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옵니다.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던 코로나19는 일 년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지만, 크리스마스도 오고 있고 새로운 희망을 품어도 좋을 2021년도 오고 있습니다. 부디 이 팬데믹 상황이 빨리 끝나 ‘이런 시대도 있었다’며 웃을 수 있는 날들이 오길 기원합니다. 하지만 당장은 모여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축제의 시간들. 축제란 결국 사람이 모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모일 수 없는 연말연시는 그 어느 때보다 적적하게 느껴지죠. 작년과는 판이해진 시기에 많은 브랜드에서 이 시대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내 옆의‘사람.’ 각자의 방법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우정
밖에 나갈 수 없는 락다운 시기. 우리는 어떻게 이웃과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요? 미국의 백화점 체인 Kohl’s는 그 방법을 따뜻하게 그립니다.
나가지 못해 시무룩한 여자아이. 우연히 창밖을 보다 옆집의 할머니를 마주하게 되죠. 비록 창문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순 없지만 아이는 할머니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종이에 글씨를 써서 창문으로 이야기를 나누죠. 좋아하는 컬러도 묻고 이름도 묻습니다. 아이는 아침이면 일어나자마자 창 쪽으로 달려갑니다. 할머니와의 종이 대화가 아이를 설레게 하는데요. 하지만 어느 날부터 할머니는 창가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붙여놓은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 떨어지고 맙니다. 그렇게 쓸쓸한 날들이 지나고, 마침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아침, 거실에 들어서던 아이는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할머니를 발견하죠. 할머니 손목에는 병원에 오래 있었음을 알려주는 병원 밴드가 감겨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돌아온 모습에 아이는 환하게 웃음 짓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소원하던 것을 받았니?”라고 할머니는 묻고 아이는 크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만나길 고대하던 친구를 만난 것입니다.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따뜻한 음악이 감정을 건드립니다. 지금을 매우 따뜻하게 담았기에 뭉클해지죠.
영상은 잔잔하게 서로에 대한 관심과 연결에 대해 말합니다. 예전 Kohl’s의 크리스마스 메시지는 늘 즐겁고 코믹하거나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접근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건, ‘사람 간의 유대’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하트를 품은 존루이스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와 늘 함께 오는 존루이스와 웨이트로즈의 동화. 올해도 따뜻한 이야기를 품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더 많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2분간의 동화는 사랑의 나비 효과를 담았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차례차례 전해지는 거죠. 작지만 그 마음은 절대 멈추지 않고 멀리멀리 퍼져 갑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행복한 존재가 더 늘어나게 되죠. 이야기는 촬영된 영상과 클레이메이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CG로 만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을 담습니다. 이유는 팬데믹으로 힘들어진 다양한 아티스트를 돕기 위한 의도라고 합니다. 영상에 담은 이야기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도 그들은 그들의 메시지인 “Give a little love(작은 사랑을 나누세요)”를 실천한 거죠.
