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프로듀서와 뮤지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일단,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를 떠올리고 그걸 구체화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또한 그것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에 녹여내는 것도 필수겠죠. 이 두 가지 과정도 쉽지 않겠지만, 그 작품을 통해 대중을 감화시켜 사회에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아티스트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뮤지션은 바로 이 세 가지를 모두 성취해 시대의 아이콘이 된 뮤지션, 015B입니다. 그들의 시작은 무려 31년 전인 1990년인데요. 최근 한 광고에서 그들의 노래를 새롭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상과 함께 만나 보시죠.
매력적인 리메이크로 다시 만난 015B
이번 LG 전자에서 출시한 오브제 컬렉션 ‘R9’ 광고에 015B의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리메이크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원곡은 015B의 3집 ‘The Third Wave’에 수록된 노래로, 오래 사귀며 서로에게 싫증이 나기 시작한 연인들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솔직히 담아낸 가사를 하우스 풍 테크노 비트에 담아내 당시 큰 인기를 끌었죠.
이 노래가 R9을 만나며 한층 더 트렌디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는데요. 기존의 하우스 리듬은 16비트 디스코로, 메인을 리드하던 키보드는 부드러운 EP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가사는 싫증 난 연인 대신 청소에 질린 사람들의 푸념으로 대체되었는데요. 원곡의 ‘빠빠빠~’ 코러스를 ‘싹싹싹~’으로 바꿔 청소기라는 아이덴티티를 재치 있게 표현했습니다. 무려 1분 30초 가까이 되는 광고의 엔딩은 꼭 뮤직비디오처럼 기획자와 영상, 음악 프로덕션의 이름이 올라와 재미를 더합니다.
객원 대체로 출발한 프로듀스 그룹
1992년에 발매된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지금 들어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데요. 이 노래가 수록된 3집 앨범은 당시에 100만 장 넘게 팔리며 큰 사랑을 받았고,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015B를 국민밴드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당시 보컬이었던 김태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그는 동창이었던 윤종신과의 인연으로 015B의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것인데요. 사실 015B는 대한민국 밴드 중 메인보컬 없이 객원보컬로만 음악 활동을 한 최초의 밴드였습니다. 시작은 ‘무한궤도’ 당시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이었던 신해철의 탈퇴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하게 내린 결정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록과 팝, 디스코, 일렉트로니카, 인더스트리얼 등 다양한 음악성을 추구한 그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이 열린 것입니다. 덕분에 윤종신, 김돈규, 이장우, 황치열 등 보석 같은 뮤지션들이 015B를 통해 대중들에게 보이스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015B의 첫 앨범, 첫 노래
015B의 첫 객원보컬로 윤종신이 참여하며 1990년에 첫 데뷔앨범을 발매하게 됩니다. 1집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인 <텅 빈 거리에서>는 015B의 새 이름으로 처음 대중들에게 선보인 노래로, 멤버들에게는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의미가 큰 노래죠.
015B는 팬들을 위해 셀프 리메이크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는데요. 2020년에 맞이한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며 <텅 빈 거리에서> 리메이크 버전을 준비했고, 바로 지난달에 발표했습니다. 이번 리메이크 작업에서 멤버들은 그때 당시의 사운드와 감성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악기와 곡의 구성뿐만 아니라 원곡에 깔린 노이즈까지도 비슷하게 재현해냈죠. 그리고 원곡 보컬인 윤종신이 31년 만에 다시 음원에 참여하며 팬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습니다.
이별 노래의 대명사, 이젠 안녕
015B의 노래 중 가장 유명한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국민 엔딩곡으로 자리 잡은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이젠 안녕>인데요. 1991년, 2집 ‘Second Episode’의 타이틀곡으로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도 졸업식이나 각종 이벤트 등의 엔딩곡으로 사용되고 있죠.
인기로 환경부 전화번호를 바꾼 뮤지션
그리고 같은 2집 앨범의 첫 트랙인 <4210301>에는 015B의 뜨거운 인기 때문에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4210301>은 이별하는 연인들의 마음에 빗대 환경오염의 위험을 경고한 곡인데요. 제목인 <4210301>이 전화번호라는 것을 눈치챈 많은 팬들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죠. 그 때문에 해당 회선의 주인은 급기야 회선을 바꾸고 015B에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데요. 문제는 그 번호가 바로 환경부의 전화번호였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015B는 인기로 공공기관의 전화번호를 바꾸게 한 최초의 뮤지션이 되었죠.
이외에도 015B는 <신인류의 사랑>,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를 비롯해 리메이크곡인 <슬픈 인연>과 <단발머리> 그리고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등 많은 히트곡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5집 ‘Big 5’를 밀리언 셀러 반열에 올리며 인기의 정상을 찍었죠.
그리고 2011년에 장호일과 정석원의 2인 체제로 새로이 출범한 지금의 015B는 다양한 싱글과 EP를 발매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메인보컬 없는 프로듀서 그룹인 만큼, 그들은 지금도 새로운 객원 보컬을 영입해 또 다른 색깔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30년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음악으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드는 아티스트 015B. 그들의 음악 궤도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루빨리 그들의 새로운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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