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화장실을 두고 800m나 뛰어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공용 커피도 먹지 못했고, 식당도 이용할 수 없었으며, 회의도 물론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누구이기에 이런 대우를 감수해야 했을까요? 1960년대 NASA에서 일하던 흑인 여성들이었습니다. 백인 남성들 위주였던 NASA에서 오직 수학적 천재성 하나로 차별을 딛고 아폴로 11호 발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인물. 그들이 평등해지기 위해선 평범함을 넘어 뛰어난 천재성이 필요했지만, 그 천재성마저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들은 묻히고 말았을 겁니다. 인종은 상관하지 않고 능력 위주로 사람을 봤던 NASA의 부장이 있었기에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을 비롯해 함께 근무한 흑인 여성의 우수성은 빛날 수 있었습니다.
큰 변화가 있기 위해선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결국 ‘한 사람, ’ ‘한 사람’의 힘이 시작돼야 합니다. 한 사람의 힘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결국 큰 힘의 시작입니다. 흑인 여성을 동등하게 대하는 NASA 부장 한 명의 시각이, 그들의 우수성을 존중해 준 우주 비행사 한 사람의 태도가 시작이었던 것처럼. 세상과 함께하는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변화를 만들기 위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결국은 ‘큰 변화’가 되기 위한 ‘하나의 목소리’의 시작입니다.
여성 축구 선수들의 900분
아직도 세계 곳곳엔 남녀 차별이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2018년 영국에선 남녀 임금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PayMeToo 운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OECD에 의하면 2021년 남녀 임금 격차가 31.1%로 대한민국이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1996년 OECD 가입 이래, 26년 동안 한국은 꾸준히 격차 1위였으니까요. OECD 평균 격차는 12%입니니다. 멕시코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멕시코의 대표 맥주, 코로나는 여성 축구 선수들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멕시코 여성 축구 공식 스폰서인 코로나는 여성 축구 선수들이 남자만큼의 연봉을 받으려면 그들보다 10배 더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같은 경기를 뛰어도 10분의 1 정도의 금액을 받고 있었던 거죠. 코로나는 그들의 불평등에 관심을 갖게 하고, 더 많은 대가를 얻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10배 더 뛰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정규 게임 시간 90분에 10배를 곱해 900시간의 경기를 개최한 겁니다.
경기는 멕시코에서 네 번째 큰 도시, 푸에블라 시에서 열렸습니다. 900분 즉 꼬박 15시간의 경기를 뛰기 위해, 280명의 선수들이 모였고, 긴 시간 교체를 위해 수많은 코치진과 심판이 투입됐습니다. 경기는 Fox Sports와 TV아즈테카가 TV와 온라인을 통해 매시간 게임 현황을 중계하거나 스트리밍 했죠.. 경기의 취지에 맞게 촬영팀의 90%를 여성으로 채웠으며, 코로나의 임원들도 대부분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오전 8시에 시작된 경기는 쉬는 시간을 포함해 밤 11시까지 이어졌죠. 선수 교체는 42번 이뤄졌고, 총 47개의 골을 기록했습니다. 총 1백8십만 명의 사람이 경기를 지켜봤고, 경기하는 동안 플랫폼으로 직접 제품을 판매했으며 수익금은 여성 축구 조직에 기부됐습니다.
90분보다 10배 긴 900분의 경기. 그 경기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다리 경련을 겪었고, 심판들과 코치진은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며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만큼 여성들이 남성만큼의 연봉을 받으려면 힘든 시간을 더 견뎌야 하는 겁니다.
900분간 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맥주는 이 경기로 멕시코 여성 축구 선수들의 존재감과 그들에 대한 응원이 더 많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함께하는 방법
세계는 지금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경제 전망은 불확실합니다. 수시로 장을 봐서 음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마트에서 물가 체감을 가장 확실하게 느낍니다. 캐나다의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인 SkipTheDishes는 높아지는 물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들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쿡북’을 통해.
