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지만 동시에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대원 CD가 말하는 정답은 ‘광고인’입니다. 공대 출신이지만 과감히 결단해 광고인이 된 지 어느덧 24년 차가 된 김대원 CD는 다시 태어나도 광고를 택할 만큼 광고에 대해 애정이 깊었는데요. 김대원 CD가 말하는 아이디어 발상법과 좋은 광고의 본질에 대해 들어봅니다.
카피라이터 아닌 카피Thinker!
광고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분
금속재료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대원 CD는 무심코 발견한 카피 한 줄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평범한 문장에 마음을 빼앗긴 이유가 궁금합니다.
“광고 대행사 모니터 요원을 뽑는 광고의 카피였는데 딱 제 이야기 같더라고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광고 분야에 심리적인 허들이 있어 망설였죠. 뭔가 잘나고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일 같았거든요. 그런데 저 문구가 용기를 줬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 후 1년을 광고에 ‘미쳐’ 살았습니다. 그리고 과감히 전공을 포기하고, 광고인이 되기로 했죠. 1지망도 2지망도 카피라이터로 쓰고 면접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당시 면접에서 공대생인데, ‘글 잘 쓰냐’고 묻더라고요. 그때는 용기가 많아 당돌하게 대답했죠. 카피라이터라는 직무 명은 카피를 쓰는 writer라고 단순하게 정의 내리고 있지만, 사실 카피라이터보다는 ‘싱커(Thinker)’가 직무의 특성에 맞고 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그 역할이라면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어요. 면접관이 “어, 그렇지”라고 하는 순간 합격을 직감했습니다(웃음).”
“광고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 주는 일”
열정을 가지고 용기 있는 길을 선택한 김대원 CD가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캠페인은 CD가 된 초창기 제작했던 라푸마와 서해그랑블 광고 캠페인입니다. 두 광고 캠페인 모두 임팩트 있는 카피가 돋보이는데요. 라푸마의 광고 캠페인은 “도전은 색깔로 기억된다’고, 서해그랑블은 ‘드러냄은 깊이를 이기지 못하고 화려함은 푸르름을 넘지 못한다’가 메인 카피입니다.
“광고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거지만, 결국 만드는 사람의 프리즘을 통과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광고인이 어떤 철학을 갖고 만드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두 카피 모두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저의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 있어 좋아합니다.”
김대원 CD가 제작한 다른 광고 캠페인들 역시 ‘김대원’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그만의 철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녀 무용수가 신용카드 세 개 두께인 2.57mm의 TV를 들고 우아하고 섬세한 춤을 추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붙여, 보다’ 편도 김대원 CD가 제작했는데요. 얇은 두께 덕분에 벽에 붙일 수 있어 마치 예술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다는 콘셉트를 잘 보여줍니다.
▲대한한공 ‘멀리 떠날수록 나에게 가까워졌다' (출처 : www.tvcf.co.kr)
▲대한한공 ‘바람을 쐬어야 힘이 나는 건, 사람도 마찬가지' (출처 : www.tvcf.co.kr)
대한항공 시보 편 역시 ‘멀리 떠날수록 나에게 가까워졌다’, ‘바람을 쐬어야 힘이 나는 건, 사람도 마찬가지.’ 등 한 줄의 임팩트 있는 카피로 10초 짧은 영상에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 최근에는 ‘LG V30 보랏빛 하늘’ 광고 캠페인을 제작했는데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상미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광고인에게 월요병이 없는 이유?!
수십 편의 성공 광고 캠페인을 제작한 김대원 CD. 그에게 광고는 즐거움과 힘듦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직업이라고 합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광고 지망생들에게 하는 얘기는 딱 하나예요. ‘광고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직업이고, 두 가지를 가지고 거래할 수는 없으니 선택은 너희들 몫’이라고요. 저는 광고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즐거워요. 물론 힘들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도, 시각화하는 작업도 즐겁죠. 또 광고 덕분에 제품이 판매됐다는 이야기도 즐겁죠. 광고는 우스갯소리로 월요병이 없는 직업이라는 말을 해요. 왜냐면 일요일이 없으니까. 그런데 저는 재미있기 때문에 월요병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원 CD가 광고를 만들 때 즐겁고 재미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몰입하는 즐거움에 내 생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사람들은 결국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직업이 다 의미 있지만, 특히 광고는 나를 통해서 색다른 게 만들어져 세상에 비친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아이디어 발상법 1.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접근하라!
