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신발에서 기부까지, 다양하게 flex 해버렸지 뭐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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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년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 트렌드 관련 서적과 자료를 검토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트렌드의 흐름을 뒤트는 것은 그러한 예측을 벗어난 경우가 많았죠. 얼마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플렉스(flex)’라는 키워드도 그중 하나인데요. 탑 배우 이동욱과 공유는 물론, 수많은 래퍼가 외치는 flex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HS애드 공식 블로그에서 ‘플렉스’와 이 트렌드가 소비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스트레칭에서 자기 과시가 되기까지  

▲ 보디빌더의 flex 포즈

플렉스(flex)의 사전적 의미는 ‘(스트레칭이나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다’ 또는 ‘(신축성 있는) 전선’ 등입니다. 보디빌딩에서 양쪽 팔의 이두박근을 강조하는 포즈를 뜻하기도 하죠. 그러나 플렉스가 본격적으로 ‘자랑’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미국을 대표하는 힙합 뮤지션 ‘아이스 큐브’의 1992년 곡 ‘Down for Whatever’부터인 것으로 보입니다. 

 

▲ flex의 시초가 된 아이스 큐브의 노래 ‘Down for Whatever’ (출처: ryanreardon16 공식 유튜브 채널

연인 앞에서 애니메이션 ‘스피드 레이서’의 ‘레이서X’처럼 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을 ‘but I don't flex’라는 가사로 표현했는데요. 여기서 ‘flex’는 ‘뽐내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후 flex는 시대에 따라 그 정도가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SBS 토크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플렉스 장면 (출처 : SBS Entertainment 공식 유튜브 채널)

한국에서는 박재범이나 그레이, 스윙스 등 힙합 뮤지션들이 ‘flex’를 자주 언급하면서 조금씩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한동안은 대중과 거리가 있는 문화였어요. 그랬던 플렉스가 매체에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SBS 토크쇼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아예 게스트가 자신을 자랑하는 ‘flex 타임’을 마련했는데요. 이때 다리를 꼰 거만한 포즈로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도록 했습니다. 이렇듯 ‘과시’라는 본질에 ‘허세’와 ‘거만’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대중에게는 위화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쇼미더머니’ 시즌8 출연자 ‘염따’가 “그만 flex 해버렸지 뭐야~”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일반 대중도 플렉스를 트렌드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곧 소비문화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죠. 


flex, 소비문화 속으로 스며들다 

2020년 2월 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20·30세대 3,0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2.1%가 flex 소비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52%를 차지한 ’자기만족’과 43.2%가 답한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가장 소비하고 싶은 것들로는 ‘명품’이 40.8%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에서 출시한 스니커. 명품 브랜드 역시 20·30 세대에게 어필할 만한 라인업들을 생산하고 있다 (출처: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플렉스 트렌드가 ‘가심비’와 같은 20·30의 소비 경향과 만나면서 20·30 밀레니얼 세대는 명품시장의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2019년 상반기 판매에서 20대의 명품 의류 구매율은 전기 대비 70%, 30대는 53%나 신장했습니다. 20·30의 명품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백화점 업계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VIP 등급을 활용해 20·30 고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과거에도 ‘탕진잼’이나 ’시발비용’ 등 과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존재했는데요. 최근 20·30세대의 flex 소비 행태는 이전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flex, ‘자린고비’와 결합해 인간계로 내려오다 

‘탕진잼’이나 ’시발비용’ 등은 일과 사회생활에서 받는 압박과 불안함을 해소하는 소비로 ‘일탈’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20·30의 flex 소비는 그와는 정반대인 ‘계획형 소비’의 경향이 더 강합니다.  

2020년 1월 9일부터 1월 16일까지 1주일간 온라인 쇼핑몰 방문 고객 1,9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소비심리 및 소비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왕이면 싸고 저렴한 제품을 찾는 카테고리’를 묻는 설문에서 20·30세대의 28%와 24%가 ‘생필품/생활용품’을 골라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던 반면, ‘비싸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카테고리’를 고르는 질문 역시 각각 28%, 24%가 ‘명품’을 골라 전 세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flex 자린고비’라는 2020년의 새로운 소비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flex 자린고비’는 자신의 flex를 위해서는 과감히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일상에 필요한 생필품 등에서는 꼼꼼히 따져보고 절약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뜻입니다. 이전의 ‘탕진잼’ 같은 한탕 소비의 이미지와는 양상이 다른데요. 그들에게 ‘flex’는 낭비나 단순한 과시가 아닌, 자신의 존재감과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덕에 flex를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구직 사이트의 설문에서는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flex 소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flex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도 26.7%에 달했습니다. 고가의 명품이나 세계여행, 자동차, 음식, 전자기기 등 그 품목도 다양했어요.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의 일상에 flex가 스며들어 계획적인 자린고비 소비와 결합한 만큼,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이제는 기부 문화도 flex!

▲ 힙합 크루 ‘다모임’의 기부 flex (출처: 딩고 프리스타일 공식 Facebook 페이지)

플렉스는 단순 명품 과시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끊임없이 마케팅에 사용되어 온 한정판 줄서기나 공연 티켓팅 전쟁, 밤새 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돈가스 등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이제는 flex의 대상으로 편입됐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한국 플렉스 문화의 원조인 힙합 뮤지션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많은 셀러브리티가 구호 단체와 취약 계층에게 돈과 구호품을 전하는 ‘기부 flex’를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일반인들도 SNS를 통해 재난지원금 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과소비와 허무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도외시되던 플렉스는 ‘자기 과시’라는 공통점을 가진 SNS와 만나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플렉스는 단순한 명품 소비 이상의 자기표현과 기부 문화 확산으로까지 이어지며 밀레니얼 세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