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을 가진 기업’이 브랜드 전쟁에서 승리한다 - ‘브랜드 세계관’의 시대 - ‘융 심리학의 원형’을 활용한 마케팅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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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타이제이션 그리고 '브랜드 세계관의 시대'

 

현대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모든 개인과 조직이 ‘미디어화(Mediatize)’되고 있으며, 이는 B2B와 B2C를 포괄하는 비즈니스 세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 시대를 '미디어타이제이션(Mediatization: 모든 산업의 미디어화) 시대'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상업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디어로 기능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주목과 사랑을 받기 위해 각종 콘텐츠를 통해 고군분투하는 시대다. 어제 ‘핫’하다고 추종하던 브랜드들이 오늘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체성 없이 유행에 따라 사라져 간 브랜드들이다. 브랜딩(Branding)의 핵심이 바로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Authentic Brand Identity)’을 구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브랜드 세계관이 중요하다.

 

브랜드 세계관 구축을 위한 ‘융 심리학의 원형’

 

그럼 어떻게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을까? 쇼츠와 릴스로 대표되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시청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휘발성 재미(fun)’의 기법은 시장에서 오래갈 수 없다. 스쳐 지나가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서 뇌리에 박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디어타이제이션 시대'에서는 '브랜드 IP'의 핵심인 ‘브랜드 세계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강력한 브랜드가 되려면 ‘브랜드의 독특한 세계관’이 디지털 미디어 채널에 녹아들어 가야 한다.

 

세계관이라고 하면 흔히 마블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를 생각할 수 있겠다. 세계관(Worldview)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렌즈’다. 모든 성공한 콘텐츠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실패한 브랜드 치고 세계관을 잘 갖춘 브랜드를 찾기도 힘들다. 브랜드의 세계관(Brand Worldview)은 ‘브랜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을 넘어서, 그 브랜드가 지닌 깊이와 넓이를 표현한다. 이는 브랜드가 단순한 상표를 넘어서 문화적, 정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 개개인의 세계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우리의 경험, 문화, 가치에 의해 형성되는 삶에 대한 우리의 개인적인 관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력한 브랜드 세계관을 만들려면 타깃 고객의 개개인의 주관적 세계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독특한 관점’을 표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1960년대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은 문화 이해에 관한 빙산 모델(Iceberg Model)을 제안했다. 문화의 외적 측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특정 사회의 행동, 관습, 규범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는 결코 그 가치와 세계관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은유적으로 나타난 것들이 바로 ‘상징(symbol 또는 cultural symbol)’이다. 브랜드  구축을 위한 세계관 설계에 있어서 ‘상징(symbol)’의 역할은 상당하다. 상징은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브랜드 상징을 만드는 강력한 원천 중 하나가 바로 상징들의 기원이 되는 ‘원형’이다. 원형(Archetype)의 개념은 정신과 의사 칼 융(Carl Gustav Jung) 이 신화를 연구하면서 창안한 개념이다. 융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유사한 인물이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경향이 있음을 관찰했는데 이는 우리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집단 무의식적이고 타고난 이미지에 기초한다. 원형은 ‘신화와 전설’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의 이야기들은 시간을 초월해 인류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해 왔다. 신화와 전설 속에는 깊은 인간적 갈등, 영웅적 행위, 심오한 교훈이 담겨 있으며, 이는 오늘날 브랜드 스토리텔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오늘날 브랜드는 더 이상 기능적 속성만으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없다.

 

브랜드는 이러한 고대 이야기의 원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깊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고대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을 현대적인 도전과 모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거나, 신화 속 상징과 문화적 모티프를 브랜드의 시각적 요소나 메시지에 통합할 수 있다. 이렇게 원형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시간을 초월한 이야기의 힘을 빌려, 브랜드를 더욱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칼 융의 모습과 그가 제안한 ‘정신의 지도’ / 출처: 위키피디

 