늘 즐겁지만 동시에 힘든 광고일. 많은 광고인이 아이디어가 꽉 막힌 듯 떠오르지 않을 때는 힘들고 외로운 순간을 겪게 됩니다. 김대원 CD는 아이디어 발상 노하우에 대해 ‘평상시에 무엇을 했는지’가 답이라고 하는데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결정합니다. 월, 화, 수, 목, 금요일까지 성과가 좋은 이유는 주말에 무엇인가 노력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디어가 잘 나오는 시점에 무엇을 했는지는 발상법에 대한 답이 될 수 없어요. 그때그때 다르니까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잘 나오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밀도 있게 들어가려는 노력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광고인은 스페셜리스트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광고는 전문가가 아닌 대중의 마음의 움직이는 작업이기 때문인데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끈을 잡고 내 생각과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연결시키는 일종의 중재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인은 궁극적으로 스페셜라이즈드 제너럴리스트(Specialized Generalist)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디어 발상법 2. 자신을 제한하지 말 것!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일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김대원 CD는 자기라는 존재를 정의 내리지 않은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무작정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라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나는 할 수 있어! 다 알고 싶어’라는 마음을 열어놓으면 모든 것에 관심이 생기고 그걸 흡수하게 되죠. 아무도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잖아요. 자기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게 중요하지 남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정답은 떠돌고 있어요. 우리는 그걸 단지 훔쳐오는 거죠. 내가 머리를 짜서 만드는 게 아니에요. 나를 규정짓는 벗어나서 떠도는 생각들과 일치하는 순간, 아이디어가 되는 거죠.”
‘나는 카피라이터니까’, ‘나는 아트니까’ 등 나를 규정하는 틀을 버려야 조금 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상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문제를 문제 자체로 이해하면 솔루션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 하나의 우주잖아요. 우주는 제한돼 있지 않습니다. 편의상 붙는 이름이 있을 뿐이지 누가 그걸 명명하지 않잖아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되고 싶은 게 될 수 있죠. 특히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비정형적인 일을 하는 광고인에게 이런 태도는 여러 방면에서 필요합니다.”
아이디어 발상법 3. 반은 의심하고, 반은 확신하라!
또 하나, 김대원 CD는 아이디어 발상뿐 아니라 광고를 오래 할 수 있는 비결로 ‘의심과 확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라 조언했는데요. 자세히 들어볼까요?
“확신은 가장 무서운 편견이고, 의심은 자기 부정은 가능케 하지만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어요. 반은 의심하고, 반은 확신하는 그 상태를 견지해야 합니다.”
그가 광고인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인 면접에서 자신 있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의심과 확신을 동시에 가졌기 때문인데요. 10년간 CD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던 힘도 의심과 확신의 경계를 잘 알고 긴장감을 유지한 덕분이라 말합니다.
“CD는 정말 어려운 직업입니다. 소비자와 광고주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누구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되죠. 광고주 편을 들면 순간은 넘기지만 소비자가 외면하는 광고를 만들 수 있고, 소비자 편에 선다면 광고주라는 산을 넘지 못하죠. 결국은 소비자와 광고주가 꾸는 동상이몽의 교차점을 찾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끊임없는 자기부정과 의심이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란 무엇일까요? 김대원 CD는 광고는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라고 심플하게 정의했는데요. 하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더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품을 파는 건 기본이고, 광고를 통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칸 국제광고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렇고 요즘 광고계의 흐름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입니다. 아이디어로 상처받은 사람이 위로받고, 제품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선한 영향력을 가진 광고죠.”
같은 이유로 김대원 CD는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가는 지금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디지털은 메시지를 나르는 도구일 뿐 계속 바뀐다는 생각인데요.
“광고는 움켜쥐면 터지고 놓으면 날아가는 가냘픈 새와 같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런 사람의 마음에 대해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죠.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메시지에 최적화된 도구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대원 CD는 비정형이고 통계로도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광고가 무리수인 파이값에 도전하는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 관심과 흥미를 느낀다면 어느 순간 파이값에 가까워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말했는데요. 의심과 확신의 경계에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무한대에 도전하는 김대원 CD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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