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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팀 샌안토니오 스퍼스
서창호 Window Seo
Project xT팀 차장 / windowseo@hsad.co.kr
사내 인포멀 농구부원들로부터 농구부 모임에나 나오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적 자원으로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업과 닮았다는 생각에 머물자, 이번 호에 소개하는 데에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제한된 자원으로 지속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전술 단계를 넘어 자신들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한 농구팀을 소개한다. 플랫폼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거다.
NBA(미국프로농구협회) 리그에서 프랜차이즈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 이하 스퍼스). 이들을 통해 계속해서 이기는 팀, 강한 유대감을 갖는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각자의 업에 대입해보자.
자신만의 농구 철학을 전수하는 감독
다가오는 시즌을 포함하면 20시즌째 스퍼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렉 포포비치(이하 포포비치)는 통산 3차례(2003·2012·2014)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난 시즌에는 통산 1,000승(1,022승)을 돌파한 역대 NBA 9번째 감독이 됐다. 이 중 우승을 경험한 감독은 5명뿐인데, 포포비치가 돋보이는 건 스퍼스 한 팀에서만 1,000승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NBA 역사상 한 팀에서 1,000승을 달성한 감독은 단 두 명뿐이다. 또한 포포비치는 현재 미국 4대 메이저 스포츠 리그(NFL·MLB·NBA·NHL)를 통틀어 한 팀에서 가장 오래 활약하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포포비치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팀 장악력을 선보여왔다. 경기 중에는“ 난 너희들이 좀 더 거칠어졌으면 해!(I want some nasty!)”라며 강하게 선수들을 질책하다가도, 비시즌에는 선수 가족들을 불러 음식을 만들어주는 등 지속적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고 선수들을 다독인다.
군인 출신으로 팀 전력 구축과 전술 구사에서 냉철함을 유지했다면 선수단 관리에서는 따뜻한 아버지와 같은 면모를 선보인다. 스퍼스는 가족 같은 팀 분위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분위기는 바로 포포비치의‘ 바스켓볼패밀리’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주목할 점은 포포비치가 자신의 농구 철학을 여러 코칭스태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수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팀에서는 스퍼스의 코칭스태프를 스카우트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애틀랜타 호크스를 동부 컨퍼런스 1위로 이끈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은 17년 동안 스퍼스에서 어시스트 코치직으로 포포비치를 보좌하며 오른팔 역할을 했던 인물. 이런 현상이 몇 년 반복되다 보니 이젠 자원해서 스퍼스 코치로 들어오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리그 내에 스퍼스 출신 감독과 GM(General Manager)들이 많아지면서 알게 모르게‘ 포포비치 사단’이 생겼고, 선수 수급에 있어서도 스퍼스는 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USA투데이는 포포비치를‘ NBA 감독판 대부’라고까지 표현했다.
모두가 함께하는‘ 시스템 농구’
포포비치가 이끄는 스퍼스는 끊임없는 패싱 게임과 출장시간 분배 등의 ‘시스템 농구’로 유명하다. 스퍼스의 시스템 농구는 포지션과 주전선수·후보선수 나눌 것 없이 모든 선수가 계속 공을 유기적으로 패스하면서 페이크·드리블·패스·페이크·드리블·패스의 무한반복을 통해 수비를 한쪽으로 모으고 공간을 창출해 득점하는 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다.
리더인 팀 던컨(이하 던컨)의 수비수를 방해하는 스크린을 시작으로 핵심 주전들이 코트 전체를 쓰는 움직임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롤플레이어들은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기회 창출을 위해 뛰고, 누구 할 것 없이 스크린을 서준다. 수비에서도 동료들의 끊임없는 상호 헬프 디펜스로 상대 공격의 숨통을 조인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스퍼스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이고 있는데, 활동량을 뒷받침할 체력을 위해 출전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지난 시즌에는 경기시간 48분 중 평균 30분을 넘게 뛴 스퍼스 선수는 단 1명뿐이었다. 주전들의 출전시간 관리를 통해 생겨난 시간은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선수, 아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유망주, 하부리그나 여러 팀을 전전하던 선수 등으로 구성된 후보선수들에게 분배한다.
