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애드 블로그에 매달 한 번씩 글로벌 광고를 소개하는 신숙자 CD는 ‘여행하는 광고장이’로 소개돼 있습니다. 여행과 광고 어떤 교집합이 있는 걸까요?
신숙자 CD는 여행하는 광고장이 외에도 얼굴 빨개지는 아이 등으로 자신을 표현했는데요. 오늘은 아이디어를 말할 때면 얼굴이 빨개지고, 여행과 상상하기를 즐기는 21년째 계속하고 있는 신숙자 CD를 만나 여전히 재미있는 광고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Dreamer 그리고 여행하는 광고장이
장 자크 상페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소년이 등장합니다. 이름은 마르슬랭. 정작 얼굴이 빨개져야 하는 부끄러운 순간에는 멀쩡한 얼굴이 되고, 아무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 평범한 순간에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르죠. 책을 본 사람이라면 얼굴 빨개지는 아이 하면 자연스럽게 마르슬랭의 캐릭터를 떠올립니다.
신숙자 CD는 자신의 모습에서 마르슬랭을 보았습니다. 무언가에 열중할 때, 풀리지 않는 아이디어를 밤새 생각할 때, 광고주를 만나 PT할 때면 얼굴이 빨개지곤 했기 때문인데요.
“제가 워낙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캐릭터를 좋아하기도 하고, 캐릭터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는 말 같아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로 개인 계정에 저를 소개하곤 했습니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느낌이 좋아 존 레넌이 부른 ‘Imagine’의 You may say I am a dreamer’'에서 따와 Dreamer로 표현한 적도 있어요.”
최근에는 여행하는 광고장이인데요.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신숙자 CD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보듯 새로운 문화, 나라를 접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프레쉬업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죠.
얼굴 빨개지는 아이, Dreamer, 여행하는 광고장이 신숙자 CD는 어떤 사람일까요? 신숙자 CD가 지금까지 제작한 광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광고 캠페인으로 LG전자 Health Plus에 답이 있습니다.
“CD가 되고 제일 처음 맡았던 글로벌 향 광고 캠페인입니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을 풀 CG로 글로벌하게 풀었는데요.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가령 ‘신데렐라가 파티장에서 뛰쳐나온 게 마법이 풀려서가 아니라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백설공주의 사과가 변질된 이유도 기능이 떨어진 냉장고 때문, 벌거벗은 임금님도 옷을 안 입은 이유가 빨래가 잘 안돼 옷을 안 입은 거였다’는 설정을 한 거죠. 완성도도 높았고, 외국 대행사랑 비딩에서도 이겨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광고 이후 매출도 많이 올랐다고 들었고요.”
카피는 문학 아닌, 콘텐츠를 정확히 보여주는 도구!
신숙자 CD가 광고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 시절입니다. ‘광고회사’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가능한 모든 경험을 해보기 시작했는데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광고를 하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광고 관련 커리큘럼, MT, 연구원 그리고 대학생 광고 캠프까지 모두 다녀봤어요.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광고 스터디를 하면서 더 재미를 느끼게 되었죠.”
글쓰기에 대한 흥미도 광고를 선택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같은 물건도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새로운 각도로 보는 매력에 시 쓰기를 유독 좋아했던 신숙자 CD는 카피라이터로 처음 광고 일을 시작했는데요. 대학 시절 자주 들었던 ‘광고 카피는 문학이 아니다’라는 말을 체감하며, 마케팅을 위한 설득의 도구로 사용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카피 하나에 담긴 의미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카피 자체보다는 전체의 콘텐츠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 속에서 카피가 어떤 영향력과 움직임을 갖는지 생각해야죠. 정제된 한 줄보다 적확하게 콘텐츠의 내용이나 콘셉트를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신숙자 CD가 쓴 카피, ‘당신의 머리, 엘라스틴에겐 피부입니다’가 좋은 예가 됩니다. 문장 자체의 임팩트 보다 머리도 피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기 때문인데요. 최근에 제작한 광고 캠페인 중 올해 온에어된 한국관광공사의 엔딩 카피, ‘Walk, Wander, Wonder’도 요즘 트렌드를 잘 보여줍니다. 걷고, 목적 없이 돌아다니고 경이로움을 느끼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 카피는 여행을 정의하는 단어와 말맛이 잘 연결된 사례입니다.
