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한한령은 이제부터, 본질은 중국 시장 프레임의 변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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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있어 고통스러운 시간인 동시에 교훈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교훈은 한ᆞ중 정치 문제는 언제든 경제문제로 급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며, 두 번째 교훈은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공들인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한령(限韩令), 한국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다

작년 한 해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된 만남 속 가장 많이 들려 온 말은 “한한령(限韩令) 때문에…”였습니다. 중국 진입 10년이 넘은 기업도, 이제 막 한류의 바람을 타고 진입을 준비하던 기업도 똑 같은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 말의 뜻은 ‘문제 원인은 알겠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한령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가를 생각해 보면,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한한령이 모든 문제의 이유라면, 한한령 이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국 브랜드들이 예전의 성장세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중국 시장 속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면 예전의 성장세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즉, 한한령은 중국 내 한국 기업에 영향을 주는 단기성 악재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이 붕괴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복합적이고 유의미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한한령 속에서도 여전히 잘 나가는 한국 브랜드 있다

2017년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416만 9535명으로 2016년보다 48.3%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꼬우(代购)’들은 관광 시장이 막힌 틈을 이용하여 부지런히 한국 화장품을 중국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인 LG생활건강 ‘후’(출처 : ‘후’홈페이지)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며 2017년 매출 6조2705억원, 영업이익 9303억원을 냈는데요.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후’는 LG생활건강 전체 화장품 매출의 3분의 1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9월 외국계 투자기업 투자기관 ‘크레디리요네(CLSA)’의 중국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새로 구입할 의사가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로 ‘후’와 ‘설화수’를 각각 2위와 4위로 꼽았습니다. 이들은 ‘현재 가장 많이 구입하는 기업’을 묻는 물음에서도 ‘아모레퍼시픽(3위)’과 ‘LG생활건강(8위)’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성공의 이유로는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가치와 일관된 고급화 전략을 꼽은 바 있습니다. (출처 : 이뉴스투데이 2018. 2. 14일자)

하지만 이와 반대로 중국 내 한류에 기댄 마스크팩 위주의 저가형 화장품 시장에 진입했던 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한류가 전략의 ‘중심’ 되어서는 곤란하다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2016년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대성공하면서, 중국 시장 전략 구상에 있어 ‘한류’는 핵심이자 요체처럼 여겨졌습니다. 중국 진출에 나선 많은 기업들은 제품과 브랜드의 본질에 앞서 너도나도 한국 연예인을 앞세우거나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밀고 나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중국 진출을 계획하던 한국 기업에 중국 연예인을 기용해 홍보할 것을 제안했다가 핀잔을 들은 기억도 있죠.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중국발 ‘금한령’은 한국 문화 콘텐츠와 한국 연예인 제재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국 연예인을 자사 모델로 기용하거나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한 한국 브랜드는 피할 겨를도 없이 철퇴를 맞게 되었습니다.

한류는 말 그대로 유행입니다. 즉 언제든 변할 수 있는 X값인 ‘변수’인 셈입니다. 반면 브랜드의 본질은 고정 값이 상수입니다. 변수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은 급변하는 환경 속 방향을 잃고 표류합니다.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호황이 예상됩니다. 2017년 중국 GDP 성장률은 6.9%, 88조 7122억 위안으로 글로벌 경제 규모의 15%를 차지할 만큼 거대 시장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기업들은 본질에 집중하지 않는 한 갈수록 중국 시장 생존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LG생활건강 ‘후’ 사례처럼 제품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한 기업은 중국 시장의 변화에 맞서 꾸준히 항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거친 파도 몰아치는 바다와 같은 중국 시장에서의 생존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 브랜드 경쟁력 강화, 중국 소비자는 ‘슈퍼 컨슈머’로 성장

뿐만 아니라 중국 자국 브랜드의 파워도 점차 강화되며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2017년 2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브랜드 점유율에서 중국 국산 브랜드 화웨이(Huawei)가 20.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위부터 4위까지 모두 중국산 브랜드입니다. 애플이 8.2%로 5위, 삼성전자는 7%로 6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스마트폰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세계 500대 브랜드 중 중국 기업 22곳이 100위 권 내에 이름을 올려 글로벌 평가 2위를 차지했는데요. 이 결과는 2017년보다 35% 성장한 것으로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을 앞지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IT 3대 공룡인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의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 진입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8. 2. 12일자)