이들은‘ 코트의 지휘관’인 마누 지노빌리의 조율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평범한 선수도 비범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창출한다. 다른 팀에서라면 더 많은 득점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도 유기적인 플레이를 위해 패스를 우선시한다. 이렇듯 오픈 기회가 생길 때까지 패스하는 볼 로테이션은 48분 내내 탄탄한 경쟁력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매년 우승을 노릴 수 있게 하는 스퍼스의‘ 시스템 농구’는 NBA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농구팀의 교본이 되고 있다.
‘조용한 리더십’의 계승
스퍼스가 오랜 시간 NBA를 대표하는 최강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는 조용한 리더십이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던컨이 스퍼스에 지명되기 전에 팀에는 이미 NBA 4대 센터라 불리던 데이비드 로빈슨(이하 로빈슨)이 있었다. 로빈슨이 이끌던 스퍼스는 리그 강팀 중 하나였지만, 딱 한 시즌 로빈슨이 등 부상에 시달리며 단 6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팀 성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것이 전화위복이 돼 199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차지했고, 당시 대학 최고의 센터라 평가 받던 던컨을 지명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고 자신이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팀이 단 한 시즌 만에 루키에게 넘어가고 있었지만 로빈슨은 질투하지 않았다. 흔쾌히 팀의 1인자 자리를 내주고 본인은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로빈슨의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스퍼스는 던컨이 합류한 두 번째 시즌에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고, 몇 년 후 로빈슨은 자신의 은퇴 시즌에 던컨과 함께 두 개의 우승 반지를 손에 끼고‘ 완벽한 엔딩’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명예롭게 커리어를 마감했다. 종종 코트 위에서 보이지 않는 1인자 싸움이 일어나고 팀이 갈라지는 NBA에서 꽤나 보기 드문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로빈슨으로부터 리더 자리를 이어받은 던컨 역시‘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내가 꼭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로‘ 미스터 기본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던컨은 동료를 위해 끊임없이 스크린을 서주고, 실패한 동료의 슛을 리바운드 하는 등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매 경기 종료 후엔 라커룸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서 동료들을 맞이한다. 던컨은 개인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이타적인 플레이와 동료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각기 다른 세 번의 10년대(1990년대·2000년대·2010년대)에서 모두 선발로 뛰면서 다섯 번의 우승을 차지한‘ 살아있는 레전드’로 거듭나고 있다.
어느 팀보다 진보적인 행보
2014-2015 시즌 NBA 리그에서 활약한 비(非)미국인 선수는 사상 최초로 100명을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세 시즌 연속으로 가장 많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이 스퍼스라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팀에나 외국인 선수들이 있지만, 스퍼스의 스카우터들은 일찍이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밖으로 눈을 돌려 팀의 핵심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와 같은 유럽 리그의 숨은 진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퍼스는 미국 내 선수 수급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곳곳의 숨은 선수를 찾아 나선 NBA 최초의 팀이다. 지난 시즌엔 브라질·프랑스·호주·캐나다·버진아일랜드(미국령)·이탈리아 등 총 9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을 했다. 또 한번 시선을 끈 행보는 NBA 역사상 첫 정식 여성 어시스턴트 코치 베키 하몬의 영입이다. WNBA의 레전드 선수 출신인 하몬은 지난달 NBA 서머리그(Summer League)에서 역사상 최초로 여성 감독이 지휘하는 팀으로 우승을 차지해 다른 팀들의‘ 스퍼스 따라 하기’ 움직임을 자극했다.
스퍼스는 한 명의 슈퍼스타에 의존하던 과거 마이클 조던 시대와 달리 팀플레이 위주로 해야 우승한다는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스퍼스의 팀 운영철학은 실제 리그의 많은 팀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부서장이라는‘ 감독’, 조직구성이라는‘ 전술’ 하에 부서 단위·팀원 단위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패스·드리블·패스·드리블·패스’하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회를 창출하고자 하는 우리 업에 어떠한 영감을 주고 있을까? 스퍼스는 1999년 첫 우승 이후 현재까지 73%가 넘는 승률을 유지하며 총 다섯 번의 우승을 더 차지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4대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비단 농구 이야기가 아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팀플레이’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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