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9-10 : 우리 모델 최고! - 핑클 - 매일 만나도 매일 새로운 광고요정들의 합창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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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부장 / CP (허유근 CD)

첫번째 만남

노래방! 그래, 우린 노래방에서 처음 만났다.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가서였을까?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다가 focus가 화면 하단의 자막에서 나도 모르게 위로 올라갔다.
건강한 몸매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까무잡잡하게 생긴 그녀, 알고 보니 효리였다.
어라! 요정이네! 어~ 라! 요정이 하나·둘·셋·넷이나 되네!
미안하게도 난 그때만 해도 그 네 명의 요정이 핑클인줄도 몰랐다(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겠지).

두번째 만남

우리가 두번째 만난 건 촬영장에서였다. 바쁜 핑클이기에 160명의 엑스트라가 나오는 장면들을 먼저 촬영하면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묘한 느낌이 났다. 그때 동물적인 느낌으로 ‘이건 여자다’ 하고 돌아본 순간, 오전 내내 스틸 촬영을 마치고 들어서는 핑클이 보였다. ‘이렇게 처음 만나는구나...’
씩씩한 주현이, 눈이 맑은 유리, 깜찍한 진이, 긴 생머리의 효리, 순간 조금 더 긴장이 된다. 이제부터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거야.

호랑이, 원숭이, 독수리, 기린, 타조, 코끼리 등의 동물들과 촬영할 때 느끼는 긴장과는 또다른 느낌이 온다. 이제부터는 나는 없고 프로듀서만 존재한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그들의 베스트를 뽑아내야 하니까. 긴장도 풀 겸 세트장이 떠나가게 CM Song을 틀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지.

모두들 콘티에 빠져들지 않으면 안된다. 광고를 보고 심각해지면 되겠는가? 즐거워야지. 평소 나의 지론대로 TV에 미운 여자가 나오는 건 죄야 죄. 그래, 이번 광고에선 죄지을 일은 없겠다. 모델이 요정 핑클인데 뭐. 콘티를 직접 설명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늘 피곤에 지친 그들의 눈엔 벌써 “언제 끝나요?”라고 써 있다.

메이크업을 끝내고 160명의 엑스트라와 어울리는 컷들부터 촬영해갔다. 디지털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핑클의 예쁜 모습들, 정말 너무 예쁘다.
벌써 이렇게 빠져들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첫날 촬영이 끝났다.

세번째 만남

다음날 우리는 약속한 시간에 다시 만났다. 이쁜 요정들, 시간도 잘 지키네. 나 때문에 한 건 아니지만 예쁘게 메이크업까지 하고 왔네, 오늘은 끝을 봐야지. 감독의 어려운 주문에 약간은 어색해 하다가도 음악만 틀어놓으면 다시 신이 나나보다.
역시 핑클이야. 스태프들이 볼 때 제일 예쁘고 고마운 모델이 누구일까?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짧은 시간에 NG없이 잘 해줘서 스태프들 집에 빨리 가게 해주는 모델이 아닐까?

피곤해서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눈 말뚱말똥하게 뜨고 연기하는 요정들, 정말 예쁘다. 광고쟁이들은 이상한가보다. 평소엔 빅 모델로 그냥 흘려보다가 내 제품을 잘 알리고 팔아줄 모델로 결정되고 나면 엄청난 애정이 생긴다. 모니터를 보다가도, 콘티를 설명하다가도, 편집실, 녹음실에서 끝없이 외쳐댄다.
“왜 이리 예쁘냐, 효리, 유리, 주현, 진이!”

이런 애정을 아내에게 쏟으면 며칠 전 같은 야단은 안 맞았을텐테 말이다.
어쨌든 이날도 밤을 꼬박새고 아침 7시에야 핑클이 세트장을 떠나 갔다.
다음엔 또 언제 만날까, 그래 녹음할 때 보겠구나, 너무 너무 힘든 촬영을 잘 해주었으니 선물이라도 하나 해야지 생각하며 CD를 한장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까지 한다.
흐흐흐... 영악한 PD, 그건 핑클이 불러야할 CM Song을 미리 만들어 놓은거다. “녹음할 때까지 계속 듣고 연습해오라”는 얘기에 알았다며 예쁜 효리, 유리, 주현, 진이가 인사한다.

네번째 만남

그래, 우린 음악이 있는 데서 만났지, 녹음실에서 말이야.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온 핑클, 오자마자 편집본을 보여줬다. 역시 여자인가 보다. 스토리의 흐름도 흐름이지만 자기가 얼마나 예쁘게 나왔느냐에 관심이 가나보다. 당연하겠지...

자신들의 미모에 만족한 핑클의 노래 녹음순서. 미리 준 CD때문일까? 아니야, 원래 음악에 소질이 있는거겠지. 코러스가 미리 녹음한 그 자리에 핑클의 소리를 넣는거다. 그런데 이게 왠일? 음이 한군데 틀리는걸? 일단은 알면서도 모른체 했다. 그러나 역시 끼있는 가수들이다. 녹음실 밖에서 들으니 틀린음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좋다고 음악감독과 합의! 그래, 예쁜 요정들이 노래도 잘 하니 광고주의 모델비가 안 아깝다.

2시간의 녹음이 다 끝나고 다음 스케줄대로 떠나는 요정들, 왠지 보내기가 아쉽다.
난 왜 이럴까? 이제 겨우 네번째 만남인데.
그럼 우리 다음에 다시 만나요~ 그로부터 약 2주후, 우린 매일매일 약속한 시간에 만난다. TV를 통해‥‥.

내가 이렇게 핑클을 보고싶어 하는 걸 핑클은 알까? 괜찮아, 조만간 2차 CF촬영할 때 또 만날텐데 뭐. 그리고 그 다음엔 TV에서 또 만날거구.....
안녕, 사랑하는 나의 요정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