이야기는 우리가 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아주 작은 사랑부터 시작합니다. 나무에 올라간 축구공을 내려주기 위해 우산을 펼쳐 도와주는 소녀부터, 소녀의 도움을 받은 소년이 녹아내리는 눈사람을 살리기 위해 하트 풍선을 만들어주고, 살아난 눈사람은 다시 자신의 눈덩이를 떼어 이웃의 바람 빠진 자동차 바퀴를 하트로 채워줍니다. 도움을 받는 눈사람 부부는 새로운 하트 바퀴를 달고 노부부가 사는 집에 식료품을 갖다주고, 또 그들은 홀로 외롭게 사는 이웃에게 창으로 선물을 전달합니다. 사랑은 계속 옆 사람에게로 혹은 옆의 친구에게로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마다 그림 기법이 달라지고, 하트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들이 베푸는 작은 사랑은 여전하죠. 외로운 친구를 외롭지 않게 하고, 홀로 있는 사람을 홀로 있지 않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경다리가 부러져 황망해 하고 있는 소녀에게 사과에 붙어 있던 하트 모양 스티커를 떼어내 안경에 붙여주는 아저씨. 영상은 다시 아저씨가 붙여준 안경을 쓴 소녀가 소년의 축구공을 우산으로 내려주기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옵니다. 결국 사랑은 돌고 돌아 소녀에게로 전달되고 소녀는 소년의 축구공을 내려주게 된 거죠. 내가 베푼 사랑이 돌고 돌아 결국 베푼 이에게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존루이스와 웨이트로즈는 우리가 나누는 작은 사랑이야말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영국의 백화점 존루이스와 식료품점 웨이트로즈. 그들은 실제로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아를 해결하기 위한 FareShare와 도움이 필요한 부모들을 지원하는 Home-Start 자선단체를 위해 사백만 파운드의 기부금을 모으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기부에 동참하기 위해 다섯 가지 방법으로 함께할 수 있죠. 직접 기부하거나 수익이 100% 기부되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존루이스와 결연한 단체에 기부되는 멤버십 카드를 만들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돕거나 지역 단체를 돕는 일. 존루이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활 속 작은 사랑 스토리를 소셜 채널에 올려달라고 합니다.
콘텐츠만 따뜻한 게 아니라 실제로 따뜻한 세상을 위한 실천이 더해진다면 그 힘은 더 커지겠지요. 존루이스의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는 거의 일 년 동안 계획하고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까지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크리스마스 동화를 만들고 있는 존루이스의 힘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시간들.
모두가 모여야 즐거워지는 연말연시엔 그 외로움은 더 커지겠죠. 포르투갈의 통신사 Nos 또한 지금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얘기합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할아버지 농장에 놀러 온 손녀딸은 깜빡하고 곰 인형을 두고 갑니다. 할아버지는 뒤늦게 곰 인형을 발견하죠. 2020년 내내 손녀딸을 만날 수 없는 할아버지는 마치 손녀딸을 대하듯 곰 인형을 아낍니다. 화상통화로 손녀딸과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누죠. 헛간에 놓아두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아침을 같이 먹기도 하고 말도 태워줍니다. 깨끗하게 목욕도 시켜주고 침대에 눕혀 이불도 따뜻하게 덮어주죠. 손녀는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며 핸드폰 속 곰 인형과 함께 잠이 듭니다.
그리고 찾아온 크리스마스. 할아버지는 손녀딸 대신 일상을 함께했지만 그리워할 손녀딸에게 곰 인형을 포장해서 돌려보내기로 합니다. 하지만 인형을 돌려받은 손녀딸은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외로울까 걱정돼 다시 인형을 할아버지에게 돌려보내죠. 할아버지와 손녀딸이 함께하는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입니다. Nos는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얘기하죠.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들의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은 보는 이를 따뜻하게 합니다. 그리고 리메이크한 “You’re my sunshine” 음악은 그 감정에 더 빠져들게 합니다.
긴장감과 클라이맥스가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해 외로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담담하게 담아냈기에 이야기의 울림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일상도 긴장감과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이렇게 잔잔한 순간들이니까요.
함께할 수 없는 시기에 함께하기 위해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서로를 위해 서로를 멀리해야 하는 시기. 너무 가까이에 서 있는 사람을 경계해야 하고, 만나서 대화하는 걸 자제해야 하고, 함께 밥 먹는 시간을 미뤄야 하는 일. ‘언제 밥 한번 먹자’로 인사를 대신하는 우리에겐 같이 밥 한 끼 맘 편히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낯섭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행히 서로를 만나는 방법을 다양하게 발전시켜가고 있죠. 온택트로 공연을 보고 수업을 듣고 업무를 합니다. 운동도 함께하고 취미도 나눕니다. 하지만 그걸로 우리의 체온을 대신할 순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한 사람’의 힘이 중요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잘해야 모두가 이 시기를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서로를 위해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고, 서로를 위해 아픈 이웃을 비방하지 않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그러니 모두가 모두의 힘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유홍준 시인의 시구처럼 누군가의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 우리 모두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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