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4 : 뉴미디어, 전통매체 제치고 터치다운!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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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혁 | 미국 시라큐스대학 뉴하우스 커뮤니케이션 스쿨 광고학과 조교수 / jjhku@mail.utexas.edu
필자는 고려대(신문방송학) 졸업 후, 미국 플로리다 대학( 텔레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텍사스 오스틴 대학(광고학 전공 )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시라큐스대학 뉴하우스 커뮤니케이션 스쿨 광고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2010년 제44회 슈퍼볼이 지난 2월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과는 달리 올해 열린 슈퍼볼에서는 흥미진진했던 경기결과 만큼이나 많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전통의 강호 인디애나 콜츠(Indiana Colts)에 맞서 창단 이래 첫 슈퍼볼 우승컵을 거머쥔 뉴올리언즈 세인츠(New Orleans Saints).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흥미진진한 경기 결과만큼이나 많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야기는 바로 슈퍼볼 경기 전후, 그리고 중간 휴식시간에 방송된 광고들에 관한 것이었다. 올해 슈퍼볼 광고비용은 주관 방송사인 CBS를 통해 30초 1회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미화 200~30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책정되었다. 미국 내 정규 공중파 프로그램 시간대 중 가장 비싼 시간대인 Sunday Night Football에 30초짜리 스폿광고를 하는 비용이 33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대형 광고주라도 선뜻 엄두를 못내는 금액이다. 그런데 올해 슈퍼볼 광고는 예전과 달리 새롭게 주목할 만한 이슈가 보인 점도 흥미롭다.

남성은 유머광고, 여성은 감성광고에 한 표
최근 발표된 닐슨미디어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에서 슈퍼볼을 관람한 시청자 수는 약 1억 700만 명으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올해 슈퍼볼 방송시간 동안 총 41개의 브랜드들이 60여 개의 광고를 방영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었던 광고 몇 가지를 살펴보자.
유머러스한 내용과 동물을 광고의 소재로 삼은 데니스(Denny’s)의 ‘공짜 아침’ 프로모션인 ‘Free Grand Slam Breakfast Day’가 남녀 모두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은 광고로 기록되었다<그림 1>. 이어서 귀여운 아기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온라인 증권거래서비스 업체 이트레이드(E-Trade), 아이디어 및 제작을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공모한 UGC(User Generated Contents)형 광고를 기획한 스낵 브랜드 도리토스(Doritos) 등이 그 뒤를 이었다<표 1>.
흥미로운 건 슈퍼볼 광고들을 보고 난 후에 나타난 반응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다르다는 점이었다. 는 슈퍼볼 경기 1주일 후에 슈퍼볼 광고 관련 입소문 효과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입소문 효과를 낸 상위 5개 광고 중 구글의 ‘파리에서의 사랑(Parisian Love; 파리로 유학을 떠난 미국 남성이 한 프랑스 여인과 사랑에 빠져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머러스한 광고들이었다. 특히 시청자 공모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세 개의 광고를 이번 슈퍼볼 기간 동안에 내보낸 스낵 브랜드 도리토스의 캠페인은 적은 제작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은 사례로 화제가 되고 있다<그림 2>.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직접 소비자의 눈과 입으로 찾아내어 실제 캠페인에 활용한 사례로, 향후 많은 브랜드들이 이와 비슷한 캠페인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입소문 효과를 낸 광고들은 대부분 주로 귀여운 아기나 동물들이 등장하거나,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지난해에 이미 아기들을 광고모델로 등장시켜 큰 인기를 끌었던 이트레이드는 올해에 그 후속편으로 남녀 아기를 광고모델로 등장시켜 또 한 번 소비자를 사로잡았다<그림 3>.

