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2 : ENCYCLOPEDIA - 세월을 견뎌낸 정성과 인내의 산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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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YCLOPEDIA
세월을 견뎌낸 정성과 인내의 산물


불확실성과 싸우고 시간을 견뎌내고 오직 정성만 믿고 우직하게 만들어진 싱글몰트스카치에 비해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무리 18년산이니 30년산이니 해도 밍밍하게 느껴질 뿐인 것은 들어간 정성이 입에서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인 주조 방법에는 곰팡이가 당을 분해시켜 알코올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발효, 그리고 물과 알코올의 끓는 점이 다른 걸 이용해서 발효된 물질을 끓여 고농도의 알코올을 추출하는 증류, 그리고 풍미를 부여할 수 있는 환경에 장기간 노출시키는 숙성,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위스키는 이 세 가지 과정을 모두 거친다. 위스키의 본산은 스코틀랜드로 보리로 만든 원시 맥주를 증류시킨 것이 그 기원이다. 그래서 좁은 의미의 위스키(Whisky)는 보리로 만들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보리가 흔하지 않았던 신대륙의 정착민들이 옥수수나 호밀·밀 등의 대용품을 이용해 만든 것은 'Whiskey'라고, e가 더 들어간 철자법으로 표기한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스카치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거쳐 만들어진다. 원료는 물과 보리 이외엔 어떤 것도 쓰여서는 안 되며, 증류는 단일 증류소에서 단식증류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리는 2~3일 정도 따듯한 물에 담가 싹을 틔우기 때문에 몰트, 즉 발아(發芽)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렇게 싹튼 보리를 연기를 씌워 성장을 멈추게 하는데, 원래는 이탄(泥炭)이라는 표토층이 부패해 만들어진 전통연료를 쓴다. 이 이탄, 즉 피트는 페놀이 들어 있어 독특한 향(정로환 냄새)이 나는데, 이 덕분에 이 건조과정에서 몰트에는 페놀향이 배게 되고 이것이 스카치의 독특한 냄새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스페이강(Spey江)유역의 증류소들 중에는 피트 대신 비싼 석탄을 쓰기 때문에 피트향 없는 부드러운 스카치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매캘란이나 글렌피딕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좋은 이유 역시 피트향에 대한 거부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숙성 과정에선 풍미를 더하기 위해 향이 좋은 참나무통을 쓰는데, 이 과정에서 메이커마다 다양한 방법을 쓴다. 매켈란으로 대표되는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위스키는 스페인 남부에서 쉐리주를 숙성시키던 통을 그대로 들여와서 통에 함유된 쉐리의 향이 숙성과정에서 배이게 한다. 메이커에 따라서는 럼이나 코냑·마데이라 심지어는 진한 포트와인을 숙성시키던 통을 가져와서 쓰는 경우도 있다. 신대륙의 참나무에서 가능성을 찾는 실험을 하고 있는 글렌 모렌지 같은 회사의 경우는 참나무통 안을 불로 그슬려 바닐린이란 바닐라 풍미를 내는 물질을 생성시키는 미국 버본 위스키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
블렌디드 위스키가 여러 위스키를 섞어 블렌더가 머리 속에 그리는 맛을 인공적으로 창조해 내는 것이라면 싱글몰트는 정성을 다하고 결과를 하늘에 맡기는 셈이다. 그렇게 보면 맛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더 좋을 것 같이 느껴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불확실성과 싸우고 시간을 견뎌내고 오직 정성만 믿고 우직하게 만들어진 싱글몰트스카치에 비해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무리 18년산이니 30년산이니 해도 밍밍하게 느껴질 뿐인 것은 들어간 정성이 입에서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싱글몰트 위스키인 매켈란이나 글렉피딕 이외에 면세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다른 좋은 위스키를 추천해 본다.

Wish List

█ 글렌로씨스(The Glenrothes)
매켈란과 같은 동네인 하이랜드 지방의 스페이강 유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다. 스페이강은 하이랜드에 속해 있으면서도 석탄 건조라는 독특한 방식 때문에 종종 별도의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글렌로씨스 역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매켈란보다 더 훨씬 달콤한 맛과 향이 강해 꿀을 재어놓은 말린 과일을 먹는 느낌이 든다. 스카치로서의 밸런스는 좀 떨어질지도 몰라도 강한 향신료의 느낌과 강렬한 맛 때문에 맛있다고 쉽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제 막 매켈런이나 글렌피딕에 질려갈 싱글몰트 입문자들에게 추천한다. 식후주로서도 훌륭하다.

█ 하이랜드파크(Highland Park)
윗동네박씨·박고지씨·하이랜드박군 등 국내 몰트 애호가들에게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이 위스키는 이름과는 달리 하이랜드 지역이 아니라 오크니라는 섬에서 생산된다. 가장 평균적인 고급 스카치 싱글몰트가 어떤 맛인가가 궁금하면 하이랜드파크 18년을 마셔보면 알 수 있다.
나쁘게 말하면 그 만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좋게 말하면 최강의 밸런스를 자랑한다는 의미도 된다. 싱글몰트 스카치에서 기대할 수 있는 피트향·스모키향·부드러움·적절한 달콤함,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어서 여기저기서 각종 상도 많이 타는 브랜드다.

█ 컬일라(Caol Ila)
스코틀랜드 서쪽엔 스카치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아일러섬(Islay)이 있다. 600평방킬로가 조금 넘는 꽤나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9개의 메이저 증류소가 존재한다.
이 섬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정말 전형적인 스카치라고 할 수 있다. 강한 피트향 때문에 친해지기 쉽지는 않아도 일단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강렬한 맛을 선사한다. 라프로익이나 아드벡 같은 진짜 엄청나게 스모키한 아이러 위스키와는 달리 컬 일라는 좀 가벼운 축에 속한다.
지나치지 않은 피트향과 어우러진 은은한 꽃향기와 후추향이 깊이를 더하는 컬 일라 25년산은 아일러 특유의 매력을 발견하기 좋은 시작점이다.

█ 탈리스커(Talisker)
개인적으로는 가장 스카치다운 스카치라고 생각된다. 보물섬과 지킬박사와 하이드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절찬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까지도 국내에선 구하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면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북쪽의 스카이(Skye)라는 섬에서 생산되는 스카치로, 아일러 위스키를 능가할 정도로 피트향이 강한것이 특징인데 사용되는 물의 수원지 바닥이 피트층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팔리는 10년 숙성은 정말 상급자용이라고 할 만큼 피트가 강하지만 18년 숙성의 경우는 천상의 밸런스를 보여준다.

정성욱
CR센터 부장 | swchung@hsad.co.kr

호기심 때문에 죽은 고양이 영혼에 빙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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