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자의 기본, 파스타
徐 敬 宗
ProjectxT팀 부장 / marstour@hsad.co.kr
요즘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소위‘ 요섹남’이 대세다. 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예능프로그램에까지 셰프들의 출연이 잦아진 것은 요리하는 남자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많은 남성이 요섹남을 꿈꾸며 요리에 도전할 때 처음으로 만들어보는 메뉴는 아마도 파스타일 것이다. 시판 소스와 면만으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실패할 확률이 적은 요리이며,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집으로 초대한 이성에게 대접하는 첫 요리는‘ 파스타’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본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도 요리사 역의 존 패브로가 스칼렛 요한슨에게 야식으로 만들어준 요리 또한 알리오 올리오라는 심플한 파스타였다. 그 단순한 파스타를 스칼렛 요한슨은 불필요하게 섹시한 포즈와 시선으로 침대에서 기다렸다. 아무튼, 이번에는 남자들의 첫 요리(?)로 반드시 습득해야 할 메뉴인 파스타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남자들의 첫 요리’, 파스타 상식
파스타하면 많은 사람이 스파게티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스파게티는 파스타 면의 한 종류이지만, 한때 스파게티가 모든 파스타를 대표하던 시절도 있었다. 스파게티(Spaghetti) 라는 말은‘ 끈’을 뜻하는 이탈리어어‘ Spago’에 축소사가 붙은‘ Spaghetto’의 복수형으로, 지름이 1.8~2.0mm의 롱파스타의 한 종류를 일컫는 것이다. 반면 파스타(Pasta)는 스파게티를 포함해 밀가루(듀럼밀)를 주재료로 만든 생지 반죽이나 건조한 제품을 일컫는 더 큰 개념의 말이다. 리가토니나 펜네로 만들어진 파스타를 먹고 스파게티 먹었다고 말한다면 틀린 것이다.
지금은 일반인들도 스파게티 외에도 링귀네·라자냐·펜네·리가토니의 차이를 구분할 정도이니 그만큼 파스타는 대중화되고 세분화됐다.
모든 파스타를 스파게티가 대표하던 시절에는 면만큼이나 소스 또한 획일적이었는데, 대부분 레스토랑에서는 토마토소스의 파스타를 팔았다. 그런 토마토소스 일색의 대한민국 파스타계에 백색 크림소스 열풍을 가져온 곳은 1994년 문을 연 세종문화회관 근처의‘ 뽐***’일 것이다. 그곳은 소스가 자박자박한 크림 파스타로 이름을 널리 알렸는데,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설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 가게이기도 하다. 당시에 크게 유행한 크림소스 파스타를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까르보나라’라고 불렀는데, 지금까지도 크림소스와 까르보나라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까르보나라 떡볶이·까르보나라 돈가스가 그러한데, 대한민국의 까르보나라는 소스를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국물이 많은 크림 파스타를 일컫는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태리 현지에서 먹어본 까르보나라는 국물이 전혀 없는 퍽퍽한 리가토니였다. 소스가 거의 없는 점도, 면이 짧은 리가토니였던 점도 한국에서 먹어본 까르보나라와는 달라 당황했던 적이 있다.
이탈리아→ 미국식 레시피를 차용한 일본→ 한국의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가 생크림 위주의 멀멀한 파스타가 된 것은 일본에서 처음 까르보나라를 배울 때 이탈리아 본토가 아닌 미국 쪽 레시피를 차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원래 까르보나라는 생크림 없이 달걀노른자와 치즈만으로 만드는 것인데, 미국 쪽 셰프들이 소스가 굳는 것을 막기 위해 생크림을 넣었고, 그것이 일본으로 건너온 후 우리가 받아들인 것이다.
까르보나라(Carbonara)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로마의 숯을 만드는 숯장이들이 일을 마치고 달걀·후추·치즈·판체타 등 적은 재료로 빠르게 만들어 먹던 소박한 요리라는 게 정설이다. 후추를 거칠게 갈아 파스타 위에 뿌린 모양이 마치 숯가루 같아 그렇다는 설도 있지만, 검은 숯과 관련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럼 오리지널에 가까운 까르보나라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오늘은 원형에 가까운 까르보나라를 최대한 복원(?)해보고자 한다.
