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들이 바라본 ‘2015 CES’
- 사람과 기술, 소비자와 데이터, 그리고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함 창 대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 조교수 / cdham317@illinois.edu
LG애드에서 10년간 온오프라인 AE로서 다양한 어카운트를 담당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광고학 석사,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광고학전공) 박사학위 후 현재 일리노이대학교 찰스 H. 샌디지 광고학과에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광고 미디어의 변화대에해 연구하고 있다
여느 때처럼 많은 화제를 몰고 온‘ 2015 International CES(Consumer Electronic Show)’가 끝났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단면을 보여준 2015 CES였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마치 공기와 같은 일상이 된 광고는, 이번 CES에서 보여준 미래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CES, 광고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기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CES란 가전제품이나 일부 하이테크놀로지 제품을 담당하는 광고인들만 관심을 갖는 행사였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의 CES는 광고인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가 되고 있다. <AdWeek>에 따르면 많은 광고인들이 CES를 3월에 열리는 SXSW, 그리고 프랑스에서 열리는 칸광고제와 함께 반드시 참석해야 할 컨퍼런스로 꼽는다고 한다. 실제로 2015 CES에도 많은 광고회사와 광고인들이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방문해 가장 최근의 테크놀로지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
고, 그 변화가 광고활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주의 깊게 논의했다고 한다. 더구나 CES는 매년 연초에 열리기 때문에 그 해의 광고 전반에 대한 주제를 논의하는 최초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기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타콤 미디어베스트그룹 미디어링크(Starcom MediaVest Group MediaLink)는 올해 처음으 로 광고인과 브랜드 마케터, 디지털 미디어 사들을 위한 전용공간 및 행사인‘C-Space at ARIA’를 펼쳤다. 이들 행사에서는 광고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발표와 세미나, 그리고 네트워킹을 위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CES가 더 이상 가전제품 박람회가 아닌 광고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그림 1>.
2015 CES의 스타, 자동차
이번 CES에서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자동차였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무인운전(Self-driving)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메르세데스 벤츠로 대표되는 다양한 자동차회사들의 참여는 이제 CES가 가전쇼가 아니라 모터쇼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정도로 활발했다<그림 2>. 그 중 주목을 끈 것 중 하나는 구글이 현대 쏘나타와 함께 보여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이다<그림 3>. 안드로이드 오토는 단지 일부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자동차들이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뉴스에 따르면 쏘나타에 장착된 안드로이드 오토 시스템은 개인에게 최적화되어 마치 개인 스마트폰처럼 기능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른 기기들, 예를 들면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그림 4>와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성한다. 자동차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기기가 되는 것, 바로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확장인 셈이다.
계속되는 사물 인터넷에 대한 관심
지난해 CES의 빅뉴스는 구글의 네스트(Nest) 인수였다. 집안에 장착되는 온도조절기 및 화재경보기를 생산하는 이 작은 회사를 천문학적 금액에 인수한 구글의 행보에 사람들은 지나친 모험이라 폄하하면서도, 사물 인터넷의 미래를 보는 구글의 혜안에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2015 CES에서 네스트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연결 가능성이 드러났다. 사물 인터넷은 가장 가깝게는 많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작동한다. 이번 CES에서 LG나 삼성·애플 등이 소개한 스마트워치가 하나의 예인데, 이제는 더욱 다양한 기기 및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사물 인터넷 확장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플랫폼이 되는가’에 있다고 하겠다. 광고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어떤 플랫폼이든 다양한 기기나 사물들이 하나로 연결됐을 때 생성되는 데이터이다.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데이터들을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는가가 광고의 미래를 결정짓는 재미있는 변수가 된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본‘ 모든 기기들이 연결되는 세상에서의 광고’
스타콤미디어베스트그룹의 CEO인 로라 데스몬드(Laura Desmond)는 2015 CES를“ 아주 새로운 것은 없는, 그러나 예전에 소개된 첨단기술들이 이미 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와 있음을, 그리고 짧은 시일 내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행사라고 평가했다<그림 5>. 안드로이드 오토나 셀프 드라이빙 자동차·무인비행기 등은 이미 기존에 알려진 기술들이지만, 이번 CES를 통해 그러한 기술들이 얼마나 현실생활에 가깝게 혹은 이미 깊숙하게 다가와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360i의 CEO인 사라 호프슈테터(Sarah Hofstetter)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면서 ‘마케터들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사물 인터넷으로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통해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한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가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를 어떤 스토리 형식으로 전달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리라는 지적이다. 그녀는 이러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비디오’라고 강조했는데, 많은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스크린을 통해 컨트롤 되는 추세로 볼 때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디지털 비디오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다.
페이스북의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담당 부사장인 캐롤린 에버슨(Carolyn Everson) 역시 이번 CES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으로‘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세상’, 즉 사물 인터넷을 꼽았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스마트 자동차·스마트 부엌 등이 모든 사물들을 연결시키고, 이렇게 모든 기기가 연결된 상황에서 그 중심에 서 있는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브랜드 마케터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경험의 하나로 페이스북은 최근 가상현실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다양한 콘텐츠들을 좀 더 현실감 있게 제공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케이트 와트(Kate Watt, Managing Director of Huge D.C)는 <AdWeek>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프라이버시와 디지털 시큐리티가 향후 사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림 6>. 프라이버시와 디지털 안전에 대한 문제가 광고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드 경험에서의 가장 큰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의 장점을 경험을 통해 깨달아 가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점점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게 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그러면서 그녀는 “브랜드 마케터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하나의 미디어가 된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디지털 기기들은 단순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와 의사소통을 하고‘ 경험’을 제공하는
하나의 미디어, 즉 일종의 광고 미디어가 될 수 있으므로 대중미디어뿐 아니라 각각의 제품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활동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든 제품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자 인터랙션의 채널이 된다는 관점인 것이다.
잭 스미스(Jack Smith, Managing Partner and Director of Digital Platforms Worldwide, GroupM)는 이렇게 연결된 세상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말한다<그림 7>. 아마존이나 넷플렉스의 생존전략이 그 기기나 채널에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향후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니즈 역시 그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기능뿐 아니라, 그 기기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냉장고에 설치된 가상현실기능을 통해 제공되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정보 혹은 그런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구매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 인터넷을 통해 구현되는 환경은 결국 가전기기·웨어러블·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모든 사물이 미디어가 되고, 그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경험들이 제품구매의 결정기준이 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이렇게 모든 디지털 기기가 광고 미디어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 광고인들의 역할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머지않은 미래에 카피라이터는‘냉장고라는 매체’를 위한 광고문구를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할 일이 있다’
CES에 참여한 많은 광고인들이 공감하는 것은‘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디지털 에이전시 아이소바(Isobar)의 팀 던(TimDunn)은 ‘일단은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웨어러블 같은 사물 인터넷 관련 기기들이 곧 세상을 지배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애플 워치를 빼놓고는 제대로 런칭된 기기가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은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 글래스조차 단지 특정 마니아들의 전유물일 뿐이며, 소비자들은 큰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 표준이 시장에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범용화될 때까지는 초조해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관리하기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물 인터넷 시대의 소비자들은 디바이스 본연의 기능이나 상징적 가치만을 위해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 디바이스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부가가치들, 예를 들면 냉장고가 제공할 소매점 가상경험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시험하며 미리 구축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한 경험들이 구매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 리워드나 멤버십, 소셜미디어를 통한 연결, 쿠폰의 정기적 제공 등을 통해 소비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모든 기기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 그 시대의 광고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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