시간을 투자하며 생각을 나누는 일
신숙자 CD는 올해로 광고를 제작한 지 21년 차 그리고 CD로는 10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광고를 만드는 게 재미있다고 말하는데요.
“좌절도 주지만, 아직도 재미있어요. 한 편의 광고가 잘 만들어져 온에어되면 제가 봐도 뿌듯한 게 있거든요. ‘몇 달 동안 고생했는데, 저렇게 잘 나오는구나!’ 하는 마음도 있고요. 특히 CD가 되고 나서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클라이언트에 더해 소비자까지 반응이 좋으면 CD로서 더 바랄 게 없죠.”
그런 신숙자 CD에게도 ‘내 코가 석 자’가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광고인이라면 누구든 좌절을 느끼는 순간, 아이디어가 풀리지 않을 때인데요. 신숙자 CD만의 ‘아이디어 발상법’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사실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저는 ‘시간 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우리 팀은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합니다. 다른 팀에서 온 친구들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매일 생각하고 토론을 해야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어요. ‘아, 이 아이디어를 저 사람은 이런 포인트로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인상적인 점은 신숙자 CD 역시 그 자리에서 후배들과 평등한 위치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종 결정을 제가 하기 때문에 불평등할 수 있지만 제 아이디어가 별로라면 버려지고 후배들 아이디어가 최종으로 올라갑니다. 똑같이 생각하려고 해요. 생각을 안 해 버릇하면 생각하는 능력이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도 하고요. 또, 제가 직접 참여해야 얼마나 어려운 프로젝트인지 알 수 있고, 알게 되면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든 점도 있지만 매일 아이디어를 ‘까는’ 방식에 감사하는 후배도 적지 않습니다. 토론하면서 신숙자 CD가 방향을 잡아주고 가이드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말로 듣는 것보다 더 쉽게 배우니까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거예요. 토론도 그렇지만 그런 면에서 책도 많은 도움이 되죠. 특히 광고하다 보면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인풋이 많을수록 좋아요. 책, 여행 등 뭐든지 많이 생각하고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아! 할 수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
신숙자 CD가 바라는 ‘아웃풋’, 다시 말해 좋은 광고는 딱 보면 ‘아!’하고 깨달음을 주는 광고입니다. 신숙자 CD는 광고를 설득과 소통의 도구로 정의하는데요.
“예전에는 광고의 목적이 단순히 ‘물건을 얼마나 많이 팔 수 있는지’라면 지금은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 ‘어떤 행동을 하길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길 원하는지’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요소가 임팩트를 갖기보다 모든 요소가 설득의 도구가 되어 어떤 형태로든 ‘재미있다’, ‘좋다’는 느낌을 주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 할 수 있죠.”
신숙자 CD는 이러한 생각 때문에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은 광고의 본질은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라 확신합니다.
“형태가 변해서 앱, SNS, AR 등으로 광고를 해도 모든 게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에서는 동일합니다. 진정성이 중요하죠. 어렵고 멋지게 설명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옆 사람에게 정말 좋은 제품을 좋다고 설득하듯 진심을 가지고 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숙자 CD는 후배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심플한 한마디는 ‘체력을 키워라’입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고 싶고, 자고 싶게 되면 못하게 되고 질 수밖에 없다는 미생의 대사처럼 매일 아이디어를 테이블에 놓으려면 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든든한 체력과 지속적인 시간 투자 그리고 매일 아이디어를 후배와 꺼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신숙자 CD가 스무 해 넘게 CD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힘 아니었을까요? 신숙자 CD팀의 다음 광고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애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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