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진짜 차'를 말하다
소비자들은 자동차의 본질적 기능과 성능보다는 더 많이 팔리고 더 익숙한 브랜드를 기준으로 구매하고 있었다. 이에 쉐보레는 프리런칭과 런칭 두단계를 통해 왜곡된 한국 자동차시장과 마비된 소비자 인식을 타파하고자 했다.
광고 아이디어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국내 자동차 광고 중‘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새로 산 자동차로 답변’하는 내용이 있었다. 주인공의 차를 부러워하는 친구의 눈빛이 측은해 보였던, 인사이트 있는 광고로 나름의 반향을 일으켰지만 무언가 씁쓸하다. 언제부터 자동차가 과시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존재가 되었는가? 대한민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언제부터인가 자동차의 본질적 가치 소구보다는 프레스티지·섹시 등 세속적이며 자극적인 가치를 소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은 시승도 한 번 없이, 단지 더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감각하게, 비논리적으로 수 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한다. 쉐보레 캠페인은 이러한 왜곡된 한국 시장에 경종을 울리고 소비자들에게 자동차가 지니는 새로운 가치와 진정한 자동차의 본질을 제언하고 싶었다.
쉐보레의 화두, "진짜 자동차가 뭔지 알아?"
2011년 3월 1일, 100년 역사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쉐보레가 런칭했다. 쉐보레는 전 세계에서 7.49초마다 한 대씩 팔리는 글로벌 톱4 브랜드로, 1911년 설립 이후 100년 동안 자동차 역사 혁신의 주역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쉐보레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나‘ 시보레’라는 이름으로 어렴풋이 알려져 있었고, 시장은 토종 브랜드가 독과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소비자들은 차를 고를 때 자동차의 본질적 기능과 성능보다는 더 많이 팔리고 더 많은 옵션이 있는, 더 익숙한 브랜드를 기준으로 가장 비싼 소비재를 무감각하게 구매하고 있었다. 이에 쉐보레는 프리런칭과 런칭 두 단계를 통해 왜곡된 한국 자동차 시장과 마비된 소비자 인식을 타파하고자 했다.
프리런칭은 국내 메이저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활동으로 변질된 자동차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진짜 자동차가 뭔지 알아?”라는 메시지에 담아 전달하는 광고이다.‘ 자동차는 유행에 따라 나를 꾸미는 옷이 아니며, 옵션이나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장난감도 아니고, 내 신분을 대변하는 명함도 아니다’라는 생각을 프리런칭에는 담고 있다.
이러한 쉐보레 광고 아이디어 출발점은 고맙게도 경쟁사의 세속적 자동차 광고, 그리고 불행하게도 소비자의 왜곡된 소비관에서 시작한다.‘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차로 대답했다’라는 광고와 기존 소비자 FGD를 통해 얻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인사이트가 그것이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내 경제력을 이성적으로 고려한다면 큰 차보다는 경차가 옳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경차를 타고 소개팅에 나가면 창피할까봐, 강남에서 발레 파킹을 부탁하면 거절 당할까봐, 옛 친구와 우연히 만났을 때 없어 보일까봐 가능하면 큰차, 비싼 차를 타고 싶어 한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는‘ You are what you drive’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고 자동차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크고 비싼 물리적 페르소나이다.
하지만 옷·장난감·명함 같은 세속적인 가치를 지닌 자동차는 쉐보레가 생각하는 진짜 자동차가 아니다. 쉐보레는 프리런칭 광고에서 기존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으로 색안경이 쓰이고 눈과 귀가 막혀버린 한국시장을 향해“ 진짜 자동차가 뭔지 알아”라는 화두를, 수화를 통해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위로부터 프리런칭‘ 명함’편,‘ 옷’편,‘ 장난감’편
Chevrolet is the car! 쉐보레 = 진짜 자동차
프리런칭에서“ 진짜 자동차가 뭔지 알아”라는 화두를 던졌다면, 런칭 광고에서는 자동차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브랜드인 쉐보레가 생각하는 자동차의 참의미, 그리고 그 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런칭광고는‘ 모두’·‘평생’·‘미래’등 3편으로 구성했다.
‘모두’편에서는 쉐보레의 풀라인업을 소재로, 한국시장에서 유일하게 1,000cc경차 스파크에서 6,000cc 슈퍼카 콜벳까지 풀라인업을 구축한 회사는 쉐보레밖에 없으며 진정한 자동차는, 자동차 회사는 서로 다른 경제력을 지닌 서로 다른 연령대 모두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전달하고 있다.
