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멜서스는 저서 ‘인구론’에서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못 따라잡아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인구 증가세도 안정화되면서 그의 말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요. 하지만 21세기에 이르러 ‘환경 파괴’라는 또 다른 요인으로 인해 멜서스의 망령이 서서히 부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푸드테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푸드테크는 식품의 생산, 보관, 유통, 판매 등에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한 식품, 앱을 활용한 실시간 배달, 로봇 바리스타 등이 푸드테크에 속하죠. 오늘 HS애드 블로그에서 소개해 드릴 내용은 그중에서도 미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축산업을 대체하기 위한 푸드테크
2019년 기준 세계 인구는 77억을 넘어섰습니다. 이 증가세라면 2100년에는 112억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현대 농축산업의 기술 수준이라면 이 정도의 식량 증산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미래학자들이 거론하는 진짜 문제는 바로 식량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입니다.
▲ 환경 오염과 동물복지, 질병 등 다양한 문제를 내포한 공장식 축산
이러한 이슈가 특히 눈에 띄는 분야는 축산업입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1g을 생산할 때, 각은 양의 콩류를 생산할 때보다 400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또한, 공장식 밀집 사육으로 인한 동물복지 문제와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등 기업형 축산으로 인한 질병도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체재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곤충’입니다. 2013년 UN 식량농업기구는 미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곤충’을 지목했습니다. 곤충은 고단백·저지방이면서 무기질까지 풍부한 최적의 완전식품으로 불립니다. 게다가 가축보다 사육 면적과 사료가 현저히 적게 든다고 하네요. 생애 주기가 짧아 대량 생산도 쉽습니다.
▲곤충은 가장 완벽한 대체식량이지만, 그 혐오감을 해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입니다
하지만 영화 <설국열차>에서 단백질 블럭의 비밀을 안 관객들이 한동안 양갱에 입도 대지 않았던 것처럼, 사람들의 혐오감을 넘어서야 한다는 큰 장벽이 존재하죠.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을 푸드테크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도살 없이 고기를 얻는 배양육 기술의 발전
‘푸드테크’는 말 그대로 발전된 현대 기술을 이용해 식재료를 생산해 내는 과학입니다. 온실가스나 환경오염 등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죠. 아무래도 땅과 사료가 많이 필요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상당한 축산업이 최근의 주요 타깃인데요. 지금 학계에서는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 고기를 생산하는 ‘배양육’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배양육은 말 그대로, 가축을 도살하지 않고 세포를 길러 얻어낸 고기입니다. 기존의 유전자 조작이 아닌 가축의 줄기세포를 키워 살코기를 얻어내기 때문에, 윤리나 유전자 질환에 대한 우려도 적은 편이죠. 체중 200kg인 소의 체중을 하루 600g씩 늘리려면 매일 2kg 정도의 배합 사료가 필요하니, 산술적으로 60kg의 고기를 얻으려면 200kg의 사료가 필요합니다. 이에 비례해 물도 많이 소비하고,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겠죠. 하지만 배양육 수십 kg을 얻으려면 배양액 100ℓ만 있으면 된다고 하니 효율이 높습니다. 소를 풀어 키우기 위한 경작지 면적도 훨씬 줄어들게 되죠.
2013년 네덜란드 연구팀이 만든 배양육으로 햄버거를 제작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배양육 기술은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배양한 고기 조각 수만 개를 뭉쳐 패티를 만드는 데 몇 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패티 시제품의 예상 가격이 약 3억 6천만 원이었다고 하니 아직 실용화까지 넘을 산이 많아 보이네요.
2017년에 제작한 배양육 닭고기 450g이 1만 달러 정도였던 데 비해, 2018년에는 363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2020년에는 450g당 3달러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배양육 기술은 인류가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향하는 길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100% 식물로 만든 햄버거라고요?
2019년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는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의 차세대 버거인 ‘임파서블 버거 2.0’이 공개됐습니다. 임파서블 푸드는 식물 세포를 배양해 인공 육류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콩과 식물 뿌리에서 복제 물질인 헴(Heme, 유기 철분)을 추출해 패티 형태로 제공하는 ‘임파서블 미트’는 질감과 맛이 일반 고기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맛과 식감이 실제 고기와 비슷한 임파서블 버거(출처: 임파서블 푸드 공식 페이스북)
2035년까지 일반 고기를 식물성 고기로 대체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임파서블 미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구글 벤처스 등으로부터 4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미국 FDA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승인도 받았다고 하니, 이제 상용화는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라스베이거스 최대 버거 프랜차이즈이자, 우리에게는 영화 <해럴드와 쿠마>에 나오는 식당으로 유명한 ‘화이트 캐슬’의 3개 지점에서 임파서블 미트를 이용한 버거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식물로 만든 닭고기와 달걀도 이미 상용화 중
2009년에 설립된 ‘비욘드 미트’는 세계 최초의 100% 식물성 햄버거인 ‘비욘드 버거’를 개발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비욘드 미트가 개발한 ‘콩으로 만든 닭고기’는 맛과 향은 물론 질감까지도 진짜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비욘드 미트가 만든 가짜 닭고기가 포함된 샐러드를 특별한 표시 없이 판매했다가 문제가 되어 리콜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소비자 중 아무도 가짜 닭고기를 구분해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햄튼크릭의 식물성 달걀 제품 'JUST'로 만든 에그 스크램블(출처: JUST 공식 페이스북)
이 밖에도 미국 스타트업 ‘햄튼크릭’이 식물에서 달걀과 유사한 단백질을 추출해 인공 달걀을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지만 맛은 일반 달걀과 같아 마요네즈와 빵, 쿠키 등 달걀이 필요한 제품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과 연구진 역시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비욘드 미트의 제품들은 동원 F&B에서 공식 수입해 판매할 예정이랍니다. 이외에도 많은 식품 기업이 대체육 등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하는데요. 이제 우리도 지구를 걱정하는 건강한 음식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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