캐나다는 지난 2월, 연속으로 7개월째 오르는 물가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캐나다 통계에 따르면 전년도 대비 10% 오른 물가라고 합니다. 이에 SkipTheDishes는 AI를 결합한 ‘인플레이션 쿡북’을 만들었죠. 이 앱은 매주 식재료 값을 모니터링합니다. 그리고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가격 추이를 표시해 줍니다. 이번주에 가격이 내려간 식재료는 뭔지, 가격이 올라간 식재료는 뭔지. 당연히 사람들은 가격이 내려간 식재료에 더 눈이 가겠죠. 이 앱은 그 재료에 맞춘 레시피도 보여줍니다. 인플레이션 시대, 그나마 더 좋은 식재료를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 노력입니다. SkipTheDishes는 단지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려는 단순한 의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건강한 식재료를 더 스마트하게 쇼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하는 겁니다. 8백만 명이 넘는 캐나다인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식사를 건너뛰는 일이 많다는 걸 알고 만들게 됐다고 하죠.
하루 하루 아보카도를 사고 양파를 사는 일은 매우 사소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기에 가장 좋은 식재료를 알려주고, 그에 맞는 건강한 레시피까지 알려준다면, AI를 활용한 가장 유용한 앱이 될 것 같습니다.
세제 브랜드가 자폐아 소녀에게 건네는 약속
세제와 자폐인 소녀. 이 둘간의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영국 reckitt사의 얼룩 제거 제품인 Vanish는 ‘실화’로 광고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자폐 소녀가 등장하는 콘텐츠. 4분에 달하는 길이 동안 등장하는 소녀는 한 번도 연기해 본 적도, 카메라 앞에 서 본 적도 없는 실제 자폐 진단을 받은 학생입니다. 콘텐츠의 엄마 아빠와 여동생, 친구. 모두 실제 가족과 친한 친구들이고요. 브랜드와 감독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진정성에 초점을 둬, 실제 가족을 섭외했고 그들의 실제 라이프에 맞춰 기꺼이 이야기를 수정했습니다.
소녀는 학교 갈 때마다 후드 스웨터를 찾습니다. 생활 속 규칙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패닉에 빠지는 것과 조금 더 예민한 점 외엔 다른 친구들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TV를 보는 시각에 갑자기 거실에서 드럼을 치면 가족들의 인내는 시작됩니다. 익숙한 듯 자막으로 TV를 보며 소음을 견디는 모습. 불만에 싸인 동생은 언니의 후드 스웨터를 숨겨 버리죠. 등교 준비를 하는 순간, 후드가 사라진 걸 안 소녀는 소리칩니다. 패닉은 극에 달합니다. 매일 입고 가야 할 후드가 사라지자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히죠.
실제로 자폐인들은 오래되고 익숙한 옷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들에겐 옷 이상의 의미를 지닌 애착 물건인 거죠. Vanish는 이들을 위해,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지켜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세제 브랜드가 자폐 소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약속입니다.
자폐 소녀들은 소년들에 비해 자폐 진단률이 낮다고 합니다. 콘텐츠에 등장하는 소녀도 15세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18개월 전에 진단을 받았으며 진단을 받는 데도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자폐인 중에서도 여자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겁니다. 브랜드는 그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회가 그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하면, 그들의 삶이 좀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자폐 소녀와 함께 촬영할 수 있을까? 그에게 연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시도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카메라 앞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고, 이 콘텐츠는 진정성을 인정 받아 영국의 공영 방송 채널인 Channel4의 ‘Diversity in Advertising Award'에 선정됐습니다. 상품은 채널4에 1백만 파운드의 매체비만큼 광고가 온에어되는 겁니다. 연출은 ‘킹스 스피치,’와 ‘레미제라블’등을 찍은 영국의 톰 후퍼 감독이 맡았습니다.
문제는 드러나야 합니다.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야 변화기 시작되는데, 문제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공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공론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 및 퍼시픽 아일랜더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단체 ‘Stop AAPI Hate'는 더 이상 그들에 대한 혐오가 숨겨지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Invisible no more’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버스에 공공장소에 빌보드 앞에 수많은 아시안과 퍼시픽 아일랜더들이 있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차별이 묻히고 마는 거죠. 5명 중에 한 명이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그들에 대한 혐오는 적지 않습니다. SNS가 일상이 되어 차별을 목격한 영상이 종종 올라와 세계적으로 공론화되기도 하지만 팬데믹으로 차별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Stop AAPI Hate'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영상에서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아쉽게도 우리는 수많은 뉴스의 범람 속에서 살고 있기에, 실제 존재하는 문제를 인식하려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TV에 나오는 이야기,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론 진실을 판별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게 진실인지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깨어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공감을 얻기 위해서도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들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선진국인 캐나다인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식사를 건너뛰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만, SkipTheDishe가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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