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 현 종
대표 CD - Chief Creative Director / jjongcd@hsad.co.kr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지.” 조디 포스터하면 영화 <콘택트>가 떠오르고 <콘택트> 하면 당연 이 말이 제일 처음 날아들어 온다. 혹여 낯선 날, 낯선 곳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별들을 만났을 때도 오뚝한 콧날의 그녀 옆에는 늘 이 자막이 수퍼된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의 왠지 모를 불안과 우울 -나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인지 모르겠지만-은 긍정적으로 회복되면 겸손이라는 삶의 항체를 갖게 해준다.
그러고 보니 현대인들의 멜랑콜리가 더욱 창백한 색을 띠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 별이 사라지고서부터인 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가장 독특한 여행자를 꼽으라면 단연 사비에르 드 메르스트다. 드 메르스트는 용기없고 가난한 자들을 위한 여행서인 <나의 침실 여행>과, 2편 <나의 침실 야간 탐험>이라는 역사상 가장 짧은 거리에 해당하는 여행의 기록을 남겼다. 파자마 갈아입기, 소파 다리의 우아함 감상하기, 소파에서 침대 바라보기 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넘어 2편에서 그의 여행의 세계는 창문으로까지 확대된다. 창문으로가 밤하늘을 올려볼 것을 권한다.“ 지금 하늘이 잠들어 있는 인류를 위해 펼쳐 놓은 이 숭고한 광경을 보고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탄식과 함께.
드 메르스트가 별을 관찰하기 위해 가장 짧은 거리의 여행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거리의 별여행을 목도 중이다.
이상하게도 우주선이나 우주여행은 CIA나 FBI만큼 낯설지 않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도착한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지 모른다. 미드와 영화 콘텐츠들의 범람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역시 영화는 영화고 다큐는 다큐다. 어느 날 아침, 우리는 플루토(명왕성) 사진이라는 것을 자세히 보게 됐고 그들에 관한 숱한 이야기들을 듣게 됐다. 사실 행성의 모습이야 매일반이다. 다만 우리 태양계의 맨 마지막 행성이라는 애틋함 때문에, 그리고 과학적으로 따지고 들면 행성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플루토는 행성의 기준에 맞지 않아 2006년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었다-비극성에 기인한 건지 모르겠지만 돌연 이 아이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지니, 그놈의 정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나마 플루토-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의 저승신인 하데스의 로마식 표기이고 명왕성은 일본인들이 붙인 호칭이다. 우리말로 하면 저승별 정도-에 대한 뉴호라이즌호의 의식(Ritual)은 작지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랜드피아노만한 크기의 뉴호라이즌호가 저승별을 찾아 떠난 건 9년 6개월 전의 일이다.
이 뉴호라이즌호에는 탐사를 위한 과학적인 도구 외에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들이 들어있었는데, 이를테면 1930년 플루토를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의 분골 일부, 뉴호라이즌호가 제작된 메릴랜드 주의 25센트 동전 등이 그것들이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플루토와 플루토를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의 만남을 주선했다. 수많은 지구인 중에 플루토가 선택한 이름 클라이드 톰보와 저승왕인 플루토를 만나게 함으로써 톰보에게 마지막 예를 다한 것이다. 그리고 25센트 동전은 플루토의 위성인 카론을 위해 준비했다. 카론은 플루토의 위성으로 저승의 강 스틱스를 건너게 해주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건넜던- 뱃사공의 이름이다. 25센트는 저승의 강을 건널 때 카론에게 건네줄 뱃삯이다. 뉴호라이즌호는 우주선이기도 하지만 별을 찾아 떠난 꽃상여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기만의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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