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뇌과학 #01. 상사에 대한 뒷담화가 즐거운 이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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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상사는 영원한 ‘안주’죠. 밉상 짓을 하는 동료나 후배를 헐뜯는 일보다 상사를 ‘씹는’ 맛이 더욱 좋습니다.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했던 가슴이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뻥 뚫리는 기분이 드는데요. 직장 내 가십성 대화 중 가장 많은 것이 상사에 대한 험담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상사에 대한 뒷담화는 피할 수 없는 일 중 하나인데 이는 인간이 가진 본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뒷담화는 인간의 본능?

미국 심리학회는 인간의 본능을 생존, 성, 서열, 영역, 애착 등 5가지로 구분합니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 여겨지지만 모든 행동은 이 다섯가지 본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상사에 대한 험담은 이 중 서열 본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셸데루프-에베(Schjelderup-Ebbe)는 어려서부터 닭을 좋아해 수시로 관찰했다는데요. 그는 닭들이 종종 부리로 다른 닭들을 쪼는 것을 보며 그것이 무리 내의 서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높은 서열을 가진 닭은 자신보다 낮은 서열을 가진 닭을 가차 없이 부리로 쪼는 것을 본 것이죠.

반면 서열이 낮은 닭은 자신보다 높은 서열의 닭이 벼슬을 쪼아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셸데루프-에베는 ‘쪼기 서열(pecking order)’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후에 동물세계에 존재하는 서열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서열 본능, 지위감

동물의 세계에서 서열이 중요한 이유는 높은 서열을 지닌 동물들은 생존과 번식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암컷들과의 짝짓기에서도 유리하죠. 서열이 높으면 수명도 길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은 기를 쓰고 높은 서열로 올라가려 합니다.

동물적 본능이 남아 있는 인간들도 자신의 서열을 높이거나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간세상에서의 서열은 ‘지위감’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자신의 지위에 대한 심리적 만족감입니다. 지위감에 위협을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티솔이 급증하고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반면 지위감이 높아지면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가 왕성해지고 코티솔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도 늘어나 강한 모습과 자신감이 드러나죠. 런던대학교의 마이클 마멋(Michael Marmot) 교수에 의하면 지위감이 인간의 수명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로 지위감은 인간에게 중요한 감정 중 하나입니다.


손상된 지위감, 상사를 ‘씹으며’ 회복한다

지위감은 사회적 지위나 재산, 명예 등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심리적 지위감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함으로써 자신을 끌어 올리려는 것인데요. 이를 잘 반영한 것이 ‘카페인(카카오 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입니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목적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과시하거나 자랑하기 위한 것이죠.


다른 하나는 지위감이 낮아졌다고 느낄 때, 남을 헐뜯고 다른 사람을 끌어 내림으로써 손상된 지위감을 회복하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지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므로 어려운 반면, 다른 사람의 지위감을 끌어내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험담과 비난을 통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만 하면 되죠. 상사는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이고 그 앞에서 자신은 늘 낮은 지위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낮아진 지위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사를 깎아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것이 상사를 ‘씹는’ 주된 이유입니다.


행복감을 주는 ‘뒷담화 호르몬’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상사는 자신보다 높은 서열을 가진 존재이므로 자칫 잘못하면 언제 ‘쪼임’을 당할지 알 수 없습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과 스트레스를 주며 코티솔이 줄줄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뒷담화를 하면 행복 호르몬이라고 하는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아지고 코티솔 수치는 낮아집니다.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죠.

또한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와 함께 상사를 헐뜯으며 맞장구를 치다 보면 유대감이 형성되어 관계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나고 감정적인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줄고 행복감은 늘어날 수 있으니 상사에 대한 뒷담화가 멈추질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듯이 상사에 대한 뒷담화도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당사자의 귀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 경우 화살은 험담을 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상사의 눈 밖에 나는 계기가 되겠죠. 또한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림으로써 나의 심리적 지위감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는 부정적 습관을 부르고 공허함만 남깁니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그런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며 정 피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냥 들어만 주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