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les of Engagement
기업 매출의 승패를 가르는 '쇼퍼 인게이지먼트'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기존의 깔대기형 마케팅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복잡해진 카오스 순환 접점별로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즉시 파악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빌게이츠는 그의 저서에서 “사람들은 향후 2년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는 오버해서 반응하지만 10년 후에 일어날 변화는 무시한다“고 말한 바 있다. 10년 전에 일어난 인터넷 혁명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게 한 예라 할 수 있다. 인터넷 혁명이 무르익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소비자의 구매 접점에서 일어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만 올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던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는 구매 접점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황으로 변했다. 구매 접점의 대표적인 영역은 쇼퍼마케팅이다. 미국 마케터들의 47%가 향후 2년간 쇼퍼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마케팅 트렌드가 구매 접점에서의 쇼퍼 인게이지먼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쇼퍼마케팅의 전략모델과 방향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깔대기 모델은 가고, 카오스 형태의 순환 모델로 변신
그 동안 너무나 익숙했던 마케팅 모델인 AIDA(Attention·Interest·Desire·Acquire),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맞춰서 업그레이드된 AISAS(Attention·Interest·Search·Acquire·Share) 두 모델 모두 깔대기형의 일직선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로 복잡하게 연결된 환경에서는 일직선상으로 설명하는 깔대기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소비자들이 멀티채널들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소셜·모바일·블로그·동영상·가격비교 등 수없이 많은 채널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마음 가는 대로 구매를 결정하는 까다로운 고객들이다. 실제 조사 결과를 봐도 70% 이상의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는데 있어 멀티채널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업을 훨씬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그림 1>은 쇼퍼의 구매 프로세스를 14개의 주요 접점과 연결성으로 정리한 것이다. 4시 방향에서 시작하는 구매 프로세스 여정은 먼저 광고노출 접점을 통한 브랜드 인지에서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제품에 대한 검색을 통해 제품 리뷰를 읽어보는 연구 단계를 거친다.
연구를 통해 마음을 정한 다음에는 가격비교, 친구와의 상의, 쿠폰 다운로드를 통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 최종적으로는 매장 방문 혹은 전자 상거래 사이트 방문을 통한 실제 구매로 일단락된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다음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바로 ‘고객과 브랜드와의 관계 맺기’ 단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제품을 사용해본 고객은 제품 관련 사진이나 비디오를 업로드하고 제품 후기를 올리고 각종 대화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관계 맺기를 시작한다. <그림 1>을 보면 14개의 쇼퍼 접점들이 복잡한 카오스 형태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이 단순한 일직선 형태의 마케팅 모델에 의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의 구매 프로세스는 카오스 형태의 구매 접점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끊이지 않고 순환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월마트의 멀티 접점 장악 사례
월마트(Walmart)는 고객들이 멀티 접점들을 통해 카오스 형태로 순환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자신의 매장 뿐만 아니라 쇼퍼들의 모든 접점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가는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했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드텍(Ad:tech) 콘퍼런스에서 월마트의 웬디 버그(Wendy Bergh) 상무는 “우리는 고객이 월마트 매장에서 쇼핑을 하든지 월마트 닷컴에서 쇼핑을 하든지 모두 하나의 월마트에서 쇼핑했다고 느끼게 만들려고 한다”라고 역설했다. 월마트는 쇼퍼들에게 접점 통합 경험(Holistic Experience)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들의 모든 동선에 맞춰 월마트의 매장을 확장하는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그림 2>에서는 쇼퍼의 멀티 접점을 장악하기 위한 월마트의 디지털 매장들을 볼 수 있다. 아이패드·아이폰·안드로이드에 다운로드해서 사용하는 모바일 앱은 월마트의 4000개 미국 내 매장들과 연동해서 작동된다. 평소에는 모바일 매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월마트 앱은 고객이 실제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매장 모드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매장 모드로 변한 월마트 앱은 쇼핑을 하는 고객의 과거 구매 DB에 기초한 스페셜 오퍼, QR코드 스캐닝, 매장 복도별 제품 정보, 가격비교 등의 다양한 쇼핑 정보들을 현장에서 제공한다.
