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6 : Special Edition - 新소비자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 신소비자에 대응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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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본 진 부국장 | 기획9팀
bjkoo@lgad.lg.co.kr

 
 
<광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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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와 대런 브리저(Darren Bridger)는 그들의 책 「디지털 시대의 新소비자 혁명」에서 신소비자의 세 가지 결핍 요소를 시간과 관심 및 신뢰라고 규정하면서, 이 각각의 요소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시간의 부족은 어쩔 수 없이 어떤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줄어들게 하고, 이는 또다시 신소비자로 하여금 어떤 것에 대해 보다 덜 신뢰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시간과 관심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어떤 것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 신소비자라면 그들에게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시간의 부족은 속도와 강렬한 이미지에 대한 욕구로
시간이 부족한 신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기 때문에 속도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21세기 디지털 혁명은 신소비자에게서 시간을 빼앗아 간 대신에 속도라는 훌륭한 보상을 해주었다.
god의 노래 <길>이 인기가요순위 1위를 차지하는 데 불과 3주 밖에 걸리지 않았고, 성대모사 전문가인 배칠수가 만든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전화통화’ 유머는 온라인을 통해 불과 몇 주 만에 수백만의 국민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속도는 시간의 간격을 줄이고 공간의 벽을 허물면서 우리 사회의 거부할 수 없는 문화현상으로 다가왔고,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방법론, 그리고 표현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그 단적인 예로 신소비자들은 ‘말과 글’이 중심이 되고 논리와 설득으로 가득 차 있어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메시지 중심의 광고보다는, 시각적 이미지나 청각적 자극으로 구성되어 보고 듣는 순간 하나의 ‘인상(impression)’으로 각인되기 쉬운 이미지 중심의 광고를 더 좋아하고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사실 TV 광고가 전체 방송시간의 10%로 늘어나면서, 1시간짜리 드라마 한편을 보기 위해 20개의 광고를 ‘봐줘야’ 하고, 그것도 같은 모델이 등장하는 정수기 광고와 냉장고 광고, 그리고 이동통신 광고를 동시에 보고 난 뒤 무언가를 기억해야 한다면, ‘논리적 설득’이라는 꿈을 꾸기보다는 ‘어떤 하나의 이미지를 남길 것인가’ 하는 소박한 꿈을 꾸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게다가 4개의 공중파 방송과 29개의 케이블 방송, 그리고 80여 개의 위성방송 채널이 매 순간 어마어마한 볼거리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광고 한편의 이미지를 소비자의 기억 속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 광고주들은 더욱 창조적이고 흥미진진하며 화려한 광고를 만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인가, 영화와 광고를 넘나드는 정교하고 놀라운 특수효과,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카메라 각도와 이동 기법 등이 속도에 습관화되어 참을성이 없어져버린 신소비자의 시선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데이비드 루이스와 대런 브리저는 그들의 책에서 흥미로운 자료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1978년에서 1991년 사이에 미국에서 방영된 30초짜리 TV 광고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쇼트길이(ASL; Average Shot Length)’가 3.8초에서 2.3초로 매우 짧아지면서 광고 1편당 평균 화면 수가 7.9개에서 13.2개로 늘어났다는 것이다(<표> 참조).

