우리가 광고하는 브랜드들이 역사를 바꾼 극적인 한 장면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행운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이러한 행운은 0.000012% 미만 확률의 로또 맞은 브랜드에게만 허락될 것입니다. 그래서 빅맥과 같이 기억의 로또에 당첨되지 못한 광고마케터들은 자신이 광고하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기억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야만 했습니다. 먼저 기억시켜서 대표가 되라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의 선도자의 법칙이라든가, 시작과 끝을 강하게 하라는 초기 효과(primacy effect), 최근 효과(recency effect), 그리고 일관된 메시지의 전달을 강조하는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소비자 기억 속에 한 단어를 심어라 등등... 여기서는 이러한 교과서적인 상식보다는 제작된 광고가 소비자에게 잘 기억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실무적으로 리뷰해 보실 수 있도록 5가지 정도의 광고기억방법을 사례와 함께 간추려 보았습니다.

 

유지 리허설(maintenance rehearsal)

 소비자에게 노출된 광고가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이전되기 위해서는 리허설(시연) 과정이 필요합니다. ‘reach +3’라던가문턱 효과(threshold effect)’등이 이와 연관되어 있겠습니다. 유지 리허설은 한마디로 반복을 통해 무조건 기억시키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직면했던 인생 최초이자 최대 위기인 구구단 암기가 바로 유지 리허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는 그 후 조선시대 킹네임인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광인효현 숙경영 정순헌철 고~을 외워야했고, 더 나아가이 몸이 죽고죽어 / 일백번 고쳐죽어 / 백골이 진토되어 / 넋이라도 있고없고 /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 가실줄이 있으랴를 기꺼이 즐겨 암송해야만 했습니다.

만약 무조건적인 암기였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구구단 암기를 사법연수원 수석졸업생 우영우가 아닌 우리들이 지금도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운율(韻律)을 이용한 반복의 덕분이었고 스물일곱 조선 임금님들의 묘호(廟號)를 단기기억에서 한 번에 처리될 수 있는 정보의 양인 7±2(5~9) 청크(chunk)의 기억단위로 묶어서 기억했기 때문입니다. 시조 역시 3 4 3 4 / 3 4 3 4 / 3 5 4 3 7±2의 청크(chunk)로 연결된 칠언절구(七言絕句) 형식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 유지리허설의 대표적인 광고캠페인이 바로 사랑해요 LG'입니다.

 

 

▲ 사랑해요 LG CF - 김희애 편 (1995) / 출처 : logneun 유튜브

 

정교화 리허설(elaborative rehearsal)

 정교화 리허설(수식 시연)은 새로 유입되는 정보를 장기기억에 저장된 기존  정보와 연결하여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삼국시대 한강유역을 서로 빼앗고 빡세게 싸운 나라들의 순서가백제-고구려-백제-신라일 때뺏고빡신백고백신으로 외운다거나, ‘훈고학()-성리학()-양명학()-고증학()’의 유학의 변천사를 암기할 때 이미 기억되어 있는 한나라의과 새로 기억해야 할 훈고학의등을 연결하여훈고학-송리학-양명학-고층학등으로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정교화 리허설은 아예 브랜드명을 지을 때부터 미리 정교화 리허설로 광고할 것을 고려하여 명명하는 제약사에서 많이 이용하시는 방법입니다. 이가탄탄 이가탄’ ‘캐내세요 캐토톱 등이 있으며 광고회사 사람들이 Ad Brief상의 광고 콘셉트를 잡을 때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명인제약 이가탄 - 송해 뛰뛰빵빵편(2011)  / 출처 : 大鳥智博 유튜브

 

이중부호화 이론(dual-coding theory)

 YouTube '기억법을 검색해 보면 여러 가지 기억술에 대한 방법들이 나옵니다. 대체로 자신의 머릿속에 가상공간을 설정하여 이미지를 이용하여 기억하는 방법들인데 이처럼 연상, 이미지 등을 이용하여 정보를 구조화하여 시연을 돕는 방식을부호화(coding)'라고 합니다. 광고에서는 브랜드명과 관련된 이미지를 제시하여 소비자들이 부호화하는 것을 도움으로써 쉽게 기억되도록 하는 기법이 널리 사용됩니다.

