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계절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점점 더 두꺼운 옷을 찾게 되는 요즘입니다. 여름과 겨울이라는 극단적인 날씨 변화 사이에서 가을이 주는 느낌은 독특한데요. 가을은 서늘하고 공허한 느낌을 주는 탓에 고독한 계절이자 이별의 계절로도 불립니다. 길거리를 장식한 가로수도 이별을 이야기하듯 낙엽을 떨어내며 쓸쓸한 분위기를 한층 더하고 있죠. 오늘은 바로 이런 쓸쓸한 감성과 어울리는 이별을 소재로 한 광고를 소개합니다.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담다 - Coca-Cola
다채로운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하는 코카콜라에서 2016년에 공개한 이별 광고 ‘Break Up’. 이 광고는 연인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이틀이 ‘Break Up’인 것처럼 이 광고는 이별에 가장 몰입할 수 있게 제작됐습니다.
우연히 만난 남녀는 금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광고 속 두 사람의 감정은 콜라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두 사람은 각자의 콜라를 마시고 있죠. 그리고 감정이 깊어진 후에는 가까워진 두 사람의 사이를 표현하듯 한 병의 콜라를 나눠 마시는 모습이 연출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절정으로 향합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치 축제에 온 것 같은 감정에 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곧 격렬한 다툼과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광고에서는 바로 이 순간에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이제까지 연인과 함께 나오던 콜라병은 단독으로 등장하며 감정을 고조시킵니다.
특히 두 사람의 다툼 이후 보이는 병이 깨지는 장면은 관계의 파국을 암시했으며, 이별 다음에는 콜라병 표면에 물기가 흐르며 울고 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 파국을 맞은 연인 & 그로 인해 슬퍼하는 감정을 콜라로 대신 표현했다 (출처: Coca-Cola 공식 유튜브)
이후 두 사람의 결정적인 재회 순간까지 콜라를 매개체로 삼아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연인의 만남, 이별 그리고 재회 모든 순간의 감정을 콜라로 시각화한 부분이 인상적인 광고입니다.
감각적이고 Fun한 이별!? – Nissan Electric
이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 그리고 눈물! 이런 클리셰를 완전히 깨버린 광고가 있어 소개합니다. 유럽에서 공개된 이 광고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나오며 한마디씩을 건넵니다. 이 말들은 바로 ‘밸런타인데이에 이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랑을 전하기 위한 기념일에 이별을 선택한 그들의 말은 톡톡 튀기 그지없습니다. 지금 관계의 의미 없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프러포즈를 거절하며 ‘이 반지는 할머니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독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데이트 앱을 사용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진지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솔직한 고백들에 이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별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들도 광고를 구성하는 한 요소입니다.
▲ 통통 튀는 컬러와 아이콘을 활용해 통속적인 이별이 아닌 색다른 이별에 대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출처: Nissan Electric 공식 유튜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해 제작된 이 광고는 사실 남녀관계의 이별이 아닌 내연기관 차량과의 이별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외피는 남녀 사이의 이별에 내용이지만 뒤로 가면 헤어지는 이유를 환경적인 문제와 대치해 내연기관 차량과 이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게끔 여지를 두는 방식이죠.
‘의미가 없어’,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듣는 주인공을 내연기관 차량으로 대치해도 이 대화는 아귀가 딱 들어맞습니다. 이 상상이 사실이라는 듯, 상단 오른쪽 이미지를 보면 PETROL(석유)과 헤어지고 전기차와 만나라고 메시지를 전달하며 광고는 끝납니다.
색다른 이별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과 동시에 환경에 대한 숨겨진 메시지까지 느낄 수 있는 센스 만점의 전기자동차 광고였습니다.
건강한 이별을 권장합니다 - UN Environment Programme
이별을 호소하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아주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며 운을 띄우죠. 이 관계는 지속해서는 안 되고, 너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 나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왜 이렇게 단호하게 이별을 선택하게 된 걸까요?
정답은 그녀의 일상에 있습니다. 그녀가 이별을 고하는 대상, 눈치채셨나요? 바로 플라스틱, 비닐 등 일회용품입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플라스틱과 비닐 등 다양한 일회용품을 사용했고,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악영향은 부메랑이 되어 지구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안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죠.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가장 올바른 이별이기 때문에 그녀는 단호하게 일회용품과의 이별을 선택한 것입니다.
▲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장면(출처: UN Environment Programme 공식 유튜브 채널)
일회용품과 결별하기 위한 방법도 광고에서 제시합니다.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으로 바꾸는 것이죠. 지구를 병들게 하는 원인과의 이별, 편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일회용품과 건강한 이별을 권하는 UN의 따뜻한 충고가 섞인 광고였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당신은 이별할 준비가 되었나요?”에서 영상을 보는 우리 모두에게 이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까지 전달하고 있죠.
이번에 만나 본 해외 크리에이티브 광고들은 통속적인 이별의 이미지가 아닌 색다른 이별을 그린 광고입니다. 같은 소재라고 해도 각자 다른 표현방식과 아이디어로 재기발랄하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뻔한 주제로 Fun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해외 광고, 다음번에도 HS애드 블로그에서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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