로마풍 까르보나라 1인분 재료
리가토니 면 140g /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적당량 / 판체타 혹은 구안치알레 적당량 / 달걀노른자 3~4개 / 라드
요리 준비
리가토니 면과 달걀은 백화점 식품코너에 가면 양질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페코리노 로마노·판체타 혹은 구안치알레·라드의 경우는 오프라인에서구입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판체타 및 라드는 직접 만들어 써야 했고,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레스토랑에서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파마산 치즈)를 사용하는데,사실 로마 지역 음식인 까르보나라에는 양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사용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 몇 군데에서 판매하는 곳을 확인했으나 일정 문제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덩어리 치즈를 갈아 사용했다.
판체타와 구안치알레는 생소한 재료인데, 쉽게 말하면 이태리의 베이컨 같은 것이다. 사용되는 부위가 다르지만 염장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먹는 장기보관한 돼지고기이다. 필자의 경우는 삼겹살 덩어리에 소금·후추·올리브유를 버무려 약 10일간 진공냉장 보관 후 물에 씻어 그 고기를 사용했다. 염장돼 있어 간이 상당하니 까르보나라를 만들 때의 소금은 판체타의 양으로 조절해도 무방하다. 만약 판체타나 구안치알레가 없다면 베이컨으로 대체가능한데, 가능하면 두꺼운 베이컨을 추천한다. 얇은 베이컨은 프라이팬에서 말리고 딱딱해져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라드라는 돼지비계 기름이다. 제대로 만들어진 라드는 오메가3가 풍부하고 체온에서 녹는, 우리 몸에 유익한 기름이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라드=돼지비계=몸에 안 좋은 기름’이라는 누명을 쓰고 옥수수 식용유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 로마에서 파스타를 만들 때에는 라드나 버터를 많이 사용했었다고 한다. 살라미 등의 육가공 후 남는 대량의 비계를 활용해 라드를 많이 만들었고, 이탈리아 북부 지역은 유명한 낙농지역이었기에 라드와 버터는 이탈리아 요리에서 많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비만이 사회문제가 됐고, 그 대체제로 엑스트라 올리브 오일이 대두되면서 이탈리아 요리에 올리브 오일이 많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번 까르보나라를 만들면서 제대로 된 라드를 만들고 싶어 동네 정육점에 돼지 콩팥 근처의 비계를 주문해 두었으나 돼지 잡는 날과 원고 마감일을 맞추기 힘들어 일반 돼지비계를 슬로우쿡 조리하여 기름을 추출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많은 블로거들이 프라이팬에 굽는 방식으로 라드를 추출하고 있다. 하지만 순백색의 맑은 라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프라이팬이 아닌 냄비에 물을 붓고 낮은 온도에서 끓여야 산화되지 않은 순백색의 라드를 얻을 수 있다. 라드가 없다면 올리브오일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라드를 사용한 까르보나라는 더 리치하고 올리브오일을 사용한 까르보나라는 더 가볍다.
만들기
- 물 1리터 기준 소금 10g을 넣고 파스타 면 봉투에 적혀 있는 조리시간에 맞추어 삶는다. (Rustichella d’ abruzzo의 리가토니는 10~12분이었다).
- 면이 삶아지는 동안 프라이팬을 예열시키고 라드에 판체타를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 (a)달걀노른자에 치즈를 갈아 넣고 잘 섞는다. 치즈량은 기호에 따라 조절하면 되지만 치즈량이 많을 경우 덩어리가 진다.
- 면이 삶아지면 건져내 판체타와 (a)를 넣고 잘 버무린 후 그 위에 검정후추를 갈아준다.
재료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만드는 법이 간단하고 모두 대체가 되는 제품들이니 걱정 없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판체타는 베이컨으로,염소 치즈는 일반 파마산 치즈로 대체하고, 만약 달걀만 사용해 달걀이 응고돼 덩어리지는 것이 걱정되면 생크림을 약간 넣어줘도 무방하다.
단, 너무 많이 넣을 경우 밍밍한 크림파스타가 될 수 있으니 달걀과 거의 동량까지가 한계라 생각하자. 그것만 지키면 이태리 로마에서나 먹을 수 있는 까르보나라를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자, 이제 제대로 된 까르보나라 레시피를 알았으니 이성을 초대해 대접하는 일만 남았다. 얕은 지식이지만 까르보나라의 기원과 시중 까르보나라의 비 전통성에 대해 와인잔을 기울이며 설을 풀어준다면 당신도 요섹남에 한발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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