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높아진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행복연구와 광고회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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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경제학상은 미국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탈러 교수가 받았습니다. 학술적으로 경제학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탈러 교수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요. 그는 행동경제학 창설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자, 필자의 전문 연구 분야인 행복연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린스턴 대학의 명예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다니엘 카너먼은 행동경제학과 행복학 분야에서도 매우 유명한 인물입니다. 2002년 카너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 그의 연구는 필자와 같은 다른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확산되었죠.


손실회피성향과 행동경제학

카너먼 교수가 1979년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발표한 논문, ‘프로스펙트 이론: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분석(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s under risk)’에 따르면, 경제학에서 예상하는 것과 같이 인간이 경제합리성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특히 손해를 입는 등 어떠한 위기 상황에 처한 경우에는 과거의 경험과 선입견에 의한 단락적인 판단(휴리스틱)에 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단락적인 판단의 예로, 일본 사람들에게 ‘일본인 스즈키와 미국인 데이비드 중에 누가 더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겠는가’라고 질문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사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미국인 데이비드’로 답합니다. 실제로 확인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도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 의해 단락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프로스펙트 이론’은 인간이 ‘손실회피성향’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은 경제합리성에 근거해 기대치에 따라 손실과 이득을 판단하여 행동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기대치가 0인 내기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기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이득보다 손실을 더 싫어하는 바이어스가 존재해 기대치가 0인 경우에는 도전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죠.


‘프로스펙트 이론’은 손실 가능성의 두 배의 금액을 얻을 수 있지 않는 한 사람들은 내기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하며, 경제합리성에 근거한 경제학의 효용관수를 실제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근거한 가치관수로 채택할 것을 주장합니다.

해당 논문의 내용은 경제학의 근간에 반해 기존 경제학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카너먼 교수의 심리학적 지식을 경제학에 반영하여 더욱 현실적인 경제학을 지향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해 왔죠.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며 카너먼 교수를 경제학으로 이끈 인물이 바로 당시 경제학계의 젊은 이단아였던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입니다.

카너먼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대학원생이었던 시절의 리처드 탈러에 대해 ‘매우 날카로운 두뇌의 소유자이며, 두려움을 모르는, 축복받은 젊은 경제학자’로 묘사했는데요. 또, ‘탈러 교수와의 교류를 통해 당초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내게 되었다. 그것이야 말로 내가 노벨상을 받게 된 커다란 이유다’라고 전했습니다(Daniel Kahneman & Alan B. Krueger, Developments in the Measurements of Subjective Well-Being 2006).

탈러 교수가 없었다면 카너먼 교수의 이론은 경제학에 응용되지 않았을 지도, 나아가 카너먼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번 탈러 교수의 수상으로 행동경제학의 발전을 이끈 또 사람의 공헌자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음으로써 행동경제학이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왜 ‘행복’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까

기존 경제학의 주된 논점은 ‘소비자는 화폐와 재화를 교환함으로써 효용을 얻는다’ 입니다. 이에 대해 1974년에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한 나라에서 시계열적으로 1인 당 GDP가 증가하더라도 행복도와 생활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일반적으로 ‘이스털린의 역설’라고 불림)을 제기했는데요.

그 답을 제시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풍요로움과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고찰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이는 행복연구로 발전했습니다. 배경에는 학술적인 관심뿐 아니라 선진국들의 경제성장 정체 및 정권 지지율의 둔화라는 각국 정권의 무력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일본과 같이 정권지지율(일본에서는 ‘내각지지율’이라고 부름)이 안정되어 높은 수치를 보이는 나라가 드물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 대통령과 총리들이 연립정권을 만들지 않으면 안정적인 정권을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한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과거 정치가들은 업계나 단체에 이익이 되는 무언가를 약속하거나, 각 의원의 기반 지역에 철도부설이나 도로건설을 공약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지역적으로 이익을 유도하는 ‘낡은 정치가’라 여겨지며 인기 또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기득권 및 쓸모 없는 규제를 폐지함으로써 정권을 획득하더라도 선진국 리더들에게는 다른 고민이 남아있었습니다. 이후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비전 제시에 대한 고민이었는데요. 그에 대한 유망한 답이 ‘행복’이었습니다.


기업의 ‘행복’에 대한 관심

민간기업들도 선진국의 리더들과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숙사회의 소비자들은 급히 사야하는 물건이 없을뿐더러 열렬하게 가지고 싶어하는 물건도 없습니다. 적당히 평균적인 성능에 만족하고 한 등급 위의 모델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적어졌죠. 민간 기업들은 상품의 기능을 통한 솔루션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품이 행복감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덴츠에서 근무하던 2007년 당시 사내에 ‘덴츠 팀해피니스’라는 조직이 있었습니다. ‘덴츠 팀해피니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행복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사내 홍보지인 덴츠보에 칼럼을 게재하고 소비와 국민의식과 관련된 정부의 사회통계 데이터를 행복의 관점에서 해설한 사내용 보고서를 정리했습니다.