융은 원형을 “신화의 구성 요소이자 동시에 무의식적 기원의 산물로서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집합적 성격의 형태 또는 이미지”라고 정의했다. 원형은 문화보다 더 깊은 보편적인 인간 존재 방식이며, 원형을 신과 여신으로 의인화한 고대인들에게 중요했던 것처럼 오늘날 기업에도 중요하다. 융은 칼 융은 인간의 삶에 관계 우위를 표현하는 타고난 성향으로 12가지 ‘융의 원형’을 정의했다. [1. 현자(Sage) - 지성과 지식, 2. 순수한 사람(Innocent) - 낙천과 행복, 3. 탐험가(Explorer) - 신기함과 모험에 개방적, 4. 지배자(Ruler) - 안정감과 권력, 5. 창조자(Creator) - 자유와 상상력, 6. 돌보는 사람(Caregiver) – 모성보호, 7. 마법사(Magician) - 성장과 변화, 8. 영웅(Hero) - 활력과 명예, 9. 애인(Lover) - 열정과 친밀감, 10. 반항아(Rebel) - 독립과 혁신, 11. 광대(Jester) - 즐거움과 유머, 12. 보통 사람(Everyman) - 소속감과 현실감]이다. 이 12가지 기본 원형은 성공한 브랜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12가지 원형들과 각 원형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 출처: Medium 홈페이지

 

브랜드 원형의 고도화를 통한 더 매력적인 브랜드 만들기

 

단일 원형의 예로 어머니 원형(예: 양육, 보살핌, 신뢰할 수 있음)은 매우 깊고 보편적이어서 비인간적인 개념(예: 대자연, 모국; Spangenberg, 2021)까지 파급된다. 마케팅에서도 어머니(Mother 원형 또는 Caregiver 원형)은 P&G의 대표 캠페인인 Thank You, Mom과 같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보다 매력적이고 다층적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브랜딩은 다양한 원형들의 결합을 통해 구현된다. 한 연구(Xara-Brasil et al., 2018)에 따르면 페이스북(Facebook)은 광대(Jester), 만인(Everyman), 통치자(Ruler)의 조합으로 보인 반면 아마존(Amazon)은 현자(Sage), 창조자(Creator), 통치자(Ruler) 및 보호자(Caregiver)의 조합을 연상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Haddad et al., 2015)에 따르면 Nike 브랜드는 영웅(Hero)과 반란군(Rebel)과 같은 이질적 원형의 조합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원형의 결합들을 주요 기업의 CEO들에게도 적용하면 매우 흥미로운 조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분 기업의 브랜드는 또는 여러분 기업의 CEO는 어떤 원형을 연상시키고 있는가? 만약, 아무런 원형도 연상시키고 있지 않다면 - 애석하게도 그 브랜드는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엘론 머스크(통치자*창조자), 제프 베조스(탐험가*마술사), 리처드 브랜슨(반항아*마술사)

 

작은 신생 기업도 원형을 잘 이용할 때 강력한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다. 2019년 창업한 미국의 스타트업 브랜드인 리퀴드 데스(liquid death) 브랜드는 “지하세계를 아름답게 유지하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물병 브랜드는 투명하고 깨끗한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단순한 패키지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다. 리퀴드 데스의 마케터는 1분당 10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이 구매되지만, 플라스틱병의 91%는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했다. 실제, 알루미늄 캔은 플라스틱보다 높은 재활용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리퀴드 데스는 플라스틱 대신 캔에 물을 담아 판매한 것이다(#DeathToPlastic 캠페인).

 

또한, 친환경 브랜드로서, 캔을 구매할 때마다 5센트가 비영리 환경단체에 기부된다. 제품과 관련된 독특한 내러티브와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이 브랜드는 새로운 브랜드로서 이미 과포화되어 있는 생수 시장에서 차별적인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최근에는 투자자들로부터 9백만 달러를 모금하고 제품 라인을 아이스티 영역까지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생수 시장에서 보기 힘든 [광대(Jester)와 반란군(Rebel)적 원형]을 조합해 창조한 [매력적인 악마]가 음료 시장을 재구성한 것이다. 대부분의 생수 브랜드가 보호자(Caregiver)나 연인(Lover)와 같은 원형을 섞어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점에 역발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성공한 것이다.

 

원형의 재해석을 통해 매력적인 브랜드로 탄생한 리퀴드 데스 / 출처: Liquid Death 유튜브

 

당신의 기업은 소비자에게 ‘브랜드 원형’을 소통하고 있는가?

 

미디어타이제이션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이제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브랜드 세계관과 신화를 통해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실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브랜드 원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는 매력을 넘어서 ‘마력(Magic) 같은 힘’을 발휘하여 소비자를 끌어당길 것이다. 작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원형으로 글로벌 시장이라는 무대에서 대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기회가 있다.

 

칼융은 그의 저서에서 “The most important question anyone can ask is: What myth am I living?(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 나는 어떤 신화를 살아가고 있는가?)”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신의 기업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고 있는가? 아니면 신화와 원형을 소통하고 있는가?

 

키워드 스터디 2024.04

 

 

Posted by 레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