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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효과에 대한 논란 |
작년 9월에 있었던 뉴욕에서의 테러사건 이후 애국심 광고가 전세계 언론에서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가장 발 빠르게 애국심을 제품 판매에 이용한 회사들은 GM·크라이슬러(Chrysler)·포드(Ford) 등 이른바 미국 자동차 시장의 ‘빅3’로서, 이들 은 “미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다”는 명분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하였다. 당시 광고 전문가나 학자의 일반적인 견해는 애국심 광고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애국심 광고 캠페인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고려되기 어렵다는 이러 한 논리는 애국심과 자동차 속성(attributes)간의 교환(trade off) 시각에서 설명될 수 있다. 즉, 자동차 메이 커들이 애국심을 주제로 광고를 집행할 경우, 고관여 제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자동차의 성능 등 전통적인 판매 소구점(selling points)을 희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애국심 광고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과 기술의 진보로 인하여 점점 브랜드간의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한편 제품의 본질적인 기능 보다는 서비스, 가격 등 비본질적인 요소들이 중요시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도 그러한 논리가 유효한 것인지는 다시 한번 검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즉, 모든 제품이 기능상 상당히 유사하고, 사회, 경제적 환경 등에 의해 애국심 자체가 상품 구매의 주요 요인으로 인식될 수만 있다면, 그러한 환경이 지속되는 한 장기적으로는 애국심 광고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애국심 광고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며, 그 정의 또한 아직 제시된 바가 없으나 보통 ‘애국심을 주제로 한 광고’ 를 일컫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애국심 광고는, 예를 들자면 전술적으로는 ‘Australian made’ 또는 ‘Made in Australia’와 같은 슬로건과 심볼이 활용된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원산지 효과(country-of-origin effect) 와의 구분이다. 원산지 효과는 특정한 제품이 만들어진 나라가 활용됨으로써 그 나라가 가진 기술, 자원 등의 이 미지가 상품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지칭하지만, 애국심 광고의 경우 제품과 원산지와의 연계성이 아니라 애 국심 자체가 제품 선택의 변수로 작용할 것을 목표로 하여 준비된다. 그러므로 애국심 광고는 ‘국가에 대한 사랑 과 헌신의 마음을 자극하여 소비자의 호의적인 태도를 높이거나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광고’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과연 애국심 광고가 장기적인 캠페인으로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애국심 광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호주의 한 기업의 사례를 통하여 분석해 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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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k Smith Foods사의 애국심 소구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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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 : Dick Smith Foods사 |
사례 소개에 앞서 최근의 호주 경제 상 황을 잠깐 살펴보자. 1997년 아시아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건실한 금융구조에 힘입어 초 기에는 그 영향이 미미했다. 그러나 최대 수출 시장인 아시아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구조 악화가 호주 경제에도 점차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또한 현재의 군주제냐, 아니면 공화제로 의 변화냐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위한 장기간의 논의, 그리고 최근까지도 논란이 많은 정부의 강경한 난민 축출 정책 등이 애국심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지속시켜 오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외국계 다국적 기업이 호주 산업 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률 증가는 ‘Australian made’ 혹은 ‘Australi an owned’ 브랜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Dick Smith Foods사는 2000년 2월 사업가 Dick Smith에 의해 신설된 회사로 제과와 식품류 제품을 OEM 방식으로 생산 판매하는 회사이다.
Dick Smith는 이 회사 설립 이전에 이미 Dick Smith Electronics라는 전자부품 체인점을 운영한 바 있으나 1982년에 매각하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Dick Smith Electronics라는 브랜드와 Dick Smith 자신의 얼굴은 여전히 심볼로 사 용되고 있어, Dick Smith Foods가 새로운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 쉽게 알려질 수 있었다. 이 회사는 2002년 2월 최초로 땅콩버터를 출시한 이후 시리얼·식용유·치즈·크림·음료수·제과류·아이스크림·비스킷·스프·바베큐 소스 등 제과류와 식품류에 제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오고 있다.
그리고 광고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국산품 애용을 이슈로 한 논쟁성 신문광고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광고의 핵심은 바로 브랜드의 차별점을 제품에서 찾지 않고 소비자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소비자들이 제품간에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맛’과 ‘영양’ 등에 집중하지 않고,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아져 있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이 제품들 간에 차이점이 없다고 여기고, Dick Smith Foods를 선택하는 데도 아무런 위험성이 없으며, 오히려 내가 이 브랜드를 선택함으로 인해 국가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Dick Smith Foods의 시리얼을 기꺼이 아침식사로 선택할 것이다.
그러므로 광고 내용에서는 자사 제품의 효능, 우월성 등 상품과 관련한 정보는 다루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가 잘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그들은 외국 회사이며 그렇기 때문에 돈이 외국으로 흘러 나간다고 주장한다. 또한 Dick Smith Foods는 외국으로 유출되는 돈을 막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강조한다.
