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
일상의 즐거움
비행기 타고 멀리 출장이나 촬영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 들어서며 부랴부랴 신문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국내 소식이 궁금해 신문을 샅샅이 읽다 보면 몸과 마음속으로 한국이 다시 슬금슬금 들어와 똬리를 틀었다. 잊혔던 혹은 잊고 싶었던 일상들이 온몸을 조여오는 잠수복처럼 물 샐 틈 없이 나를 감싸면, 어느새 나는 일상인으로 재부팅되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어딜 가도 세상 소식을 다 보고 다 들을 수 있는 무경계의 삶은 단절과 이별을 잘 못 느끼게 한다. 울란바토르를 가도 모로코 사막을 가도 예전과 같은 철저한 ‘일상의 부재’는 이제 경험하기 어렵다. 때문에 일상으로의 귀환도 그만큼 덜 쫄깃해진 것 같다. 면역학적 관점에서 타인은 지옥이다. 피사로-정복자 피사로가 아니라 침략자 피사로로 불리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