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6 : 매체를 보는 기획자의 과학적 태도에 대하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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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를 보는 기획자의 과학적 태도에 대하여

 

매체에서 광고하기

 

박 두 현

글로벌미디어팀 차장 / doo.park@hsad.co.kr

 

 

 

 


 

광고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미디어는 오랫동안‘ 과학’을 표방했다.

미디어의 핵심은 계량화된 데이터를 가공하고 가설에 대입해 광고의 근거를 해명하는 일련의 과학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학’이라 불려온 미디어는 그 특성을 활용해 편의성과 객관성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는 방향으로 진전했다. 이것은 업계에서 이미 하나의 트렌드이자 진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이제까지 많은 광고회사 미디어 파트의 기획서를 들여다보면 이렇게 시스템화되어 도출된 자료를 근거로 한 문제 해결 방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매체 영향력 OO%, 소비자의 매체 접속률 OO%를 대입했더니, 오랜 기간 경험치가 누적된 자사의 매체 시스템에서 TV에 대해 언제까지 얼마를 쓰라‘고 하더라”라는 식이다. 그런 계량화·시스템화된 과정을 통해 미디어 기획의 대부분은‘ 논리’라는 방식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최근의 미디어 환경 변화는 수학이나 물리처럼 공식을 구해놓고 대입해 풀이하던 미디어의 방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한계 노출한 여론조사, 매체 예측조사는?

얼마 전 실시된 총선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총선의 결과도 결과지만, 특히 미디어 담당자로서 눈길이 끌린 것은 어느 여론조사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예측 오류 부분이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립된 조사 데이터의 정확성과 그 정확성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방법론 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여론조사의 예측 가능성은 나날이 높아지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번 총선의 여론조사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틀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제 여론조사 현장에서 뛰었던 많은 이들은 향후 조사에서 그 정확성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유선전화에서 개인 휴대전화로의 급속한 변화’다. 기존의 선거구를 기반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지역별 구분이 명확한 유선전화 기반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집 전화 없는 가구,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로 대도시에서의 유선전화는 거의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특히 많은 시간 집을 비우는 학생이나 직장인은 더욱 그렇다. 또한 전화만이 거의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던 예전에 비해 현대의 많은 전화는 지인의 전화가 아니고서는 그저 스팸의 하나로 간주된다. 어렵사리 정확한 응답자에게 연락이 닿더라도 응답자들의 저항, 즉 응답거부 비중도 매우 커졌다. 여기에 더해 응답률 저하에 대처하고 많은 표본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ARS는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잘못 연결된 응답자인 초등학생이“ 선생님의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라는 ARS의 질문에 자신의 실제 초등학교 선생님 나이인 60대로 응답해 여론조사에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조사대상인 응답자에 도달하는 문제, 도달된 응답자의 진심을 알아보는 문제,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검증하는 문제 등 여론조사의 맹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그런데 이는 매체 예측 조사의 한계와도 오묘하게 맞닿는다.




버즈량과 시청률 예측

휴대전화는 미디어 분야에서도 역시 골칫거리다. 최근 미디어플래너가 많이 활용하는 지표 중 하나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다. 이 경우 TV를 시청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로 궁금한 콘텐츠를 찾아본다는 가정 아래 화제성과 시청률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는 좀 다르다. 특히 케이블TV의 콘텐츠는 그 괴리가 더 큰 편이다. 예컨대 음악 관련 프로그램은 보통 큰 화제성을 갖고 실시간 검색어 톱10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사후 측정된 시청률은 바닥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림 1>. 휴대전화로 검색은 하지만 본방 시간을 기다려가며 시청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휴대전화로 의견을 남기는 SNS는 어떨까? 커뮤니티 내 의견이 검색되는 네이버 검색 결과 페이지 또는 트위터의 버즈량 정도를 시청률과 비교해 보면 대부분은 콘텐츠 방영 후에 그 이슈성을 가늠할 수 있을 뿐 예측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시청률이 높게 나오면 이후에 버즈량이 증가하는 것이므로 버즈량으로 예측까지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검색이 용이한 SNS(트위터류) 사용자의 부족, 더 나아가 가뜩이나 부족한 사용자층의 최근 이탈 증가를 감안하면 예측은 앞으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또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연령별로 분화된 콘텐츠 소비행태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나 SNS에서 측정된 시청률과 다를 수밖에 없다.

“수목드라마가 재미있나요, 아님 금토드라마가 재미있나요?”류의 게시물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실제 버즈를 만들어 내는 주 계층은 이미 시청률에는 확인되지 않는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에겐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단지 콘텐츠를 선택함으로써 발생하는 휴대전화의 데이터 패킷이 신경 쓰일 따름이다.


생물학’에 가까워진‘ 매체 과학’

그러나 매체는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과학이다. 다만 이전처럼 물리나 수학 같은 공식을 만들고 대입해 푸는 과학은 아니다. 오히려‘ 생물학’이 지금 매체에 어울리는 과학일 것이다. 예전 매체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했다. 다함께 즐길 수 있어 측정하기 좋았고, 따라서 반복적인 동일성을 근거로 패턴을 읽고 공식을 만들어내기 쉬웠다. 그러나 개인화된 매체는 새로운 공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을 구분해 보다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한다. 더욱이 그 변화의 양상이 매우 빠르다.

즉 정체된 공식이 아닌, 그때그때 관찰에 따른 적합한 분류와 그 분류에 의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마이크로 타깃팅 등의 용어는 모두 이러한 매체 변화로부터 출발된 것이다. 하나의 관찰로 이루어진 현상을 즉시 보게끔 만드는 방법론이 미디어 크리에이티브요,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의 생각과 성향에 맞춤형으로 보여주는 방법론이 마이크로 타깃팅이다.

이들 두 가지는 모두 빠른 순발력을 핵심으로 요구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많이 보였던 어버이날 맞춤 광고가 올해 반응이 좋았다고 내년에도 비슷한 메시지로 따라간다면 그 효과가 같을까? 메시지의 식상함도 그렇겠지만,‘어버이날에 딱 어울리는 광고’라는 반응은 이미 한풀 꺾여있을 것이다. 결국 요약하자면 한 문장이다. 

‘매체는 소비자에서 시작된다.’


- 참고 자료 : 시사인 451호 ‘<아님 말고’식 여론조사 주범은 선거용‘ 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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