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8 : 칸에서 장 보고 직접 만들어 먹은 음식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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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장 보고 직접 만들어 먹은 음식


徐 敬 宗

ProjectxT팀 부장 / marstour@hsad.co.kr


6월,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숙박·항공·식비 등 모든 것을 회사에서 지원받은 교육 출장이었고, 올해는 연차 및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는 휴가라는점이 달랐다. 대부분의 참관자들이 회삿돈으로 페스티벌을 참관하니 칸 참관에 얼마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지 감이 없을 것이다. 행사 일반 패스가 약 480만 원(3천800유로), 항공권이 약 280만 원, 숙박비가 최소 70만 원으로, 아껴 잡아도 800만 원 이상 드는 꽤나 비싼 코스이다.

다행히도 참관 패스는 작년 현장에서 진행된 사진공모전 우승으로 조달했지만, 숙박·항공권·식비 등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없는 형편에 6개월 된 젖먹이와 육아에 지친 아내를 홀로 두고 갔으니, 몸은 지중해 바닷물에 담그고 있지만 맘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프로액티브한 조치로, 지출이 불가피한 고정항목을 제외하곤 최대한 아끼겠다고 아내에게 선언하고,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떠오른 것이 식비였다. 안 사먹고 안 마시면 되는 것이다.


바닷가 여행지에서의 요리의 즐거움

칸에 가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세운 목표는 현지에서의 식사는 가급적 ‘해먹는다’였다. 그러기 위해 숙소는 주방이 딸린 아파트먼트를 빌렸다.

7박8일에 66만 원이라는 파격가에도 불구하고 오븐·전자레인지·냉장고·식기·커피포트·토스터 등 식사 조리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심지어 치즈 그라인더와 훌륭한 와인 잔까지 준비되어 있었으니 미식의 나라다웠다.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 중 가장 큰 즐거움일 것이다. 하지만 그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오전 10시, 코트 다쥐르 해변에서 모닝 수영을 마친 후 반바지에 조리를 신고 동네 주민인 것처럼 장바구니 달랑 들고 시장으로 향한다.

나무상자에 진열된 색색의 채소들을 손에 들고 향기 한번 맡고 이리저리 살펴본 후 주인과 흥정한다. 그리고 장 본 재료로 숙소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그림. 뭔가 트렌디해 보이고 여행의 로망을 자극하지 않는가?

경제적 이유에서 시작한 셀프 취식은‘ 있어보임’이라는 슈가 코팅을 통해 스스로 위안을 찾았다. 칸은 앙티브·니스·모나코·에즈와 함께 코트 다쥐르 해안가에 위치한 바닷가 도시이다. 바다가 지척이라 해산물 메뉴가 대표적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사실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본 음식은 파스타와 피자였다. 이태리도 아니고 이상하다 할 만큼 화덕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레스토랑이 많았는데, 그 맛 또한 훌륭했다. 의아한 생각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태리 사람들이 많이 정착해 그렇다고 한다(정말인지는 모르겠다). 심지어 아주 자그마한 24시 슈퍼마켓에서도 파스타 면·토마토소스 등 이태리 요리에 필요한 것들을 메인 섹션에 갖춰놓고 있는 걸 보니 이곳 사람들은 파스타와 피자를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담근 면 조리법’으로 5분 만에 만든 파스타

칸에 도착하자마자 24시 슈퍼마켓에서 2.2유로짜리 스파게티 면과 토마토소스를 구입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도 파는 흔한 스파게티 면으로, 일곱 끼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불어로 적혀있었지만 ‘10min’만은 읽을 수 있었기에 가이드대로 면을 삶아 토마토소스만으로 파스타를 만들었다. 칸에서의 첫 끼였다. 아침·점심은 먹지 않았다.

돈 때문은 아니고, 다이어트 겸 당시에 1일1식을 하고 있었다. 저녁 한 끼만 해결하면 삼시세끼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한 끼 먹는 저녁이지만, 식사 준비에는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었다.

행사장에서 종일 있다 오후 5시 30분에는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곧바로 저녁 7시에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녁 메뉴는 2.2유로 스파게티 면을 활용한 다양한 파스타였는데, 파스타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면 삶는 시간이라도 아끼고자 담근 면 조리법을 활용했다.‘ 담근 면 조리법’이란 파스타 면을 찬물에 미리 몇 시간 담가두어 건조면이 수분을 빨아 먹게 만든 후 조리하는 것이다.

