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문화가 되다
11월 11일이 지나고 출근길에 올라탄 베이징에서의 택시에서 기사가 인사처럼 묻습니다.
이번에 뭐 샀어요?
사무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직원들끼리 첫 사가 이번에 뭐 샀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되는데요. 바로 글로벌 최대 온라인 쇼핑 잔치인 중국 알리바바의 쐉쓰이(11절)에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이쯤 되면 쇼핑이 아니라, ‘문화 현상’이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100만 명이 즐기면 패션이고, 500만 명이면 트렌드가 된다. 1000만 명이 이용하면 컬쳐다.
2013년 10월 카카오톡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을 때 CEO였던 김범수 의장이 했던 멘트입니다. 중국 11절,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쌍11절의 어원은 한국으로부터
쌍11절은 본래 2009년 알리바바(Alibaba, 마윈 회장)가 꽝꾼지에(光棍节)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연말 온라인 쇼핑 기획전 중 하나였습니다. 2009년이면 중국의 포털사이트나 서비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 벤치마킹에 전념했던 시기였죠.
꽝꾼(光棍)은 한국어로 ‘홀아비’, 또는 ‘싱글’을 뜻하는데요. 어원은 한국의 ‘빼빼로데이’에서 유래합니다. 한국에서 11월 11일 날 젊은 층에 인기를 끌던 ‘빼빼로데이’는 소재 자체가 중국 젊은이들에게도 활용하기 좋은 기획이었던 셈입니다.
실제 2009년 쇼핑몰 기획전 콘셉트가 싱글인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날이었는데요. IT나 화장품 같은 대학생들을 겨냥한 저가형 제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저가형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2009년 당시 매출액을 8천만 위안이나 달성했죠. 그리고 2017년 올해는 처음 시작보다 약 1,700배 성장했다고 합니다.
쇼핑에서 4차산업 혁명을 실험하다
▲2017년 매출액 1683억 위안 달성 (출처 : www.chinainternetwatch.com)
2017년 11월 11일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에서 단일 매출액 1,682억 위안을 돌파했습니다. 한화로는 약 28조 원을 하루 만에 판매한 것과 같은 금액인데요. 참고로 2017년 대한민국 국방예산이 40조 원 수준입니다. 또한 이 수치는 작년 보다 약 40%가 증가한 수치인데요. 이 외에도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은 총 8억 1,200만 건 주문, 14만 개 이상의 브랜드에서 1,500만 가지 상품 등록 등 여러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특히 올해가 예년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매출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중국은 이번 쌍11절에 중국의 4차 산업 기술을 총동원해 세계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실험1. 알리바바 AI 로봇 총출동
로봇1. 젠빙(尖兵)
젠빙은 온라인 방문 및 결재 트래픽이 과부하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로봇입니다. 약 1,000명의 엔지니어 역할 담당할 수 있죠.
로봇2. 루반(鲁班)
루반은 티몰의 쌍11절에 맞춰 배너 4억 개를 만들었습니다. 1초당 8,000개, 하루에 4000만 개의 배너를 제작했습니다.
로봇3. 뎬샤오미(店小蜜)
인공지능 딥러닝 기반의 고객 상담용 챗봇으로 하루 1,000만 건 이상의 대화를 기록합니다. 350만 명의 고객을 응대하고 있으며, 소비자 사용 언어의 90%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로봇4. 톈마오즈쉬안(天猫智选)
스마트 화물 분류 시스템입니다.
로봇5. 구매 큐레이션 도우미(机器导购员)
스마트 상품 추천 시스템 소비자 취향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에 맞는 일대일 제품 추천 큐레이션 서비스의 일종입니다.
로봇6. 톈쉰(天巡)
조 단위의 데이터를 분석해 시스템상의 오류를 잡아내는 로봇입니다. 알리바바는 향후 엔지니어 없이 톈쉰 한대가 독자적으로 2만 대의 서버를 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텐쉰 로봇 (출처: www.chinainternetwatch.com)
로봇7. 다링(达灵)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통제 중앙 시스템입니다. 지난해 쌍11절에 20명의 엔지니어가 담당한 업무를 올해에는 다링이 도맡으면서 데이터 자원 배분의 무인화가 기능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죠.
로봇8. 치젠창(旗舰仓)
선반에 놓인 화물을 분류 직원에게 가져다주는 업무 담당입니다. 기존에 사람이 직접 화물을 옮겼을 때는 1인당 하루 8만 보를 걸어야 했지만 이제는 치젠창의 도움으로 많아야 2~3천 보만으로 물류 배송이 기능해졌습니다.
▲알리바바 지젠창이 배달한 물건을 옮기는 모습 (출처: 涨停板摇篮 10월 17일자)
로봇9. 샤오G얼다이(小G二代)
배송 로봇 차이냐오샤오G(菜鸟小G)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이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고 오가는 행인을 피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로봇10. 마이주어루어(蚂蚁佐罗)
안면인식을 통해 사람을 식별해주는 로봇으로 배송 식별에 활용됩니다.
※로봇 관련 내용은 봉황망코리아, '알리바바, 10가지 신기술 쏟아부었다'를 참고했습니다.
올해 쌍11절에는 90%가 모바일 결제로 이루어져 First 모바일에서 Only 모바일 시대로의 안착을 보여 주었습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현금도 신용카드도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적 있습니다.
▲2017년. 알리바바가 만든 오프라인 무인 편의점 타오까페 (출처 : www.storm.mg)
이번 쌍11절에는 무려 60만 개 편의점, 3만 개 지방 쇼핑센터 참여와 알리바바의 무인 상점이 연결되어 쇼핑을 도왔는데요. 온라인 주도의 O2O가 현실화된 셈입니다.
필요와 우려, 애매한 경계
올해 쌍11절은 매년 경신 되는 신기록과 앞서 소개한 자동화 기술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액이 카운팅 되는 광경은 흡사 스포츠 중계를 보듯 묘한 희열까지 생기게 했죠.
기술은 필요에 의해 탄생합니다. 단기간 많은 양의 주문 데이터 처리, 실제 배송이 가능하도록 알리바바는 오래전부터 자동화와 로봇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불필요한 과소비를 조장하거나, 자원이 순간적으로 집중되어 다른 곳은 불통이 되는 경우도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2017년. 택배 상자와 포장 박스가 뒤엉켜 있는 모습 (출처 : IFENG NEWS)
대표적인 경우가 넘쳐나는 물량의 배송을 위해 사람이 앉아야 할 열차의 좌석까지 동원된 경우죠. 넘쳐나는 쓰레기도 문제입니다. 순간적인 소비 때문에 발생한 택배 박스를 치우지 못해 환경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런 무분별한 소비로 환경과 우리 생활에 좋아진 점이 무엇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견해가 최근 중국 언론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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