언어적 정보와 함께 그림이나 사진들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관련 이미지를 이끌어 되면 광고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한 가지의 코드만을 제시하는 것보다 서로 연관성이 높은 두 가지 코드를 동시에 보여주면 더 잘 기억된다는 것이 바로 이중부호화 이론이며 배달의민족 런칭 광고가 시각 코드와 어의 코드를 동시에 사용하여 소비자의 기억에배달의민족을 각인시킨 사례입니다.

고구려 기마 무사의 복장을 한 모델이 일명 철가방을 들고 말을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내레이션 하에 한민족을 일컫는배달의 민족과 동음이의어인 상품배달의배달과 연결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연상할 수 있도록 배달가방인 철가방과 고구려 무사의 말 타는 이미지로 배달의 민족을 연결함으로써배달의민족이라는 브랜드명과배달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이중부호화하여 기억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 배달의민족 티징광고 -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2014) / 출처 : 배달의 민족 유튜브

 

 

언어 형태를 통한 주의 끌기. 

 언어 형태로 소비자의 주의를 끌어 광고를 기억시키는 방식으로는 델몬트의따봉’(1989)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타깝게도 따봉은 어의적 정보가 브랜드 정보와 연관되지 못하여 광고의 성공이 브랜드 매출과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 따봉이라는 어의적 정보는 매우 잘 기억되었으나, 델몬트라는 브랜드와의 부호화(이미지 연상)에 실패한 사례입니다. SSG.com 광고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고 확실한 단어를 사용해야 주의를 끄는데 유리하다는 교과서적인 상식을 버리고쓱어라는 재미있는 언어 형태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기억이 오래간다는 자이가르니크 효과를 활용한 불완전한 어의적 정보제공을 통해 SSG() 브랜드를 확실히 인식시켰습니다. 식석갓세(신선한데)!

 

 

▲[SSG.COM]  쓱=SSG, 신세계적 쇼핑포털 SSG.COM(2015) / 출처 : SSG닷컴 유튜브

 

마케팅 자극(신기함. 색상. 청각, 광고모델...)

 소비자의 주의와 관심을 끄는 마케팅 자극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는 이러한 마케팅 자극을 다양하게 종합적으로 활용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사례입니다. 먼저 소비자의 단기기억으로 입력되기 쉬운 청각 코드(이날치의 범내려온다)로 자극을 시작하여 바로 신기하고 색다른 색상의 의상과 광고모델 앱비규어스의 독특한 춤사위로 소비자의 장기기억으로 연결되는 시각적 코드와 연계시켰습니다. 이 과정을 광고회사답게 초반 15초 만에 끝내버리고 이후 1 21초 동안에는 소비자 기억의 유지 리허설을 위해 계속 반복시켜 완전히 중독시켜버립니다.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2020) / 출처 :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유정이 엄마  

 소비자에게 기억되고 싶으시다면 ‘유정이 엄마’를 기억하세요. 지리허설, 교화리허설, 중부호화이론, 어형태, 케팅자극.

 

 

Epilogue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맥도날드가 입점해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황금 아치 이론(Golden Arches Theory)을 주장하였습니다. 半人半馬 켄타우루스(Centaurus)까지 거대한 코로나세력에 합세한 2022년 현재, 냉전시대에 최신예 F-14A 톰캣을 조종하여 미그(MiG)기들과 Dogfight를 벌이던 탑건 매버릭(Maverick) 대위는 36년 만에 대령이 되어 돌아와 다 낡아빠진 이란군 F-14A 알리캣을 탈취하여 5세대 스텔스기들과 다시 싸움을 시작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고, 맥도날드는 2022 5월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하였습니다. 빅맥의 기억이 사라지고, 냉전의 기억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탑건은 돌아왔고, 빅맥은 사라졌다.

   ▲사라진 황금아치 - 맥도날드 모스크바 1호점 CLOSED / 출처 : NPR, imedia.ru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