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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고민, 설전 그리고 희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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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행복한 광고인이다. 비록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광고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모두 체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경쟁 P/T 준비를 위한 관련 팀 동료들과의 밤샘을 통한 치열한 고민, P/T승리의 희열, 대행사로서 우리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켜 결국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은 보람(특히, 우리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신 광고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광고가 단순한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마케팅 실적(계약율)으로 이어진 데 대한 자부심….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젊음의 열정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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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winning shot은 어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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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에 걸친 마케팅·제작팀과의 회의를 통해 우리는 이번 분양의 승부수가 ‘입지의 장점을 극대화한 컨셉트’와 그것이 잘 반영된 ‘브랜드 네이밍’에 있다고 결정을 내린 뒤, 여러 대안에 대한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소비자 FGI/정량조사, 부동산 전문가(업계·학계·기자단), 문화재(궁궐)전문가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 전문가 인터뷰까지….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바로 ‘하늘이 내린 터 -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컨셉트와 브랜드 네임이었다.
이는 우리 제품이 경희궁 바로 옆에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다섯 개의 궁궐로 둘러싸인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고, 궁궐이 가진 품격과 특별함을 우리 제품과 연결시키자는 전략이었다. 미리 결과부터 말하자면, 모델하우스 오픈 시점에 강남 삼풍백화점 터에 들어서는 경쟁 제품 대비 강점이 잘 소화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또 하나, 우리 광고의 특징은 조감도가 부각되는 일반적인 분양광고와 달리 이미지(도심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한 방에 씻을 수 있는 자연친화적 감성이 살아 있는) 중심의 비주얼에 제품의 메시지를 담은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CF와 지면광고 등에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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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않았던 위기, 계속되는 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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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 나갈 것’ 같던 이 상황에 위기가 엄습했다. P/T를 통해 호평을 받은 브랜드 네임이 광고주와의 회의를 진행해 가는 중에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느낌은 좋지만, 아파트 브랜드로서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을까?”, “택시기사에게 ‘경희궁의 아침’갑시다 하면 말이 통할까?”
실제로 시장에 내세울 시점에 다다르자 ‘파격과 신선함’이 광고주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다가선 것이었다. 이에 브랜드 전문업체로의 의뢰를 통해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해 보았으나, 기존 브랜드 네임에 확신을 갖고 있었던 우리는 ‘타깃층의 선호조사 자료’와 ‘브랜드 성공사례’등의 ‘사실(fact)’을 무기 삼아 일관된 주장으로 설득에 나섰고 끝내 O.K를 받기에 이르렀다.
진행상의 장애물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한겨울에 연시를 찾아 다녔던 고전 속의 주인공처럼, 3월 중순의 이른 봄에 녹지를 찾아 서울 전역을 샅샅이 훑어 찾아냈던 일, 쌍용자동차 측의 협조를 받은 차량의 광택을 내기 위해 새벽부터 온 스태프가 달라붙어 왁스 광택을 냈던 일, 그리고 지면광고 출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퀵서비스 오토바이 뒷자리에 매달려 갔던 일, 보다 나은 인쇄 질을 위해 담당 기획/AP들이 매일 매체사 윤전실로 출근했던 일 등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기만 하다.
특히, 첫 심의에서 메인 카피인 ‘하늘이 내린 터’에 제동이 걸린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유는 풍수지리적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것이 광고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호소하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자료와 각계의 의견을 동원해서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명당’의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 끈질긴 설득과 읍소 끝에 컨셉트와 메인 카피를 유지한 채 심의에 통과할 수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수정 녹음을 거쳐 결국 광고를 제 시간에 집행할 수 있었다(급한 녹음을 위해 새벽에 나와주신 성우분들께 감사드린다). 돌이켜보면, 그 때처럼 한 순간 한 순간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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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그 이상의 성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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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및 지면 런칭, 1·2차 광고가 나간 이후 고객들의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10여 대가 넘는 분양사무실 전화에 하루 종일 문의전화가 빗발쳤는데, 어느 외국기업에서 1개동 전체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다는 후일담을 남길 정도로 그 평이 좋았던 것이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 환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 초기 100%에 근접한 계약이 이루어진 전무후무한 성과에 우리는 광고주로부터 공로패까지 받게 되었다. 이렇듯 광고 본연의 임무(?)를 완수한 이번 광고 캠페인은 광고계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우리에게 더욱 용기를 주었다.
특히, 붓글씨체로 강렬하게 표현된 헤드카피와 브랜드 네임, 조감도 위주의 비주얼에서 벗어나 전통의 미를 한껏 살리면서 제품의 품격을 높인 아트워크는 기존 분양광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지켜냈다는 점이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이번 ‘경희궁의 아침’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함께 수고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도움을 주신 미디어본부 동료·선배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전날 밤을 새고도 기꺼이 CF에 출연, 열연해 주신 기획·제작팀 동료들, 특히 결혼을 앞둔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감성까지 고려하여 영문 카피를 정리해 주신 마이클 차장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좋은 광고는 광고주가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들을 믿고 힘을 실어 주신 쌍용건설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로서 상호 신뢰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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