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 BANG! BANG!
심 의 섭
CR센터 Chief copy / adel@hsad.co.kr
아이돌 그룹 하면 어리고 예쁘고 춤만 잘 춘다는 선입견. 이미 사라졌다.
어른이 된 아이돌 그룹들은 아직도 건재하고, 다방면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뽐낸다.
노래 ・작사 ・연기 ・뮤지컬・패션 ・디자인…. 각자가 잘 하는 분야에서 당당히 이름을 날린다.
지디가 리더로 있는 빅뱅! 5명의 빅뱅은 노래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다양하지만,뿌리는 하나다.
창조적인 생각이 기본이 되는 곳.
거짓말
빅뱅의 다섯 멤버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까요?
지디·태양·탑·대성·승리. 빅뱅이 은퇴한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팬들은 턱도 없는 거짓말이라며 빅뱅의 공식적인 발표를 원했죠. 그즈음 홀로 또는 유닛으로 활동하던 그들은 광고회사들이 많은 강남에 작은 건물을 하나 임대했고요. 빅뱅애드가 사람을 뽑는다는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고, 거짓말처럼 빅뱅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여 명의 단출한 규모지만 관심은 우주 빅뱅급인 광고회사 출범!
붉은 노을
시디는 누가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겠죠. 시디는 지디! 이름에 디가 들어가지요. 운명입니다. 기획은 대성이지요. 서글서글하니 할머니도 아이도 어른도 다 좋아하는 대성이 아니면 누가 합니까. 아트디렉터의 필을 팍팍 풍기는 멤버는, 영화배우이기도 한 탑이 딱이죠. 아트의 필수품인 매킨토시를 만드는 회사, 애플의 느낌이랄까요. 승리는 카피라이터가 제격인 듯합니다. 조용조용 뭔가를 하지만 확 지를 줄도 아는 카피라이터요. 태양은 뭘 해야 할지 골치 좀 아팠다고 합니다.
아트·기획·카피 뭘 해도 잘 할 타입이라 하나만 맡기기가 아쉬웠다나요.
(제가 개인적으로 태양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등하게 좋아합니다. 오해는 금물!). 고참 카피라이터의 임무를 맡았습니다.
빅뱅은 붉은 노을이 지는 회사 건물 옥상에서 광고계의 빅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후문입니다.
맨정신
느지막한 아침. 논현동 빅뱅애드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키 큰 남자 한 명이 나옵니다. 탑이군요. 햇빛에 눈이 부신지 찡그린 눈썹에 지나가던 여자가 헉~ 숨을 멈춥니다. 피곤에 찌든 얼굴이지만 그마저도 멋지군요.
어젯밤 편집실에서 새벽까지 밤을 샌 후 TVC에 연동한 인쇄광고 작업에 완전 날밤을 깠네요.
오늘이 피티 날이니 당연하지만 탑은 힘이 듭니다. 완벽주의자 지디가 시디라서 그런가요. 음반작업 때보다 더한 독종입니다. 하나를 완성해서 보여주면 완전히 뒤집어 놓아 진도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매킨토시 옆에서“ 자간 1mm 왼쪽으로 움직여라, 폰트가 마음에 안 든다, 마젠타 100은 촌스럽다 98로 해라~” 잔소리 잔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마지막 완성된 광고물을 보니 때깔이 달라 뿌듯했지만, 맨정신으로 견디기엔 힘이 듭니다.
어서 집에 들어가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주차장을 향하는 탑의 발걸음이 휙휙휙 빨라지네요. 그래도 탑은 낫습니다. 대성은 전략 부분 피티 장표를 쓰느라 밤새고, 말이 자꾸 씹혀 죽을 맛입니다. 정장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걸리적 걸리적. 맨정신으로 버티려니 피가 마르는 듯하지요.
까다로운 지디는 마지막까지 카피를 수정 중이네요. 대성이 됐다 됐다 아무리 말을 해도 소귀에 경 읽기. 태양과 승리는 어허,‘ 카피라이터가 무슨 자판기야! 말만 하면 뚝딱 고치게~’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지디는 정말 완벽주의자네요.
피티는 1시. 11시 반에는 출발해야 합니다. 30분 남겨놓고 장표의 카피를 수정하면 어쩌란 말인가. 어찌어찌 출발합니다. 멤버들을 들들 볶던 지디가 차에선 포커페이스를 유지합니다. 의자에 깊숙이 누워 두 눈을 감고 아무 말도 없네요. 운전대를 잡은 승리는 마음이 급합니다.
빅뱅애드가 출범하고 첫 피티. 이걸 따와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선가.
아니면 원래 성격인지, 차가 막히면 어쩌나, 늦게 가면 큰일인데~ 걱정이 많습니다. 대성은 뒷자리에서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기합이 잔뜩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대박이야 대박이야만 반복하네요. 승리는 살짝 짜증이 납니다.
승리의 함성
피티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피티장 부근에선 작은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빅뱅의 팬들이 어찌 알았는지, M자동차 광고 수주 피티장 앞에서 성공을 응원하는 모습이었지요. 피티 시작 전 자신들을 소개하는 시간.“ 시디 권지용입니다, 기획 강대성입니다~” 최승현 아트와 동영배 카피, 이승현 카피 등 팀원 소개도 있었지요. 약간의 낯섦. 광고주는 신기하다는 눈빛입니다. 화려한 지디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났습니다. 광고주는 지금까지와 다른 크리에이티브에 놀랐습니다.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예감이 들었지요.
다음날 아침. 논현동 빅뱅애드에는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M자동차 광고 수주. 지디는 당연히 우리가 할 줄 알았다며 시크합니다.
대성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네요. 태양과 탑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합니다. 승리는 내 이름이 승리인데 당근 승리해야지~ 그날 광고계는 술렁였고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광고계의 빅뱅!
M자동차 광고를 시작으로 빅뱅애드는 무섭게 치고 올라갔습니다. L사의 스마트폰, S사의 냉장고에 이어 글로벌 광고주인 미국 P사의 광고를 전부 맡게 됐지요. 한류스타로 외국에서 인지도와 신뢰성을 가진 빅뱅이 움직이니 글로벌 광고주 영입이 다른 광고회사보다 많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광고계에 빅뱅을 일으킨 빅뱅애드. 1년이 못 되어 일본의 덴츠가 합작을 제의합니다. 중국과 태국에 지사를 내자는 투자자들의 제의가 물밀듯이 들어오네요. 빅뱅 멤버들은 잠시 고민하다 모든 제의를 거절합니다.“ 저희는 문어발식 싫습니다.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를 낼 수 있는 만큼만 하겠습니다. 우리는 크리에이터니까요!”
빅뱅애드, 고객의 마음을 향해 정확히 귀사의 제품을 BANG BANG BANG! 빅뱅의 크리에이티브는 판타스틱 베이비입니다.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상상이지만, 빅뱅은 광고를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멋진 오빠로, 영원한 뮤지션으로 남아주길 바라요. 절대, 그들이 광고를 하면 제가 설 자리가 좁아질까봐 그런 건 아닙니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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