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예술 중심지로 거듭난 서울, 프리즈 (Frieze Seoul) 2022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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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예술 중심지로 거듭난 서울, 프리즈 (Frieze Seoul) 2022

 

9월 첫 주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은 행사가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아트 바젤과 더불어 글로벌 양대 아트페어로 평가받는 프리즈가 첫 아시아 시장 진출의 무대로 프리즈 서울 (Frieze Seoul)로 선보였는데요. 한국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 (Kiaf)와 함께 공동개최의 형태로 코엑스 전시장 1층과 3층으로 나뉘어 동기간에 열렸습니다. 아트페어에 앞서 열린 사전 행사까지 약 열흘 간 서울 전역을 예술로 들썩이게 했던 이번 행사는 9월 초 서울이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약 7만 명의 관객 집객이라는 공식 발표에서도 짐작되듯, 비교적 높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아트페어 첫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역대급 흥행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아트페어는 미술 장터라는 의미처럼 말 그대로 작품을 사고파는 상업적 거래에 포커싱 된 행사인데요. 갤러리들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페어가 열리는 시장에 맞는 고객들을 고려한 작품을 고르고 골라 나오게 됩니다. 다만, 프리즈가 아트 바젤과 더불어 글로벌 양대 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이런 상업성에만 포커싱 되지 않고, 비상업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로 하나의 아트 축제로 이벤트를 확장했다는 점인데요. 오늘은 프리즈의 첫 국내 진출이자,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주목받은 올해 프리즈 서울의 이모저모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관람 포인트 #1.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첫 국내 진출과 미술관급 전시를 보여준 프리즈 마스터스

 

프리즈 주최 측이 아시아 첫 개최지로 서울을 선택했을 때부터 아트피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탑 갤러리들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가고시안 (Gagosian), 하우저 앤 워스 (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 (David Zwirner), 리슨 (Lisson) 갤러리 등 아직 한국에 지점을 내지 않은 유명 갤러리들도 프리즈 부스를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조지 콘도 신작 회화 'Red Portrait Composition’와 루이스 부르주어 조각 ‘Grey Fountain’이 설치된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좌)와 무라카미 타카시와 백남준 등 17명의 유명 작가 작품을 전시한 가고시안 갤러리 (우) 모두 국내에 첫 소개된 메가 갤러리입니다.

 

국내 12개의 갤러리를 포함, 전 세계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아니쉬 카푸어, 올라프 엘리아슨, 우르스 피셔, 아모아코 보아포, 우고 론디노네, 스털링 루비, 니콜라스 파티, 서도호 등 동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작가들의 신작부터 피카소, 모란디, 샤갈, 에곤 쉴레, 리히터와 바스키아까지 거장들의 작품까지, 한국 진출에 대해 진지하게 준비한 각 갤러리의 다채로운 색깔들의 작품 컬렉션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작품들이 즐비한 부스를 돌면서 갤러리와 소속 작가들의 관계와 갤러리들마다 추구하는 성향에 대해 느껴보는 것도 페어를 둘러보는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 페로탕 부스를 통해 아시아에서 처음 소개된 타바레스 스트라찬(Tavares Strachan)의 우주적 상상과 삶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들 (좌), 손가락 페인팅과 강렬한 색감으로 미술계 블루칩 작가로 떠오른 아모아코 보아포 (Amoako Boafo)의 작품을 소개한 마이안이브라함 갤러리 (우) 

 

특히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방문객의 발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섹션은 18개의 엄선된 갤러리들로 구성된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이었는데요. 미술 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프리즈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코너였던 프리즈 마스터스에서는 기원전 고대 유물들부터 미술사를 대표하는 20세기 거장들의 작품까지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셸 바스키아, 윌리엄 드 쿠닝, 앙리 마티스, 피에트 몬드리안 등의 명작들을 대거 전시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애콰벨라 갤러리 (Acquavella Galleries). 특히 중심에 있는 앤디워홀의 작품은 1962년 작으로 작가의 최전성기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80년대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인 파리와 뉴욕 기반의 역사적인 갤러리 카스텔리 (Castelli Gallery) (좌)와 고미술 전문 갤러리 데이비드 아론(David Aaron) (우)

