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0.
근데, 언제 봤다고 주인공이세요?
눈 떠보니 '나'로 태어난 사람. 기억의 수첩을 뒤적여 본다. 맨 첫 장엔 무엇이 쓰여 있을까. 후뢰시맨 가면을 쓰고 엑스칼리버 장난감을 휘두르던 아이. 다섯 살 첫 기억에서 나는 악의 세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용사이자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좀 더 커서 마왕을 단칼에 썰어버릴 줄 알았던 나는, 거울 속 빨갛게 올라온 여드름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른이 됐다. 정의로움으로 세상을 밝힐 줄 알았던 나는, 블로그 게시글 원고료를 와이프 몰래 꽁치는 어른이 됐다. 모든 아이는 주인공으로 태어나 그저 그런 어른이 된다. 다만 그 변절 된 마음을 다시 꼬물꼬물 펴면서, '이 세상'만큼은 내가 바꿀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두 손을 모아 컨트롤러를 잡는다. 기억의 맨 첫 장에서 나 대신 눈 감은 아이. 그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