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실수나 우연에 의해 엄청난 발견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마술사이자 영화 제작자인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가 특수효과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 이유 또한 우연한 카메라 오작동에서 시작되었죠. 어느 날 멜리에스가 카메라를 세워 두고 파리 거리를 촬영하던 도중 1분여 동안 카메라가 멈추었다가 다시 작동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이후 촬영분을 영사하자 스크린 속의 영구차와 남성들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여성들의 이미지로 대체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대체 기교(trick of substitution) 즉, ‘스톱모션(stop-motion)’의 발견이었죠. 그리고 멜리에스는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해 영화를 만들었고, 자신이 운영하는 마술 극장 정규 에피소드로 500여 편을 발표하며 영화의 마술사가 되었습니다.
스톱모션 기법은 피사체의 움직임과 카메라 무빙이 자연스럽고 연속적인 일반적인 촬영 기법이 아니라,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피사체 자체 혹은 피사체의 동작에 물리적인 변화를 줘서 다른 대상으로 대체되거나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내죠. 이는 영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광고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요. 오늘 HS애드 블로그에서는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한 해외의 다양한 광고들의 예술적 표현을 소개해 드립니다.
살아 움직이는 자연, 그 속에서 빛나는 보물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이 런칭한 자신과 꼭 닮은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은 강렬한 패션쇼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맥퀸의 패션쇼는 언제나 명확한 컨셉과 내러티브가 존재하고 영화, 미술, 자연, 역사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극적이고 파격적인 쇼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The McQueen Holiday 2021 collection’ 영상으로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영상으로 바로 만나 보시죠.
이번 영상은 스톱모션과 인형극을 통한 스토리텔링 전문 애니메이터 이사벨 가렛(Isabel Garrett)이 감독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다양한 질감의 재료로 만들어진 자연의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나비, 딱정벌레, 거미, 뱀 그리고 자연의 일부이자 숨겨진 보물처럼 함께 놓인 알렉산더 맥퀸의 2021 홀리데이 컬렉션 상품은 어둡고 으스스한 배경에서 유난히 화려하게 빛나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나비가 커브백에서 나와 날갯짓하며 날아가고, 딱정벌레가 한 발 한 발 나무를 기어올라갑니다. 또, 거미가 거미줄을 타고 내려와 해골에 내려앉자 그 안에 있던 뱀이 나와 알렉산더 맥퀸 가방을 안고 똬리를 틀죠. 이 모든 움직임은 미세한 조정과 촬영, 또 미세한 조정과 촬영의 반복으로 만들어졌는데요. 특히 딱정벌레와 거미의 얇은 다리가 하나하나 움직이는 모습은 실제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꿈이 있다면 존재하는 모든 공간이 나만의 무대가 된다
크리켓은 인도의 국민 스포츠로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팬층이 아주 두꺼운데요. 나이키가 인도의 수많은 젊은 크리켓 선수들의 크리켓을 향한 열정을 스톱모션으로 담아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프레임 속 청년들의 모습은 쉬지 않고 변합니다. 운동장, 골목, 바닷가, 빈 들판 등 인도 곳곳을 배경으로 공을 던지고 치고 또 달리며 크리켓 경기를 펼칩니다. 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배경을 두고 있지만 영상의 모든 프레임에서 느껴지는 크리켓 경기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눈빛만은 모두 똑같은데요. 좁은 공간, 열악한 환경 따위는 이들의 열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이키는 스톱모션을 활용해 인도의 젊은 크리켓 선수들을 소개하며, 어떤 환경이든 꿈을 펼치기에 중요한 무대가 될 수 있으며 그 의미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MAKE EVERY YARD COUNT”
기업의 역사를 담은 수천 장의 종이 그림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제조회사인 혼다와 스톱모션 애니메이터 애덤 페자페인(Adam Pasapane)이 만나 “Paper” 말 그대로 종이 하나로 광고계에 새로운 획을 그었습니다. 과연 어떤 영상인지 지금 바로 살펴보시죠.
2015년, 혼다가 2분 남짓한 광고를 발표하자 광고를 비롯한 영상예술계에 센세이션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 자동차 기업의 광고라는 틀을 깬 발상 자체도 놀라웠지만, 다른 것도 아닌 종이만으로 혼다의 수십 년 역사를 묘사한 사실이 이목을 집중시켰죠. 작은 모터 부품에서 모터사이클이, 그리고 또 자동차가 되기까지 과정은 물론이고 이후 혼다 자동차의 변천사와 미래 비전까지 빠짐없이 모두 종이로 담아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그리고 만든 작품 비하인드스토리도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애덤 페자페인은 ‘Paper’ 영상 제작을 위해 애니메이터, 일러스트레이터 1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을 리드하며 수천 장의 종이 그림으로 4개월에 걸쳐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엄청난 공수가 필요한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지만 종이 질감과 색깔 하나하나로 전해지는 지나온 시절의 향수는 CG나 여타 그래픽으로 묘사할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을 전하는데요. 2D 일러스트만으로 표현해낸 스토리텔링과 역동성은 세계가 주목할만했죠. 이를 증명하듯 ‘Paper’ 영상은 에미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에 이어 2016년, 뉴욕 MoMA(뉴욕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오늘은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해외 광고들을 만나봤는데요. 짧은 광고 영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창의성과 열정, 노력이 전해져 관객에게 울림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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