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5.
코펜하겐에서 길을 잃다.
봄은 봄대로 예쁘고 가을은 가을대로 예쁘다. 저렇게 요란한 빛깔들이 뽐내듯이 출렁이는데도 볼썽사나움이란 걸 찾아볼 수 없으니 단풍을 보는 내내 경외감만 일 뿐이다. 옆에 서 있던 친구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말은 눈이 보았던 아름다움을 빼앗지요’ 라는 구절이 갑자기 떠올라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언어로 덮어쓰기를 하지 않기. 그냥 그대로 보고 느끼기. 그래야 그 아름다움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고 그것들을 더 환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비로소 그가 사라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언어는 본질을 규명하는 도구일까 본질을 가리는 도구일까. 코펜하겐이라는 말은 무역이 이루어지는 부두란 뜻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