중국 소비자가 ‘슈퍼 컨슈머’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 또한 눈 여겨 볼 만합니다. 사비오 챈, 마이클 자쿠어의 저서 ‘중국의 슈퍼 컨슈머 : 13억 중국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저자는 중국 소비의 과소비적 구매를 넘어 안목 있는 소비를 소개했습니다. 브랜드 신뢰, 친환경 제품, 공정 무역 등은 현재 중국에서도 소비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는데요. 일례로 중국의 친환경 유기농 식품 시장 규모는 약 10억~20억 달러로 추정되며 식품 소비액의 3~5%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의 소비 시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에 맞게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 진출해 마케팅에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해외 직구 시장까지 가세해 중국 소비자들의 안목을 키우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 중국 해외 직구 이용자는 약 4100만 명으로 2015년보다 78.3% 증가했습니다. 2017년 상반기 코트라(KOTRA) 해외시장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직구 이용자들은 제품 구입의 중요 동기로 제품 품질(답변자 중 36.6%)과 디자인(답변자 중 27.8%) 등 과거 가격 위주의 구매 형태에서 벗어나 감성적 요인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새로워진 시장 프레임에 주목할 때

아직도 중국 비즈니스를 ‘거지의 경제’ 관점으로 보는 전략서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거지의 경제란, 13억 소비자에게 1원짜리 제품 한 개씩만 팔아도 13억 원은 금방 벌 수 있다는 무대포 식의 전략을 말합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는 이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대 중국 전략 내면에 깔려 있는 관점은 바로 옛날 옛적에나 통했을 ‘거지의 경제’라는 시각입니다.

오늘날의 중국은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중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치열한 각축장이며 선진화된 디지털 마케팅의 실험실입니다. 불과 6개월 전의 전략도 ‘과거지사’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 시장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서 잘 되면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하겠다’, ‘중국에 일단 조금 투자해서 잘 되면 지속적으로 하고 안 되면 사업을 접겠다’고 말하는 경우를 봅니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해서는 영원히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 내수 시장의 관점에서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을 제안합니다. 한국 기업에게 한국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러하듯 중국 사업 역시 피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내수 전략을 세우듯 중국 사업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자원의 배분, 광고 마케팅에 대한 투자,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검증ᆞ구축하는 제품 컨셉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국 내수 시장 전략과 동일한 시점에서 중국 시장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중국 시장과 한국 시장을 동일한 시점과 전략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이 가능한 까닭은 바로 한국과 중국의 물리적 관계에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비행기로 약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우리나라 인천에서 배를 띄우면 다음 날 아침 중국 천진, 또는 산동반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의 아침 식탁에 전날 밤 착유하여 처리를 마친 신선한 우유를 올려놓을 수 있는 나라는 몇 개국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아침 시간에 맞춰 신선우유를 배달할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해외 직구와 온라인 전자 상거래도 한국과 중국의 가까운 물리적 이점을 살려 공략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우체국 특급(EMS)으로 배송할 경우 2~3일이면 중국 소비자가 상품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국내 택배에 소요되는 시간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어설픈 현지화는 오히려 ‘독’… 섣부른 프레임을 경계하라

중국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여전히 우리는 ‘중국인들이 숫자 8을 길하게 생각한다, 붉은 색을 선호한다, 팬더는 ‘국민 마스코트’다…’처럼 스테레오 타입에 갇힌 일방향적 방법론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일례로 몇 년 전 국내 면세점 마케팅 미팅에서, 한 임원이 ‘중국인은 정말 팬더를 좋아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업은 당시 중국 요우커(관광객) 대상으로 붉은 색과 금색, 팬더를 이용한 화려한 광고를 매장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은 모두 팬더를 좋아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이 만들어 낸 광고였습니다.


이렇듯 스테레오 타입에 갇힌 중국 시장 마케팅에 대해서 필자는 ‘미키마우스 어프로치’로 대답을 갈음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키마우스는 시대를 거쳐오면서 현대적으로 바뀐 모습입니다. 캐릭터 개발 초기 미키마우스의 모습과 오늘날 미키마우스는 다소 다른 모습을 갖고 있지만, 보다 인간적이고 유연하게 바뀐 이 시대 미키마우스의 모습은 현대인의 감수성에 더 잘 들어맞습니다.

즉, 중국인들이 팬더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문제에 있어 ‘콘텐츠’는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날 중국 젊은이들은 ‘쿵푸팬더’를 더욱 친근하게 여깁니다. 대상에 대한 호감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지만, 틀에 박힌 촌스러운 콘텐츠가 아니라 글로벌하고 트렌디한 콘텐츠로 중국인의 마음을 두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현지화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또는 유럽의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스파 패션을 선호하고 글로벌 컬처 코드에 열광합니다. 그들에게 조차 낯선 ‘중국’이라는 프레임을 우리가 섣불리 가져다 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