 

▲ 한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상징하는 박현기, 이승택, 곽인식 작가의 ‘돌’을 재료로 한 입체 작품을 전시한 부스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갤러리 현대

 

관람포인트 #2.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실험적인 작품들과 아티스트 협업이 돋보인 스폰서 부스  

 

1991년 동시대 예술을 소개하는 아트 매거진으로 출발한 프리즈는 2003년 런던에서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춘 아트페어를 처음 개최하였습니다. 신진작가들의 신선한 미술로 흥행에 성공한 프리즈 런던은 이후 고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를 비롯하여 프리즈 뉴욕, 프리즈 로스앤젤레스로 확장하였는데요. 프리즈가 상업성과 예술성을 갖춘 아트페어라는 명성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아티스트와 갤러리의 동반성장을 위한 예술성을 지원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를 반영하듯, 아시아 첫 진출 무대인 프리즈 서울에서도 ‘포커스 아시아’ 섹션을 별도로 기획하여 2010년 이후 아시아를 기반으로 개관한 갤러리들에 소속된 아티스트 10인의 작품을 소개하였습니다.

 

▲  서울 홍콩 베이징 도쿄 교토 자카르타 뭄바이 싱가포르 테헤란 등 9곳의 떠오르는 신진 갤러리 (운영 기간 12년 이하) 10개의 솔로 작품을 볼 수 있었던 포커스 아시아 섹션, 21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류성실 작가의 미디어 기반의 독특한 작품으로 꾸며진 P21 갤러리

 

또한 제프 쿤스 (Jeff Koons)가 디자인한 ‘THE 8 x 제프 쿤스’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 BMW와 김종학 화백이 콜라보레이션한 작품 15점을 선보인 루이나 샴페인 (Maison Ruinart),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배의 신작으로 채워진 생 로랑 (Saint Laurent) 부스 등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스폰서 부스들 또한 예술을 지원하고 예술가의 협업을 돋보이게 하는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 샴페인의 친환경 패키지 ‘세컨드 스킨 케이스에 김종학 화백의 손길을 더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 루이나 샴페인 15점 (좌)과 제프 쿤스가 디자인한 BMW 아트카 (우)   

 

프리즈 공식 스폰서이자 LG OLED ART를 전개하고 있는 LG전자 또한 2개의 부스를 통해 예술과 기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였습니다. 거장 아니쉬 카푸어와 협업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라운지 부스와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받는 조각가 베리 엑스 볼의 NFT 작품을 감상하고, 미국 시장에서 첫 공개를 한 NFT 아트를 위한 LG ART Lab를 소개하는 부스 통해, 디지털 캔버스이자 새로운 예술의 장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LG OLED를 보여주었습니다.

 

▲  'LG SIGNATURE OLED R'  제품과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가 협업한 한정판 에디션 작품이 있는 LG OLED ART Collection 라운지

▲  미국 조각가 배리 엑스볼 (Barry X Ball)의 첫 NFT 디지털 작품과 9월에 론칭되는 NFT 예술 작품 거래 플랫폼 LG 아트랩을 소개한 LG Art Lab 라운지 

 

관람 포인트 #3. 서울 전역이 미술 위크로, 장외 연계 프로그램  

 

프리즈 서울이 실제 운영된 기간은 4일이었지만, 전후 기간을 활용하여 9월 한 달간은 말 그대로 서울 도시 전체가 미술 주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트 페어 개최를 기점으로 도시 곳곳에서 열린 연계 이벤트들 또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타테우스로팍 갤러리의 안젤름키퍼전 등 서울에 분점을 둔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별도 전시들 외에도 뮤지엄과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계 전시가 서울 시내 주요 스팟에서 열렸습니다. 이 중 이번 프리즈 서울 기간 중 가장 주목받았던 연계 전시는 신세계 분더샵에서 진행된 세계적인 옥션 크리스티 (Christie’s)의 특별 기획 전시프리즈 서울의 디렉터 패트릭 리가 국내 대안공간의 젊은 기획자 그룹 ‘웨스’, 재미 미술인 그룹 ‘교포’와 함께 기획한 프리즈 필름 전시였다고 생각하는데요.