2001년 6월에 공개된 Dick Smith Foods의 매출액은 회사 설립 1년 4개월 만에 1억 호주달러 (약 700억 원 규모)를 달성함으로써 호주에서 보기 드문 기업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또한 2001년 말 ACNielsen은 소비자 조사 결과 상표 충성도와 애국심이 수퍼 마켓 제품 구매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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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k Smith Foods사의 애국심 소구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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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광고의 설득 과정 |
위에서 간단하게 살펴 본 사례를 통해 애국심 광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있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Dick Smith Foods의 소비자는 다양성 추구형 (Assael, 1992) 구매행위를 하기 때문에 브랜드 결정에 대한 위험성도 적고 미리 브랜드를 정할 필요도 없으므로 수퍼나 쇼핑센터 내에서 즉흥적으로 브랜드를 선택한다. 따라서 점포 내에서 신제품이 발견되었다거나 가격이 싸다거나 최근에 본 광고가 갑자기 생각났다거나 하면 새로운 브랜드 구매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들을 높은 상표 충성도를 갖는 단골 고객으로 바꾸는 것이다. 상표 충성도는 소비자들이 특정한 브랜드에 만족을 느끼고 그 브랜드에 열정(commitment)을 갖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다양성 추구형 소비자를 상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2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아야 하며, 둘째 소비자가 오직 우리의 브랜드만을 반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열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한편, 광고를 통한 소비 자의 설득 과정에 대하여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그 중에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모델이 바로 ‘정교화 가능성 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odel)’이다(Petty & Cacioppo, 1983). 여기서는 소비자의 관여도나 동기 등이 높은 경우를 정교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이때 소비자들은 광고 메시지를 정교하게 분 석하여 판단하게 된다(중심 경로에 의한 설득 과정). 반대로 관여도와 동기가 낮을 경우 정교화 가능성이 낮아 지게 된다. 이때는 소비자가 광고 메시지보다는 광고 표현 요소와 같이 주변적인 요소들, 즉 배경음악, 매력적 인 모델 등에 의해 감정이나 태도가 형성된다고 본다(주변 경로에 의한 설득 과정).
이를 보면서 우리가 염두 에 두어야 할 것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광고 메시지가 반드시 상품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이다(Onkvisit & Shaw, 1994). 애국심이 제품의 성능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광고 메시지로서 소비자가 정교하게 분석한 다음 특정의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형성시킬 수 있음은 앞서 말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대부분의 경우 두 가지 경로 모두가 소비자의 태도 형성 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Shimp, 1997). 즉,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가 애국심 메시지에 대해 중심 경 로에 의한 판단을 주로 하지만, 동시에 광고 표현 요소들도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 Dick Smith Foods의 경우 호주 국기와 Dick Smith 자신의 얼굴을 광고 표현 요소로 활용하여 소비자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패키지에도 국기와 얼굴을 활용함으로써 제품 구매 시점에서 또 한번 광고를 연상시켜 주고 있다. 이는 브랜딩 전략으로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가시성을 극대화시킨 훌륭한 기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Jaochimsthaler & Aaker, 1997).
한편 중심 경로에 의해 이루어지는 설득 과정을 Ajezen 과 Fishbein (1980) 이 제시한 모델에 따라 좀더 면밀하게 분석해 보면 두 가지 가능성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우선 브랜드간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여겨질 때, 애국심이 브랜드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추가됨과 동시에 브랜드가 그러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됨으로써 소비자의 태도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내가 그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사회적 혹은 주관적 규범 (social norm or subjective norm , SN)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소비자들이 강하게 느껴서 특정브랜드를 선택했을 가능성 또한 높다. 즉, 두 가지 과정이 동시에 영향을 주었을 것임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이다<그림 참조>.
결론적으로 소비자의 관여도와 동기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한 Dick Smith Foods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는 비교적 장기간 지속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정교화 가능성 모델이 설명하듯이 중심 경로에 의해 형성된 태도는 주변 경로에 의해 형성된 태도보 다 상대적으로 장기간 지속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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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k Smith Foods사의 애국심 광고 설득 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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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광고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은 광고 메시지 또는 판매 소구점은 가급적 제품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그동안의 관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점차 브랜드간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제품 이외의 요소에서 판매 소구점 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다국적 기업이 점차 세력을 확대하고, 실업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향후 애국심이 판매의 중요 요소 중의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내에서도 한번쯤 애국심 광고를 기업의 장기적 전략 속에서 검토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심리가 어느 수준에 있느냐가 성패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겠지만 말이다.
<참고 문헌 >
Ajzen, I. and Fishbein, M. (1980). Understanding attitudes and predicting social behavior. Englewood Cliffs, NJ: Prentice Hall.
Assael, H. (1992). Consumer behavior and marketing action (4th ed.). Bost on, MA: PWS-Kent Publishing Company.
Jaochimsthaler, E. & Aaker, D. A. (1997). Building brands without mass media. Harvard Business Review, 75 (1), 39-47.
Onkvisit, S. and Shaw, J. J. (1994). Consumer be havior: Strategy and analysis. Sydney: Maxwell Macmillan International.
Petty, R. E. and Cacioppo, J. T. (1983). Central and peripheral routes to advertising effectiveness: The moderating role of involvem en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0 (September), 135-146.
Shimp, T. A. (1997). Advertising, promoti on, and supplemental aspects of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 (4th ed.). Sydney: The Dryden Press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