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4 : 色다른 크리에이티브 - 명함 한 장의 가치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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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色다른 크리에이티브  
명함 한 장의 가치

 

대체 명함 한 장에 왜 그렇게 투자를 하는가?
명함이 곧 얼굴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상징이자 철학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타사와 차별화하고 기업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힘이 명함에 있다.
그런 것이 바로 명함이다.


명함 한 장 가격은 얼마일까?
계산해보았다. 명함 한 박스에 이만 원 정도면 인쇄가 가능하다. 한 통에 보통 이백 매 정도니까, 한 장에 백 원이라는 셈이 나온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 그나마 이만 원도 안 들어간다. 총무팀이나 인사팀에 신청하면 무료다. 담당직원이 찍어다 책상에 예쁘게 놓아주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별 생각 없다. 쓰다가 떨어지면 또 신청하고, 쓰다가 떨어지면 또 신청하고….
그런 게 명함이다. 그러니 직장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명함은 공짜다. 주고받을 때도 그냥 주고받으니까 공짜다.
명함 한 장 가격에 대해 필자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질문해보았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는데, '공짜 아니냐?’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왠지 찜찜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해서, 디자이너로서 명함 한 장에 대한 가치를 따져보았다.

기업의 명함
명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의 심벌과 로고다. 대기업들은 기업의 심벌과 로고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다. 1995년경 럭키금성그룹이 LG그룹으로 변신하면서 쓴 비용을 한번 살펴보자.
서울대 김민수 교수에 따르면 “LG 심벌마크가 디자인되기까지 극비리에 지난 2년여에 걸쳐 30억 원이라는 엄청난 디자인 개발비가 투자됐으며… 앞으로 LG는 새로 개정된 CI를 전 그룹에 적용시키기 위해 200억 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출처 ‘ 21세기 디자인문화 탐사’, 김민수 지음, 300쪽)
1995년에 이 정도의 비용이 투자됐다. 지금 돈의 가치로 계산해보면 더 엄청난 비용일 것이다.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명함 한 장에 이 정도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기업이다. 물론 심벌과 로고 디자인이 명함에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새로 개발된 그룹의 심벌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간판에서 차량,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그룹 내 모든 것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그 디자인 비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대체 명함 한 장에 왜 그렇게 투자를 하는가? 명함이 곧 얼굴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상징이자 철학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타사와 차별화하고 기업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힘이 명함에 있다. 그런 것이 바로 명함이다.
명함에는 기업에서 투자한 비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 명함을 가지기 위한 과거의 노력 또한 명함에 담겨 있다. 그런데 그 명함이 과연 공짜일 수 있을까?
명함은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게 명함의 가치 아닐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 말이다.

 

명함의 힘
비즈니스맨에게 명함은 얼굴이자 생명이다. 특히 최고 경영자인 CEO에게 명함은 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명함이 그 정도인가?’ 하면서 선뜻 이해를 못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필자는 얼마 전,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명퇴한 친구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명함을 건네는데, 순간적으로 당황했단다. 상대방이 명함을 건네는데 자신은 줄 명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당연시했던 명함이 이제 없다는 사실 하나로 명함의 무거움을 절실하게 깨달았단다.
그 친구의 고민이 느껴졌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지낼 때는 명함만 건네면 사람들이 다 알아주었을 게다. 자신이 따로 구구절절 설명 안해도 주변에 다양한 사람이 꼬였으리라. 저녁에 시간 내서 밥 좀 먹자고 하는 사람에, 주말엔 골프라도 치러 가자는 사람 등 정신없이 바빴을 게다.
그랬는데 그 명함이 없어진 거다. 명함이 없어지자 힘도 사라지고 그 많던 사람도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거다. 한마디로 끈 떨어진 연이었다. 명함이란 그런 거다. 나를 나타내고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바로 명함이다. 자기 정체성이자 때로는 권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명함이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잘 모른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게 자신의 힘으로 착각한다. 그게 다 명함의 힘 때문이라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다. 갑의 위치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특히 대기업의 CEO나 임원들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그렇다. 명함의 힘을 자기 힘으로 착각한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대학교수들도 별 차이 없다.
물론 그 조직 안에 있을 때는 착각하고 살아도 별 문제없다. 그 명함의 힘이 살아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조직에서 튕겨져 나와 명함을 잃게 되었을 때 발생한다. 명함이 없어도 그에 합당한 실력이나 인격이 갖추어져 있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냉철하게 돌아보라. 자신의 명함에 합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가를, 그 명함이 없어도 홀로 설 수 있는지를, 명함하나 얻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했는가를….
단순히 이름 석 자만 적혀있는 것이 명함은 아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한 사람의 오롯한 인생이 담겨 있는 것이 명함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누구인가를 알려주는 상징이자 매개체, 그것이 명함이다. 명함을 통해 비즈니스가 이어지고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명함이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떤 명함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명함에 기대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 명함에는 진정한 실력과 인격이 담겨있는가?

 

 김회현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학과장 | keheehee2@naver.com


 LG애드에서 디자이너로 출발, CR`1팀장을 지냄. 농심기획 제작팀장, 가람디자인 부사장 역임.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 학과장, 한국디자인교육학회 부회장. <광고, 소비자와 통하였는가?> <디자인이다>

 등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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