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morphic 3D Art
아나몰픽 3D 아트 또는 아나몰픽 일루젼(anamorphic illusions) 아트라 불리는 이 분야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길바닥 아트라고 불리는 아래의 사진을 보신다면 바로 무엇인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아나몰픽 3D 아트의 특징은 이와 같이 착시현상을 활용하여 입체감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착시효과를 접하게 되면,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이 색다른 ‘독특하고 신기한 것’을 발견하여 시선을 멈추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아나몰픽 3D 아트가 가진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속임수의 힘입니다. 수많은 매체의 난립 속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호기심과 관심을 받는 것은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무기죠. 당연히 광고회사에서 이런 매력적인 무기를 가만히 두었을 리 없습니다!
그리고 2D의 평면 캠버스와 화면을 넘어 실제 3D 공간인 라운드형 LED 전광판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눈속임 효과는 더욱더 커지게 됩니다.
라운드형 LED 전광판 제작
북극곰 아나몰픽 3D 영상은 HS애드 앰비언트 솔루션팀에서 수행한 1년여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인 디지틀조선 신규 LED 전광판 제작 프로젝트의 한 부분으로 기획됐습니다. 앰비언트 솔루션팀에서는 기존의 평면 전광판을 리뉴얼하여 라운드형 LED 전광판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했고, 완공된 LED 전광판을 옥외 광고 매체로 판매하여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평면 전광판을 리뉴얼하여 라운드형 LED 전광판으로 제작하면 평면 부분과 곡선 부분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화면 통합, 분할이 자유로우므로 형태는 물론 운용 면에서도 기존 전광판과는 다른, 여러모로 특이성 있는 광고 표출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는 메인 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경기를 중계하면서, 서브 스크린에서는 광고를 송출하는 형태로 운용할 수 있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운드형 LED 전광판이라는 광고매체의 홍보와 그 효과를 극대화하여 보여주기 위한 아나몰픽 3D 미디어 아트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광고 콘셉트환경이슈 그리고 북극곰
북극곰은 2,100년에 멸종된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구온난화는 과장되었으며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내가 경험한 바로는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된 대한민국의 봄날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투명했으며, China라는 거대한 공장이 멈춘 하늘은 황사는커녕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아시는 바와 같이 이러한 환경이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북극곰이 아니라 북극곰이라는 객체에 투영된 우리들 자신의 운명입니다. 공정계획표에 의하면 LED 전광판 설치공사는 4월 15일에 끝나고 북극곰 영상은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온에어 하는 것으로 계획되고 진행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약 6~7주간의 영상 작업시간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나몰픽 Art를 위한 끌로 파는 작업들
1) 공간 모델링: 콘텐츠의 공간 설계와 구성. 이는 전광판 사이즈와 관객의 뷰포인트에 따라 상당한 효과 차이,변화가 수반되므로 설정된 뷰포인트에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공간 모델링이 중요합니다.
2) 북극곰 모델링: 북극곰의 모델링과 리깅 작업.특히 북극곰의 털 표현을 위해 약 50개씩 단위화 된 털을 총300만 개 이상 붙이는 작업을 하였고, 털의 마른 상태와 젖은 상태를 표현했습니다.
3) 애니메이션 : 북극곰의 움직임과 동선을 설정, 더욱 세밀한 북극곰의 모션을 표현하기 위하여 키프레임 애니메이션과 시뮬레이션을 복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부분도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하여 작업 중간에 리깅을 수정하는 작업이 수차례 진행되었습니다.
4) 시뮬레이션 : 북극곰의 움직임과 동선에 맞추어 물의 움직임도 구현합니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개체의 물리적 움직임이 X-Y-Z 좌표축에 따라 다음 움직임이 어느 쪽으로 구현될 것인지를 물리법칙에 따라 예측하고 계산하며, 그에 따른 표현 값을 기록하는 과정을 Baking이라 합니다. 본 작업은 개체의 수와 움직임이 많을수록, 또한 Liquid, Smoke 등의 유체의 움직임이 많아질수록 컴퓨터가 처리해야 하는 연산이 많아지므로 작업시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5) View Point : 콘텐츠를 바라보는 뷰포인트 등 관객의 시점이 바뀌면 카메라를 이동시키고 그에 맞는 렌즈 세팅을 해야 합니다. 최초 멀리서 볼 때 렌즈 값을 538mm, 이후 뷰포인트 변경에 따라 렌즈 값을 235mm로 바꾸었으며, 거리와 시야각이 바뀜에 따라 콘텐츠의 투영면이 바뀌고, 바뀐 투영면에 콘텐츠가 올바르게 투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공간과 애니메이션 동선 등 모든 요소들의 변경이 필요하게 됩니다. 본 작업에서는 이를 위해 수십 번의 애니메이션 및 시뮬레이션 수정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6) Lighting : 북극곰 움직임에 더욱 현실적인 입체감을 주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 조사되는 태양광의 각도와 세기 등을 콘텐츠에 반영하여 현장의 태양빛에 의한 자연광과 일체감을 주기위해 여러 각도로 시뮬레이션하였으며,콘텐츠에는 현장의 맑은 날씨 오후 2시의 태양광을 기준으로 북극곰과 구조물의 음영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7) PBR(Physically Based Rendering) : 물리법칙에 근거하여 빛의 반사, 굴절 등을 계산하여 이미지 또는 영상으로 구현하게 됩니다. PBR 랜더링을 사용하는 경우 관객이 마치 실제 현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현실감을 가장 많이 줄 수 있습니다.