펩시, 슈퍼볼 외면하고 소셜 미디어로 승리
USA투데이가 슈퍼볼 방송 직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억 명이 넘는 미국인 들이 슈퍼볼을 관람할 것이고, 그들 중 40%에 해당하는 4,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컴퓨터나 노트북을 통해 슈퍼볼을 관람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들 4,000만 명 중 26%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슈퍼볼 광고’를 이메일이나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친구나 직장동료 등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미국 내 인터넷 사용자의 상당수가 인터넷을 통해 슈퍼볼에서 방영된 광고를 지속적으로 전파한다는 점을 암시하는데, 슈퍼볼 광고의 이러한 잠재적인 파급효과를 보면 슈퍼볼 광고 1회에 지불하는 300만 달러가 결코 큰 금액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통적으로 슈퍼볼의 후원사였던 펩시가 슈퍼볼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의외의 뉴스로 눈길을 끌었다. 23년 동안 줄곧 슈퍼볼에 광고를 해왔던 펩시는 올해부터는 슈퍼볼 광고 대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공익 연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일으킨 것이다. 슈퍼볼의 30초짜리 1회성 광고 하나에 3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쓰느니 그 돈을 좀 더 의미 있고 좋은 일에 쓰겠다는 것이 펩시의 설명. 하지만 이러한 전략의 이면에는 사실 철저하게 계산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펩시는 슈퍼볼 경기 이전 30일 동안 자신들의 공익 연계 마케팅 캠페인 웹사이트인 Refreshing Everything(www.refresh everything.com)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온라인 투표로 5,000~2만 5,000달러의 기부금을 줄 단체를 뽑는 캠페인을 홍보해 왔다. 또한 영화배우 데미 무어와 케빈 베이컨이 NBC의 대표적인 아침 프로그램인 <투데이 쇼>에 직접 출연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펩시의 공익 캠페인에 소비자들의 동참을 호소함으로써 펩시의 공익 마케팅 홍보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결국 전통적으로 슈퍼볼 광고를 해왔던 펩시로서는 올해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선 주목을 받으면서,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슈퍼볼 광고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라 할 수 있다<그림 4>.
이에 질세라 코카콜라 역시 비슷한 종류의 캠페인을 들고 나왔다. 코카콜라는 슈퍼볼 기간 동안 두 편의 60초짜리 방송광고를 내보내는 기존의 광고전략을 고수했지만, 여기에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캠페인을 추가시킨 것이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코카콜라의 슈퍼볼 광고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볼 때마다 1달러씩 최대 25만 달러를 자선단체인 Boys and Girls Club of America에 기부하는 것. 사실 펩시의 사회공헌 마케팅에 대항해 발 빠르게 준비한 마케팅 전략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한 발 앞서 활용한 펩시가 소비자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번 펩시의 소셜 미디어 광고 캠페인을 기획한 펩시 관계자는 “앞으로의 펩시의 마케팅 전략은 ‘순간에 치중하기보다는 끊임없는 움직임(Less about a moment, more about a movement)’에 중점을 둔 마케팅 전략 위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많은 수의 기업들이 비용 부담이 큰 공중파TV 광고에서 탈피해 좀 더 소비자들과 가까이, 지속적으로 다가가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형태의 광고로 변화할 것이다.

스마트폰 앞세운 크로스미디어 마케팅
2010년 슈퍼볼에서는 공중파TV 광고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연계한 크로스 미디어 광고 캠페인이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청바지 브랜드로 유명한 리바이스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자회사인 도커스(Dockers)는 최근 신상품 출시와 함께 8년 동안 하지 않았던 슈퍼볼 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한 TV광고가 아니었다.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회사인 샤잠(Shazam)과 손잡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캠페인을 시도한 것이다. 도커스는 자사의 슈퍼볼 광고가 나가는 동안 이를 본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내장된 샤잠의 음악 인식 서비스를 통해 TV광고 음악을 스캔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품 당첨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또한 아이튠(iTunes)을 통해 TV광고에 나온 음악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혜택도 주는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그림 5>. 이러한 시도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미디어와 TV광고라는 전통적 미디어를 결합시켰다는 점 뿐 아니라, 소비자의 능동적인 참여유발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의 접점을 새롭게 개발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는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광고매체였던 슈퍼볼 광고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슈퍼볼 광고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점차 증가하는 소셜 미디어의 인기와 활용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