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스 하이 - CD열전 #08. 이종호 CD 인터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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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기 너무 싫은 날 투덜거리고 있노라면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이 재밌으면 돈을 주고 했겠지, 돈 받고 하겠냐!” 그래서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일은 원래 재미 없는 것이라고.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종호 CD를 만나고 나서부터 말이죠. 이 인터뷰를 다 읽고 난 후,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CD열전 여덟 번째 이야기, HS애드 이종호 CD 인터뷰입니다.


크리에이티브의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는 선장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종호 CD는 일반 기업에서 광고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광고 디자이너로 활약하면서 하나의 브랜드에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이 CD는 2005년 HS애드에 입사했습니다. 광고대행사의 ‘아트’ 담당이 되면서 이종호 CD는 광고주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거친 바다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광고가 만들어지기까지 CD가 해야 하는 일은 정말 많습니다. CD인 저도 처음 해 보는 일,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분야를 마주칠 때도 있어요. 제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을 요구받거나, 전혀 새로운 의견을 접하게 되기도 하죠. 그럴 때, 제가 아는 지식이나 제가 아는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팀원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좋게 살릴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면서 모두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CD로서 자신의 역할을 ‘스포츠팀 감독 같다’고 표현하는 이종호 CD.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광고를 하면서 수 많은 작업을 해 왔지만, 모든 작업이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제 앞에 놓여진 과제는 언제나 새롭습니다. 광고주가 다르고, 트렌드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고, 소비자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답을 내놓을 수도 없고, 내놓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다채로운 크리에이티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 스포츠’로 부상한 컬링 열풍 가운데에는 기적을 만들어 낸 컬링 국가대표 ‘팀 킴’이 있었습니다. ‘청소기 광고를 해 보고 싶다’던 그녀들은 LG 코드제로 청소기 광고를 통해 꿈을 이루었는데요. 컬링 경기는 로봇청소기나 무선청소기로 청소하는 모습과 무척 닮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컬링 국가대표가 출연하는 청소기 광고는 어떻게 나올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팀 킴’의 LG 코드제로 청소기 광고를 만든 사람, 바로 이종호 CD입니다.


▲LG전자 코드제로 '국가대표답게, 코드제로답게' 편 (출처 : LG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처음엔 못 할 것 같다고 말했어요. 일단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컬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기 전에 가능한 빨리 광고를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물에 대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컬링과 청소기라는 건 누가 생각해도 그림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 만남이기 때문입니다. 컬링 국가대표 LG 코드제로 광고를 만들기 위해선 ‘시의성이냐 창의성이냐’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시의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LG전자 코드제로 디지털 캠페인 편 (출처 : LG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LG 코드제로 컬링 국가대표 광고는 첫 번째 오리엔테이션에서 온 에어까지 딱 2주가 걸렸습니다. 그 중 촬영은 단 3일. 동계올림픽 이후 바로 세계대회에 나가야 했던 컬링 국가대표팀은 엄청나게 바빴습니다. 때문에 대표팀의 일정에 맞춰 의성 컬링경기장, 인천 아이스링크 등을 오가며 3일을 꽉 채워 찍었다고 합니다.

“팀 킴과 LG 코드제로 청소기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컬링은 전통적으로 유럽의 강호들이 꽉 잡고 있는 스포츠인데 한국의 작은 마을 출신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켰죠. LG 코드제로 청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선청소기 하면 떠오르는 유럽의 대표 브랜드를 제치고 세계를 놀라게 한 제품력을 선보였죠. LG 코드제로 청소기 광고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한 존재’, 이들이 가져 온 변화와 혁신.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LG 코드제로 청소기 광고가 보여 준 진정성 담긴 메시지에 대중은 좋은 평가를 보냈습니다. 시의성과 창의성 중 시의성을 택한 이종호 CD 팀이 내 놓은 진짜 해답은 ‘진정성’에 있었던 것입니다.


▲와이드앵글 2018 S/S 봄편 광고 (출처 : 와이드앵글 공식 유튜브 채널)

또한 이종호 CD에게 있어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광고 제작 경험은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광고를 통해 브랜드와 제가 동시에 함께 성장하는 것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데요. 올해로 3년 째, 여섯 시즌에 걸쳐 만들고 있는 골프웨어 와이드앵글이 저에게는 그런 대상입니다. 와이드앵글은 젊고 유니크한 골프웨어 트렌드를 주도하며 10배 이상의 성장을 거두었어요. 저희가 만든 광고가 브랜드의 성장에 보탬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합니다.”