8) 영상작업의 꽃 - 수정 : 이런 모든 작업들은 하나의 Flow로 연결되어 있는 작업입니다. 특히 공간 모델링,애니메이션 및 시뮬레이션 작업은 모든 요소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하나만 수정해도 모든 요소들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예상되는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고 작업들이 이루어져야 했으나, 설치된 전광판도, 전광판이 없으니 당연히 현장 테스트도 없이 진행했던 결과,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재작업 해야 했습니다.
광고가 실패하는 이유 -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할 때
기존의 아나몰픽 3D 영상에서 가장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이끌어 냈던 Fluid(물)와 3B(Beast)를 모두 소재로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전광판 설치 완료 일정에 맞춰 6~7주의 단기간에 현장 테스트도 없이 모니터상에서 만의 시뮬레이션으로 아나몰픽 효과를 내겠다는 무모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Wave처럼 어항 속에 담긴 물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흐르는 거센 물의 흐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해 보겠다는 욕망으로 점철된, 그 막대한 용량으로 인해 1회 작업에만 70시간 이상 소요된 Fluid와 북극곰의 Simulation은 PC 모니터상에서만큼은 꽤나 그럴싸하게 보였습니다. 4월 15일 모두가 기대했던 첫 번째 현장 시사가 있었고 모두가 북극의 얼음이 되어 버렸습니다.
광고가 성공하는 이유 - 버리고 집중할 때
실패는 사람을 꽤 겸손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광고주의 결단으로 온에어 일정은 6월 5일 환경의 날로 재조정되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리뷰 및 대책회의를 통해 물을 버리고 북극곰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하나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또한 전광판의 제한적인 사이즈 및 설치형태, 방향, 뷰포인트로 인하여 현재의 전광판 그 자체로는 아나몰픽 효과와 입체감을 내는데 제약이 있다는 문제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했습니다.
영상제작에 가장 고민이 많았던 3D 콘텐츠 전문기업 힉스의 손원상 대표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전광판의 하단부를 가상의 공간으로 뻗어 나오게 변경함으로써 실제 전광판 앞에 추가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아나몰픽 착시효과가 주는 최고의 ‘속임수’입니다. (맨 아래 사진의 북극곰이 서있는 부분과 윗부분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이용하여 상부의 태양조명에 따른 음영 효과, 전광판 하단부에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으며, 북극곰의 모션을 실제 전광판의 바깥쪽 가상공간으로 빼낼 수 있게 하여 입체감과 아나몰픽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5월 31일 최종 시사가 있었지만, 영상에 대한 평가는 더 이상 광고주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시민들이 길을 멈췄습니다. 거대한 화면 속 얼음이 깨져 물과 함께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북극곰의 모습에 소리를 지르며 휴대폰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아나몰픽에 ‘속고’ 있었습니다.
광고의 성과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환경이슈를 콘셉트로 했던 북극곰 아나몰픽 영상은 수십 건의 뉴스와 신문기사에 릴리즈 되었습니다. 그리고 YouTube를 통해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이 계속하여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성과는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우연히 시청 앞을 지나다가 북극곰 영상을 촬영하여 학교에서 환경교육 영상으로 보여주셨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만든 광고 화면이 갑자기 수업시간에 나오자, 순간 얼음이 되었다는 딸아이의 이야기에 한바탕 웃고 지나갔는데 내가 만든 광고 영상이 우리 아이의 교육현장에서 바로 활용이 된다는 점은 개인적인 자부심과 동시에 공적인 책임감도 느끼게 해 줬습니다.
" 북극곰을 지켜주세요.
아니,
바로 우리들 자신을 지켜주세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정하면서 북극성(polaris)이 작은 곰자리(Ursa Minor)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곰을 의미하는 Arctic이 북극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고, 곰이 없는 남극은 Ant-arctica라고 부르게 되었죠. 우연처럼 Arctic(북극)에는 곰이 있고, Antarctica(남극)에는 곰이 없습니다. 2,100년에 북극곰이 사라지면 북극과 남극은 모두 곰이 없는 Antarctica로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22세기에도 북극이 곰이 있는 Arctic으로 불리고 있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북극곰을 지켜주세요 - 아니, 바로 우리들 자신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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