또한, 수주작업으로 교토 경제단체에서 행복 관련 의식조사를 실시하며 행복지표를 작성하기도 했는데요. 사내에서도 매달 한 번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와 연구회를 개최하여 그 성과를 ‘행복의 방정식’이라는 서적으로 출판했습니다.


해당 서적에서는1인당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행복도는 높아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이스털린의 역설에 대한 해답으로,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와 시간의 요소가 크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행복과 관련된 다섯 가지 요소를 통해 ‘행복의 펜타곤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덴츠 팀해피니스’는 소득의 증가와 소비 외에 더욱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일상생활 전반 속에서의 행복을 논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팅으로의 응용

‘덴츠 팀해피니스’는 행복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을 마케팅과 광고제작에 활용했습니다. 필자는 행복연구를 통해 행복이 양극단 사이에 있으며 특정 수준과 정도보다 ‘변화하는 것’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방향에 대한 자극이 너무 강하면, 점차 고통이 되어 자극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경기가 과열되어 너무 바빠지면 다소 경기가 나빠져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업무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죠. 즉 자신만의 최적의 페이스로 항상 새로운 자극을 접하는 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행복감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히트상품이나, 변화가 전혀 없는 기본 상품으로 다가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본 상품이면서도 항상 약간의 변화를 제공하고, 때로는 대담한 상품 쇄신을 단행하는 브랜드 매니지먼트가 요구되죠.

30년 이상 지속되는 롱셀러 상품의 대다수는 계절한정상품, 지역한정상품, 프리미엄상품 등 시대별로 적절히 변화를 마련하며 때로는 패키지를 전면 개량하거나 브랜드 수를 대담하게 줄여 원점으로 회귀하는 등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모습은 행복 연구적인 관점에서 매우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넛지

행복연구 가운데 기업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 또 하나 있습니다.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에 따라 과제를 해결하는 ‘넛지(nudge)’라는 방식입니다.

넛지의 본래 뜻은 타인을 팔꿈치 등으로 슬쩍 찌름으로써 행동을 촉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캐스 선스타일이라는 법률학자와 함께 책 ‘넛지’를 저술한 사람은 리처드 탈러 교수입니다.


▲넛지 사례 1 :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는 바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 사례입니다.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 관리자들은 남성들이 볼일을 볼 때 튀는 소변으로 인한 얼룩과 악취로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그들은 대책으로 남성용 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그러자 남성들은 본능적으로 소변줄기를 파리에 명중 시키려 했고, 결과적으로 소변이 튀는 것을 80%나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대상자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선택이 사회에 있어 바람직한 선택과 겹쳐져 결과적으로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선택지를 디자인 하는 것이 바로 넛지입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을 고안하는 사람을 ‘초이스 아키텍트(Choice Architect)’라 부릅니다.


▲넛지 사례 2 : 일본 안경브랜드 JINS의 케이스 진열

일본의 안경브랜드 JINS는 컬러 그라데이션으로 구분된 케이스에 안경을 진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안경 착용 후 안경을 원래 있던 자리에 원위치 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고, 점원들이 다시 진열을 다시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진열대 디자인도 넛지 중 하나죠.


▲넛지 사례 3 : 일본 요코하마 랜드마크타워 에스컬레이터

요코하마의 랜드마크타워 메인 입구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반원형의 형태를 띠고 있어 상행과 하행이 원형으로 흐르는 듯한 형태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러한 형태로 만듦으로써 빈 한쪽 면을 먼저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에스컬레이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넛지의 이점은 행동 유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상의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비용이 발생하죠. 그에 반해 넛지는 디자인을 바꿈으로써 행동을 유도합니다.


▲넛지 사례 4 : 당나귀 우화

당나귀 우화를 예를 들어 생각해 보세요.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데만 급급한 두 당나귀가 ‘서로 협력하면 된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해결방법으로서 사료 한 쪽에 물을 두는 인센티브를 주면 두 마리 다 한 방향으로 함께 가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물 두는 비용을 원치 않을 경우 사료 양의 디자인을 바꾸면 비용발생 없이도 원하는 행동 유도가 가능합니다.


행복연구의 가능성

행복연구 자체를 돈으로 연결되기 힘들지만 하나의 툴을 만듦으로써 유효한 프로모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자가 ‘덴츠 팀해피니스’를 조직했던 때는 10년 전입니다. 당시 구성원은 마케터 중심이었기 때문에 마케팅 이상의 확산은 어려웠지만, 지금 디지털 영역과 크리에이터까지 함께 행복연구를 활용한다면 매력적인 프로모션안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연구는 경제학의 영역에서 행복과 소득의 관계를 측정하는 단계를 거쳐 이제는 광고 프로모션으로 활용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탈러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으로 행복연구가 재조명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