▲LG G6 사운드스튜디오 X 볼빨간 사춘기 편 (출처 : LG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디지털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광고시장에 흐름에 대응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이종호 CD는 다양한 디지털 캠페인 제작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LG G6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하며 느낀 점이 많습니다. 스마트폰이 자연스런 삶의 일부가 된 디지털 세대를 위해 참여형 캠페인인 ‘G6 사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LG G6 18:9 블랙핑크 세로 뮤직비디오 편 (출처 : LG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LG G6로 제작한 블랙핑크의 세로라이브나, 온라인 영상 앞에 붙는 짧은 USP (유니크 셀링 포인트)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광고 제작 경험이 요즘 저에게 많은 자극을 주고 있어요. 우리가 생각해 온 전통적 광고의 형태가 앞으로는 완전히 바뀔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겠죠. 이 또한 광고인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갖기 위한 과정, 그것이 광고인의 ‘일’

때론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처럼 안 나오는 아이디어를 쥐어짜기 위해 몸살을 앓습니다. 광고인의 숙명인 창작의 고통. 이 뿐만이 아닙니다. 순수예술과 달리 광고는 평가를 받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죠. 광고주가 OK할 때까지 계속 아이디어를 짜내서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괴롭기는 이종호 CD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은 ‘그냥 다 그만두고 다른 거 할까’ 멍하니 공상 속으로 도망가곤 합니다. 그래도, 다시 생각을 고쳐 먹어보면, 광고가 참 재미있습니다.


“썸을 타는 거예요. 말하자면. 연애 직전 썸 탈 때 상대방을 ‘꼬시기’ 위한 고민과 노력들이 있잖아요. 별의별 말을 카톡 창에 적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 다시 지웠다가, 두 번 세 번 읽어보고, 보낼까 말까 고민하고. SNS에 사진 한 장 올릴 때도 썸 타는 대상이 이거 보면 대충 눈치 채겠지, 눈치 못 채면 어떡하나, 힌트를 주게 태그를 걸어 볼까, 온갖 고민을 하죠. 이게 사실은, 광고 만드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해요. 썸의 가장 행복한 결말은 ‘오늘부터 1일’이죠. 광고인들 또한 광고주와 ‘오늘부터 1일’하기 위해서 매 순간 노력하는 겁니다. 저는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그게 광고하는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이종호 CD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 만들고 싶은 광고’는 어떤 것일까요?

“다소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경쟁사가 배 아파할 만한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도 종종 경쟁사의 광고에 샘도 내고 왜 저 생각을 먼저 못 했을까 아쉬워할 때도 있거든요. 좋은 광고란 광고주와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 마음을 겨냥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광고를 경쟁사가 만든 것을 보면 많은 자극이 되고 동기 부여도 받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종호 CD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대중의 호응입니다.

“요즘은 인터넷 의견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 제가 만든 광고의 피드백도 바로 확인할 수 있거든요. 부정적인 리플이 보이면 풀이 죽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리플, 좋은 평가가 있는 리플을 보면 힘이 납니다. ‘러너스 하이’라는 말 대신 ‘크리에이터스 하이’라고 할까요? 연예인들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며 관객의 호응을 느낄 때 힘이 난다고 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 있어도 ‘크리에이터스 하이’가 있기에 광고를 계속 하는 것 같습니다.”


이종호 CD를 만나기 전, 창작이 운명인 광고인의 삶은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일은 원래 재미 없는 거라고 엄마도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종호 CD는 창작의 고통보다 썸 타는 것만큼 재미있고 두근대는 광고의 ‘도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갖기 위하여, 그 마음 속에 오롯이 메시지 하나를 전하기 위하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밤을 새워 일을 하고, 아이디어를 짜 내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설렘’으로 채워 나가는 사람. 그 모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찾아 온 ‘크리에이터스 하이’의 성취감을 행복하게 만끽하는 광고인. 그가 바로 이종호 CD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