‘평생’편은 한국시장의 짧은 자동차 교체주기 및 경쟁차량들의 빈약한 내구성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 쉐보레는 1911년 설립 이후 100년 동안 축적된 자동차에 대한 노하우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로 그 내구성은 국내 경쟁회사들을 압도한다. 이에 ‘평생’편은 진짜 제대로 만든 자동차라면, 진짜 제대로 된 구매 후 케어를 받는 자동차라면 3〜4년 만에 차를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또한‘ 미래’편에서는 쉐보레가 100년 역사 동안 이루어낸 혁신들을 전달함으로써 쉐보레의 역사성과 혁신성을 소구하고 있다. 최초로 직렬 6기통 엔진을 만들었고, 최초로 SUV를 만들었으며, 최초로 양산형 스포츠카와 전기차를 만든 쉐보레의 혁신성을 통해 역사가 미천한 국내 경쟁사와는 근본이 다른 회사임을 소비자에게 강조하고 있다.
위로부터 런칭 ‘모두’편, ‘평생’편, ‘미래’편
브랜드 고지를 위한 단계별 IMC
TV광고와는 별개로 지면 및 OOH 또한 프리런칭과 런칭 2단계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면의 경우 1월초 쉐보레의 한국 진출선언 내용을 담은 광고를 집행해 쉐보레 진출 고지와 함께 대고객 아이디어를 수렴했다. 쉐보레의 골드 보타이를 핵심 비주얼로 기존 한국 자동차 회사에게 바라는 점을 접수해 런칭 시점에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광고였다. 광고 이후 한국지엠쉐보레의 홈페이지에는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자동차, 자동차 서비스(케어), 가격정책 등 다양한 의견이 접수되었고, 그 생각들을 수렴해‘ 쉐비케어 357’이라는 혁신적인 자동차 케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당신이 원하면 쉐보레는 답하겠습니다”라는 카피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OOH의 경우 브랜드 고지를 목표로 서울과 지방 주요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빌딩 매체를 적절히 활용했다. 사실‘ 쉐보레’라는 브랜드 네이밍이 결코 발음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CHEVROLET’라고 쓰고‘ 시보레’라 읽을지‘ 쉐보레이’라 읽을지 정확한 표기법도 없이‘ 시보레’라 쓰고 읽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조사와 내부 의견을 모아‘ 쉐보레’로 그 발음과 표기법이 정해졌고, 스크린도어에 여자의 도발적인 입술과 함께 쉐.보.레라는 이름 석자의 정확한 발음을 명기했다. 또한 서울 시내 주요 영화관 외벽에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친숙한 카마로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볼트를 메인으로하며 영화를 컨셉트로 쉐보레의 풀라인업을 소구하는 대형 외벽광고를 게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쉐보레 고지광고
자동차의 본질, 쉐보레의 바른 마케팅
쉐보레의 런칭 얼마 후 경쟁사의 에어백 관련 허위광고 사건이 터졌다. 카탈로그와 달리 옵션 사항에서 실제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우와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메이저 자동차회사가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차별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수출 모델과 내수 모델의 옵션 및 가격 차별, 큰 차와 작은 차의 서비스 차별 등, 소비자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차별 받고 있어서 이젠 무감각해져 있는 지경이다. 하지만 쉐보레는 다르다.
내수 모델과 수출 모델의 안전도는 동일하고 옵션과 서비스 또한 큰 차와 작은 차를 차별하지 않는다.
가장 비싼 소비재이지만 상상 외로 비논리적으로 구매하는 제품, 자동차. 쉐보레의 광고 캠페인과‘ 차별 없는’ 마케팅으로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좀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소비했으면 한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무엇이 진짜 좋은 것이고, 어떤 것이 진짜 나와 가족들을 위한 선택인지 카탈로그부터 꼼꼼히 뜯어봐야 할 것이다.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PT 시안 그대로, 심지 굳은 캠페인
이번 광고 캠페인은 2010년 봄부터 준비했던 경쟁 PT 시안이 그대로 집행된 캠페인이다. 물론 PT 선정 후 신규 크리에이티브도 수없이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PT 시안 그대로 공중파를 타게 되었다. 그런‘ 심지 굳은 아이디어’여서일까? 2011년 3월 애드와플 광고인이 선정한 우수 캠페인으로 쉐보레 프리런칭 ‘명함’편이 선택받았다. 하지만 이번 수상의 영광을 안은 ‘ 명함’편은 자칫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던 광고이기도 했다. 경쟁 PT에서 아이디어가 제시됐지만 여러 의견 차이로‘ 명함’편을 제외하고 PPM을 진행했다. 그런데 촬영 현지에서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PPM없이 현지에서 급작스럽게 광고가 제작되었고, 그 결과물이 상을 받았다니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이에 8개월 이상을 고생한 우리의 생각이 우선이나마 광고인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작은 위로를 받으며, 앞으로 전개될 쉐보레의 각제품 라인별 광고와 브랜드 광고의 활약이 기대된다.
서경종
BS2팀 차장 | marstour@hsad.co.kr
입사 후 8년째 CR하고 싶다 윗분들 설득중인 AE.
에이이~. 씨알도 안 먹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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