광고가 최대의 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 쇼트는 내용곡선이라고 불리는 최고 정점, 즉 시청자들이 관련된 모든 정보를 이해하고 다음 쇼트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그 순간에 잘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정점을 지나서 컷이 되면 시청자들은 지겨워 할 것이고, 그 이전에 컷이 되면 오히려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언제 컷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심리학적인 지점은 이미지의 복잡성과 시청자들의 시각적 능력에 의존한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따라서 허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현란한 전자게임으로 훌륭하게 연마된 신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적당히 빠른 속도의 이미지 진행은 감정적인 에너지를 증가시켜 더욱 강력한 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광고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함께 적용되어 과거에는100분짜리 영화 한편이 130~150개의 신(scene)으로 구성되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180~250개의 신으로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광고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적, 관심 부족
시간이 부족한 만큼 시간을 절약하고자 노력하고, 그에 따라 속도의 노예가 되어버린 신소비자들은 결과적으로 관심 영역이 극히 좁아지게 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는 그러한 무관심은 무감각으로 전이되고, 무감각은 무반응으로 이어져 감각과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광고주의 재정적 부담을 훨씬 가중시키고 말 것이다.
이러한 무관심은 광고가 가장 무찌르기 힘든 적이다. 필요없는 우편물은 손에 닿기도 전에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아침마다 컴퓨터를 켜면서 확인하는 지겨운 광고성 스팸 메일도 단 한번의 마우스 조작으로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또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하루에 두 번 이상 오르락내리락 하면서도 와이드컬러 광고에 비스듬히 누워 있던 여자가 누구였는지, 그 광고가 어느 화장품 광고였는지 기억해 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듯 앉으나 서나, 걷거나 타거나 무수히 많은 정보와 광고 속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수신되는 것들의 99% 이상이 의식에 도달하기도 전에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는 가장 큰 이유가 무관심인줄 알고 있다면, 더 이상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에 매달려 우리의 아까운 광고비를 낭비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What’s in it for me?
절대시간이 부족한 신소비자가 광고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의미 있고 지적이며 실용적인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는 구체적인 영역을 파악하여 직접적이고도 개인적으로 호소할 수 있도록 광고 메시지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 한 예로 2001년에 집행된 LG전자 ‘Xcanvas PDP’의 신문광고(광고 1)를 들 수 있다. 이 광고는 PDP의 프레스티지 이미지(prestige image)를 잘 유지하면서도 PDP가 어울릴 수 있는 구체적인 사용 장면을 침실과 거실, 그리고 휘트니스 룸 등으로 보여줌으로써 상류층(upper class) 중심의 핵심 타깃들이 충분히 관심과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광고라 할 수 있다. 역시 2001년에 시리즈로 전개된 LG전자의 기업PR ‘디지털LG’ 광고(광고 2)도 ‘디지털 기술’이라는 매우 어려운 내용, 그래서 자칫 메이커의 일방적인 외침으로 그칠 수도 있는 내용을 자연생태계의 신비하고 오묘한 학습적 이야기와 함께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적절히 자극한 좋은 광고의 예라 하겠다.
그런데 바로 이 ‘관심’은 광고가 그 효과를 발휘하는 가장 중요한 첫번째 필요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 영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파악과 연구가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수백만, 수천만 고객의 관심 요인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것은 소매기술의 개선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 여러 기업들에 의해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유행처럼 시도되어 온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 바로 그것인데, 아마 CRM은 신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신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효과적인 기초자산이 될 것이다.

‘선호’가 신뢰를 높인다
앞서 말한 데이비드 루이스와 대런 브리저는 그들의 책에서 “신소비자 정신의 핵심은 진품에 대한 강력한 욕구”라고 말하면서, “신소비자가 이러한 진품성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 제품이 갖는 고품질 때문이 아니라 진품의 소유를 통해 현실의 자신과 이상의 자신 간에 존재하는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라 덧붙이고 있다.
신소비자의 진품성에 대한 강한 욕구는 당연히 세 번째 결핍 요소인 신뢰의 부족에서 파생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렇듯 부족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선 우리 주변의 많은 사례를 보면 신뢰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소문(word of mouth)임은 분명한 것 같다.
1997년 조앤 롤링(J. K. Rowling)이 쓴 11세기 마법사 이야기 「해리 포터」 시리즈의 경우<그림 1>, 단기간에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데에는 의도되거나 또는 의도되지 않은 메이븐(maven, 초기 채택자)들의 강력한 소문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또 최근 한국 영화시장에서 연속적으로 최다관객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집으로...> 역시 초기 시사과정 또는 초기 관람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의 힘이 그대로 영화의 흥행으로 연결된 경우이고<그림 2>, 오늘날 ‘딤채’가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고 있는 저변에도 런칭 단계의 초기 사용자들이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발설한 소문들이 힘을 발휘해 그것이 브랜드에 대한 총체적 신뢰를 가져오게 된 경우라 하겠다. 한편 2년 전 개봉했다가 참담한 흥행실패를 당한 영화 <고질라>는 막대한 홍보비용을 투입하고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에 근거한 진품성을 인정 받지 못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그림 3>.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소문 이상으로 브랜드의 신뢰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광고이다. 그리고 광고에 대한 호감이 광고 메시지의 신뢰성이나 신빙성에 영향을 주어 궁극적으로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 이미지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오길비 센터의 전 연구소장 마이크 브리지워터(Mike Bridgewater)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광고는 그들을 설득하는 데 매우 큰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좋아할 만한 광고들은 브랜드에 대한 태도의 감정적인 요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광고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된다. 결국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고, 그래서 신뢰도 부족한 신소비자들에게 인정 받는 좋은 브랜드가 되는 길목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좋은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 우리 광고인들의 막중한 책임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