보통 파스타는 면을 삶는 것이 상식인데, 건조면을 찬물에 미리 담가두면 생면처럼 쫄깃쫄깃한 식감의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삶지 않고 물에 담가만 두어도 파스타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시중의 시판 면이 이미 삶은 면을 건조한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난호에 다룬 까르보나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뜨거운 면에 소스를 부었을 때 달걀노른자가 익어 굳어버리는 것 때문이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크림을 넣지만, 담근 면을 사용할 경우에는 면이 차갑기 때문이 그런 실패가 없다. 담근 면 준비를 위해 전날 밤 면을 생수에 담가뒀다가 다음날 아침 물은 버리고 면만을 건져 랩에 포장해두었다. 마치 칼국수 생면을 소포장해둔 모습을 상상하시면 되겠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저녁, 숙소로 돌아와 베이컨을 볶고 달걀노른자에 파마산 치즈를 갈아 면에 뿌려먹었다. 만드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담근 면은 뜨거운 파스타와는 다른 독특한 식감이었다. 삶은 면은 탱탱함이 장점인 반면, 담근 면은 마치 방금 반죽해 면을 뽑아낸 것 같은 쫄깃한 식감이 뛰어났다. 그리고 면이 차가웠기에 달걀·파마산치즈·통후추가 재료의 어울림 속에서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집에서 담근 면을 만든다면 면에 충분히 수분을 흡수시킨 후 랩에 소포장하여 냉장보관하면 이틀 정도는 간단하게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담근 면은 까르보나라나 명란 스파게티 등 불을 많이 안 써도 되는 파스타를 추천 드린다.

칸에 가서 항상 저녁을 해먹은 것만은 아니다. 회사 분들도 가셨기에 슬쩍 숟가락 얹어 외식도 했다. 칸의 레스토랑 한 곳만을 소개한다면 BRUN이라는 해산물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싶은데,‘ ASTOUX et BRUN’은 1953년 개장한 레스토랑으로 신선한 굴·새우·랍스터 등의 해산물 플래터가 주 메뉴인 곳이다. 레몬 몇 개와 생굴·찐새우·찐크랩이 얼음 깔린 커다란 접시 위에 서빙되는데, 생굴과 레몬즙의 조화가 산뜻하다. 새우나 크랩은 간장 고추냉이(와사비)나 초장이 있었다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작년에는 갔을 때는 할리우드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도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와서 줄 서서 먹을 정도였으니 나름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항상 긴 줄이 생긴다. 식사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가길 추천한다. 장은 주로 까르푸에서 보았다. 지방 소도시의 매장이지만, 식재료의 다양함은 국내 메이저 백화점 식품관이 초라할 정도로 다양했다. 니스의 모노프리(MONOPRIX) 매장도 찾아가 봤는데,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프랑스 대형마트의 식품코너는‘ 이민’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 - 남은 재료로 샥슈카 만들기

행사가 끝나기 하루 전, 냉장고를 비웠다. 냉장고 안에는 랩에 포장된 스파게티 면과 햄·토마토소스·파마산 치즈·달걀이 남아 있었다. 일종의 ‘냉장고를 부탁해’인데, 남은 재료로 무슨 요리를 할까 고민하다‘ 샥슈카 위드 페타(Shakshuka with feta)’라는 이스라엘 요리를 응용한 파스타를 만들었다. 원래 샥슈카 위드 페타는 토마토·양파·파프리카를 볶다가 페타치즈를 넣고 그 위에 달걀을 깨 오븐에 굽는 요리인데, 남은 재료를 함께 넣다보니 모양새가 딱 샥슈카가 됐다. 기본적인 샥슈카만 만들수 있으면 얼마든지 응용 가능한 요리이다.


Shakshuka with feta 만들기 (3인분 - 팬 사이즈에 따라 분량은 조절한다)

- 오븐에 바로 넣을 수 있는 프라이팬(롯지 등)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양파 1개 반 ・붉은 피망 1개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 그리고 적당량의 마늘을 넣고 볶다가(마늘은 쉽게 탄다. 보통 양파를 넣고 마늘을 넣는다) 큐민 ・파프리카 가루 ・고운 고춧가루를 취향에 따라 넣는다. 매콤한 맛을 좋아한다면 고춧가루를 많이 넣는다.

- 잘게 자른 토마토 3개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후 살짝 조린다.

- 페타치즈를 취향에 따라 넣고 재료를 잘 섞은 후 그 위에 달걀 3~4개를 깬다.

- 180도 정도로 달궈진 오븐에 7분~10분 정도 굽는다.


위 조리법을 응용해 토마토소스에 면을 넣고 볶다가 남은 재료를 다 넣은 후 달걀을 올려 오븐에 구워 먹었는데, 그 맛과 모양새가 나름 괜찮았다.

유럽 현지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보니 요즘 3040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북유럽 이민계’가 생각났다. 화이트컬러 직장인들이 용접이나 중장비 자격증을 따서 북유럽에서 블루컬러로 지내기 위한 정보를 나누고 돈을 모으는 계라 한다. 용접도 나쁘지 않지만, 칸을 다녀보니 괜찮은 한국음식점이 없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식자재도 매력적이고, 칸이나 니스에서‘ 카모메 식당’ 같은 작은 식당 하나 운영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중해의 한식집…… 장사는 어떨지 모르지만 서울에서의 치킨집보다는 느낌 있다. 요즘 한창 이슈인 백종원의 가정 요리, 북유럽 이민계, 그리고 칸에서 광고보다 한식집 운영을 꿈꿔 보는 나. 모두 궤를 같이하지 않나 싶다. 저녁 한 끼 가족들과해먹는 것이 힘든 이 나라, 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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