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문어로 뇌 건강을 지키자
徐 敬 宗
ProjectxT팀 부장 / marstour@hsad.co.kr
한때 뉴욕에서 마크 주커버그를 필두로‘ DIY 도축(Slaughtering)’이 유행했다. 유명 정육점의‘ 내 손으로 도축하기’ 시연회는 연일 매진됐고, 토끼는 도심지서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첫 도축 대상으로 애꿎게 죽어나갔다. 사람들이 DIY 도축에 빠져든 것은 식재료에 대한 불안감과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주커버그가 말한 것처럼‘ 셀프도축’을 통해 내가 먹는 고기가 한때 살아있었던 동물에서 왔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고 그 생명들에 대해 고마움과 책임감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점쟁이 문어’, 기억하시죠?
요리를 하다보면 소·돼지의 도축까진 아니지만 살생(殺生)할 일이 생긴다.
생활여건 상 포유류보다는 주로 어류 쪽인데, 그 종(種)이 무엇이든 남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나마 해산물이 피가 적고 소리 내어 울지 않기에 양심의 가책을 덜 받는 듯하다.하지만 오늘의 재료는 바다에 살고 있지만, 조금 다르다. 몸통에 손을 넣어서 미끈하고 끈적한 내용물을 다 꺼내도 살기 위해 싱크대를 기어오르고, 두 눈은 미안하게시리 나를 쳐다본다.
오늘의 재료, 바로‘ 문어(文魚)’다.
문어는 생각보다 똑똑한 동물이다. 이름에 글월 문(文)이 들어가는 걸 보니 글깨나 읽으셨던 조상님들도 문어의 똑똑함을 알아봤던 모양이고, 서양에서도 월드컵 우승국을 점치는 점쟁이로 문어를 기용했던 것을 보니 동서고금으로 문어의 똑똑함은 알려져 있었던 모양이다.
2012년 7월, 심리학·인지과학·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영국 캠브리지에 모여 인간 외에 의식을 가진 존재로 여러 동물을 나열했는데, 무척추동물로는 문어를 꼽았다. 거울을 보여주었을 때 자신을 인지할 줄 알고, 병 속에 갇혔을 때 다리를 이용해 뚜껑을 열고 탈출할 수 있을 정도로 문어는 똑똑하다. 또한 갇힌 공간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신의 다리를 뜯어 먹으면서 몇 개월을 버틸 정도로 살고자 하는 생명력이 강한 존재이다. 이렇게 의식 있는 존재를 죽이는 것은 다소 미안한 일이다.
셀프 손질엔 약간의 부담도 따라요
처음으로 문어를 잡을 때는 그 방법을 몰라 싱크대를 기어오르는 문어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었다. 인터넷에서 알려주는 대로 머릿속 빈틈에 손가락을 넣어 미끄덩한 간이며 먹물주머니·위·생식소·심장·아가미를 머리통에서 조금씩 뜯어냈지만, 그 과정이 같은 연체동물인 오징어와 달리 쉽지가 않다. 우선은 손가락 굵기의 8개 다리가 손목부터 손가락 사이사이를 감아 돌고, 입처럼 생긴 깔때기에서는‘ 푸쉬~~’ 하며 숨소리를 낸다. 또 눈은 얼마나 큰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마음은 무거워진다. 문어는 속이 텅 빈 머리를 달고도 몇 분을 살아있는 듯 움직였는데 그 몸부림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후에나 멈췄다.
혹, 요리에 앞서 이러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미리 삶아져 있는 걸 구입하거나 생선가게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는 것이 맘 편하다.
토마토소스와 올리브를 곁들인 스페인식 문어 요리
문어에 대한 미안함은 이만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요리에 대해 설명해드리겠다. 오늘의 요리는 토마토소스와 올리브를 곁들인 스페인식 문어 요리이다. 우리나라 문어 요리의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 삶거나 말려 먹는 것이 보통인데, 스페인과 지중해 지역에는 데친 문어 외에도 다양한 문어 요리가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식감으로, 우리는 문어의 쫄깃한 맛을 즐기지만 지중해 연안 쪽은 푹 삶은 부드러운 맛을 선호한다.
이번 요리 또한 압력솥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 식감이 매우 부드러워 숙회의 담백하고 탄탄한 맛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는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문어는 손질과 삶기가 그 맛을 좌우한다. 문어 손질은 특히나 중요한데, 숨이 죽은 문어 전체에 밀가루나 소금 (개인적으로는 표면의 상처를 덜주기 위해 설탕을 사용)으로 박박 문질러줘야 비린내 나는 체액을 깨끗이 제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삶은 문어가 비리다. 삶을 때에는 비린 맛을덜기 위해 약간의 된장에 녹차를 풀어주거나 무를 넣어 준다.
문어는 너무 오래 삶으면 식감이 질겨지고 껍질이 벗겨진다. 5분 정도가 적당하다. 삶은 후의 된장물은 버리지 않고 다른 요리에 활용하면 훌륭한 육수가 된다.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타우린이 풍부한 국물이다. 문어를 삶을 때에는 다리가 말려 올라간 보기 좋은 문어 모양을 내기 위해 한 번에 다 넣지 않고 끓는 물에 문어 다리만 살짝살짝 넣다뺐다를 반복하면서 다리가 말려 올라가는 정도를 보면서 물에 투입한다. 예쁘게 말려 올라간 문어는 SNS용으로 촬영한 후 적당한 길이로 모두 토막낸다.
문어가 준비되면 압력솥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잘게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고 볶다가 화이트 와인을 넣고, 와인 향이 올라오면 홀토마토캔을 넣는다. 그리곤 준비한 블랙 올리브와 그린 올리브·올리브잎·붉은 고추·타임·소금·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압력솥의 뚜껑을 닫고 강한 불로 조리하다 압력이 걸리면 약한 불로 5분 가압시킨다. 불을 끄고 압력추가 내려갈 때까지 자연방치시킨다. 추가 내려가면 뚜껑을 열고 강한 불로 국물을 조금 졸이면 요리의 완성이다.
문어 숙회나 문어탕의 담백한 맛에 길들여졌던 우리 입맛에 토마토 베이스의 색다른 문어맛이 새로운 미각의 자극이 되길 바란다.
두뇌발달과 뇌 건강에 좋은 문어(文魚). 두뇌 사용량이 많은 광고인들이 가까이 해야 할 식재료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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