월마트는 <그림 1>에서 정리한 쇼퍼들의 접점 순환 동선에 따라 모든 곳에서 브랜드 정보를 얻고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쇼퍼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카오스 순환 모델을 통한 쇼퍼 인게이지먼트 전략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기존의 깔대기형 마케팅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복잡해진 카오스 순환 접점별로 고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즉시 파악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접점 상황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고객 인사이트를 파악해 바로 대응해야 한다. 뒤늦게 고객 데이터를 모아서 나중에 적용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변화의 속도에 대처하기 힘들다. <그림 1>의, 구매로 이어지는 14개 접점들의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환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3>에서는 14개 접점들의 카오스적 흐름을 분석해 4가지 순환 단계를 도출했다. 4시 방향부터 도달(Reach)-조사(Research)-구매(Purchase)-관계 맺기(Relationship)의 단계를 거쳐 순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순환모델의 첫 번째는 도달률을 높이는 것인데, 다양한 방법의 광고노출을 통해 쇼퍼가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단계다. 두 번째는 브랜드를 발견한 쇼퍼가 제품검색, 웹사이트 방문, 리뷰 읽기, 제품 비디오 시청을 통해 제품을 조사하는 단계다. 세 번째는 제품 조사를 끝낸 쇼퍼가 실제 제품 구매를 위해 쿠폰을 다운로드 하고, 가격비교 사이트를 방문한 다음에 매장에 들려서 구매하거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는 단계다. 네 번째는 쇼퍼가 물건을 구매해 사용한 후에 사용 비디오나 구매 후기를 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제품 관련 대화를 하는 관계 맺기 단계다.
현대의 마케팅에서는 이 ‘관계 맺기’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관계 맺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 동안 모든 마케팅 예산이 집중돼 왔던 ‘브랜드 인지도를 통한 차별화 효과’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쇼퍼들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하게 되면서 관계 맺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보아도 신규 고객을 영입하는 비용이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제고하는 비용보다 6배 정도 비싸게 든다고 한다. 따라서 기존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2배에서 4배 이상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대형 리테일러들은 로열티 카드를 포함한 각종 프로그램들을 통해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쇼퍼 인게이지먼트 성공을 위한 쇼퍼 세분화 전략
올바른 고객 세분화를 통해 최적의 자산을 배분하는 것은 마케팅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쇼퍼 세분화(Shopper Segmentation)가 이루어져야 성공적인 쇼퍼마케팅을 실행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쇼퍼의 접점별로 끊임이 없는(Seamless)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 쇼퍼 세분화가 선행돼야 올바른 쇼퍼마케팅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
<표 1>은 미국·영국·유럽의 쇼퍼 1만 8000명을 연구해 발견한 쇼퍼 세분화 사례다. 이성·감성·행동우선의 행동 특성과 가격 민감도를 조합해 총 6가지의 쇼퍼 캐릭터를 만들었다. 표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쇼퍼들이 존재하며, 각 쇼퍼별로 맞춤전략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맞춤 서비스는 상당한 비용이 들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쇼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쇼퍼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데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대형할인점인 테스코(Tesco)는 <표 1>의 쇼퍼 세분화 연구를 이용해 실제 쇼퍼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준비했다. 심지어 같은 제품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쇼퍼 타입과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한 테스코는 더욱 세분화된 쇼퍼 인게이지먼트 캠페인을 기획했다.
<그림 3>에서 보듯이 테스코는 같은 와인 카테고리 안에서 3가지 다른 종류의 쇼퍼 타입과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쇼퍼 인게이지먼트 전략을 실행했다.
첫 번째 쇼퍼 세그먼트는 품질 지상주의자 대상이었다. 가격에 덜 민감하고 품질만을 생각하는 품질 지상주의자 쇼퍼들을 위해 외부의 고급 와인 리테일러와 제휴하여 최고급 와인 섹션을 만들었다. 이 섹션에는 전문가의 와인테스팅 의견, 어울리는 음식 추천과 같은 고급 정보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희귀 와인까지 구입할 수 있는 와인전문 사이트까지 별도로 만들어 매장의 물건에 만족하지 못한 품질 지상주의 쇼퍼들을 만족시켰다.
두 번째 쇼퍼 타깃은 열정적 탐험가 그룹이었다.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모험을 추구하는 열정적 탐험가 그룹을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이국적인 와인들을 전시하면서 미각 탐험 욕구를 자극했다. 마지막 세 번째 타깃은 실용적 기회주의자 그룹인데, 가격을 중시 여기는 실용 그룹을 위해 특별한 바겐세일 제안이 들어간 섹션을 준비했다.
이러한 쇼퍼 차별화 전략은 마침내 테스코에게 더 많은 쇼퍼 세분화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쇼퍼들에게 더 큰 만족도를 안겨주며 판매향상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교훈을 남겼다.
박진한
마켓인사이트렙팀 국장 ㅣ jhpark@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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