먼저 청담동 분더샵에서 3일에서 5일 진행된 크리스티 특별전시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표현주의의 대표주자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과 초현실주의의 아이콘 아드리안 게니 (Adrien Ghenie)의 작품 16점이 국내 최초 공개되었습니다. 작품 가치만 약 5800억 원 (총 4억 4000만 달러)에 달했다는 두 거장의 작품 전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사전 예매가 완료될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는데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중에서도 유명한 교황 시리즈 중 ‘초상화를 위한 습작 II’이나 2차 세계대전의 폭력과 억압을 표현한 아드리안 게니의 ‘눈꺼풀 없는 눈’ 등 특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서울을 찾은 아트 러버들의 기대를 100프로 충족시켜주었습니다.

 

▲ 1995 년 서울사무소를 연 이래로 크리스티가 경매 목적이 아닌 특별 전시를 기획해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2인 전 'Flash and Soul: Bacon & Ghenie'

 

비영리 예술단체 웨스 (Wess)와 교포 (Gyopo)가 공동 기획한 프리즈 필름 (Frieze Film)은 영상으로만 이루어진 전시로, 조병수 건축가의 재생건축이 돋보이는 공간 통의동 막집과 북촌의 투게더투게더에서 열렸는데요.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시선과 사전 예약이나 프리즈 티겟 구매와는 별도로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해, 모두의 예술 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프리즈의 취지를 잘 살린 이벤트로 평가되었습니다.

 

▲ 4차 산업기술이 개인의 정체성이나 자아의 관념화에 미치는 영향, 인종과 젠더, 국가와 민족의 프레이밍, 사회적 적합성 등을 미디어 아티스트 10팀의 시선으로 보여준 프리즈 필름 ‘I AM My Own Other’ 전시

▲ 전시 작품뿐만 아니라, 조병수 건축가의 재생 건축 공간으로 관람의 재미까지 더한 통의동 막집의 프리즈 필름 전시 전경. 

 

참여 갤러리들의 프로그램과 작품을 볼 수 있는 VR 공간 온라인 뷰잉룸과 프리즈 현장을 라이브로 즐기는 온라인 방송 Art: Live와 같은 디지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프로그램과 더불어, 밤 12시까지 갤러리를 둘러보며 즐길 수 있는 사전 이벤트로 한남동의 타데우스로팍, 페이스, 리만 머핀,휘슬, 바톤, P21, VSF 갤러리가 참여하는 ‘한남 나이트’국제, 현대, 원앤제이, 학고재, PMK, 페로탕 갤러리를 포함한 삼청동 소재 여러 갤러리가 참여한 ‘삼청 나이트’가 열려 프리즈 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이 아시아 예술 시장의 허브가 되길 바라며.

 

컬렉터와 예비 컬렉터들에게 모두 의미 있는 이벤트로 남겨진 이번 프리즈 서울 행사를 일컬어 혹자들은 ‘단군 이래 최대 미술 축제’라는 말로 그 인기를 전달하였는데요.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업계 추산으로 총매출은 키아프는 지난해 수준인 600억 원을, 프리즈 서울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운영된 키아프가 프리즈의 해외 갤러리들의 인기에 가려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올해를 시작으로 5년간 지속되기로 합의된 만큼 올해의 성과와 보완점을 바탕으로 향후 다가올 이벤트들이 기획된다면 국내 미술계의 글로벌 진출의 발판이 되는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아트 바젤 홍콩을 계기로 홍콩이 아시아 미술의 허브로서 역할을 하였던 거처럼, 다양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서울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아트의 중심 도시로서 도약하길 기대합니다.😊

 

박혜린의 공간 이야기 2022.09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