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WAY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1. 아들~~~!
첫 출근 하던 날, 네 가슴의 LG 배지를 보고 뭉클했었다. 네가 초등학교도 가기 전 어렸을 때 새로운 LG 로고를 만드는 작업에 아빠도 한 몫을 했었으니까. 미국에서 졸업 후 직장도 없이 덜컥 서울로 부모를 찾아 돌아온 네가 당황스럽기까지 했었으나, 곧 아빠와 한솥밥을 먹는 자랑스러운 LG인이 된 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네가 신입사원 연수를 받은 인화원에 아빠는 3개월 영어 합숙과정에 입소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입소 이틀 전에 네가 태어났었지. 예정보다 일주일 먼저 태어나서 부자 상봉의 기쁨을 안겨준 너는 아마 그때부터 LG와 인연이 시작되었던가 보다.
#2. 달러벌이
대기업 수출부서는 하루 종일 영어로 말하고 영어만 쓰는 줄 알았다면서? 한국말을 잘하지만 어휘가 부족한 너는 회사생활, 특히 한글로 메일을 쓰거나 공문서를 작성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게다. 그런데 너무 주눅 들 필요 없다. 너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알잖아. 언젠가 ‘mutual’ 이란 단어가 가진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너한테 듣고선 나도 한 수 배웠었지.
네가 팔고 있는 소형 노트북 배터리가 잘 팔려야 회사도 종업원도, 나아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지. 아빠도 그 옛날 금성사(현 LG전자) 시절부터 수출광고를 업으로 하여‘ 달러벌이’의 자긍심 하나로 살아왔지. 어, 그러고 보니 우리 부자는 둘 다‘ 대한민국 수출역군’이네.
#3. 易地思之(역지사지)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상대편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뜻이다.
회사생활 많이 힘들지? 특히 신입사원은 다양한 업무도 배워야 하고, 사내에서 선후배와 인간관계도 만들어야 하고, 더러는 선배나 팀장으로부터 야단도 맞을 테고. 어떤 경우에는 본인이 억울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될 때도 있을 게다.
네가 얘기했듯이 영업이란 바이어와 메이커 사이에서 온갖 변수들을 몸으로 받아내며, 어찌 보면 무한책임을 지는, 그렇지만 성과를 즐길 수 있는 챌린지한 업무가 맞다. 아빠도 광고기획(AE)으로 광고주와 제작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조정자로서의 수고를 25년 이상 해왔단다. 더러는 회사 안에서 상하관계에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역지사지의 태도로 넓게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4. 天知地知子知我知(천지지지자지아지)
한문을 배우지 못한 너한테 오늘 너무 많이 가르쳐 주는구나.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로‘,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는 뜻이지. 이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화원에서 그룹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정도경영에 대해서 배우고 시험도 보았겠지? 좁은 의미로 보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안팎의 고객을 대할 때 누가 보든 안 보든 떳떳하고 공정해야 한다. 상대방은 넓게 이해하고 포용하더라도 자신에게는 항상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행동거지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네 직장은 너에게 노동의 보람과 경제적인 보상을 함께 주면서 너를 떳떳한 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게 해주는, 네 목숨만큼 중요한 일터이므로 그 직장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도리라고 본다.
아들~~~! 객지에서 건강하길 빈다. 아빠/뉴욕.
이동원
상무 | dwlee@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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