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시작

1970년, 한 회사원은 강한 접착제를 개발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실수로 잘 붙지만, 또 잘 떨어지는 이상한 접착제를 만들게 됐죠. 모두 그걸 어디에 쓰냐며 비판했지만 같은 회사의 아트 프라이는 오히려 이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발한 제품을 생각해냈습니다. 평소에 교회 성가대의 악보 사이, 끼워 넣은 종이가 자꾸 떨어지는 불편함을 보고 쉽게 붙였다 떨어지는 종이가 있으면 어떨까, 고민했던 겁니다. 그는 동료의 ‘실수’에 계속 매달렸고 결국 포스트잇을 발명했습니다.

아트 프라이는 우연히 발견한 불편함을 마음에 담았고, 우연히 마주친 실수에서 기회를 발견해 그만의 마법을 만들어 낸 거죠. 

모든 일은 그 안에 기회가 될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페니실린, 나일론, 브라우니 등 다양한 발명은 모두 ‘실수’나 ‘우연’에서 끄집어낸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 기회는 그냥 발견되지 않습니다. 절실하게 해결하고 싶은 혹은 이루고 싶은 일들이 마음에 새겨져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평범함’이 중지된 코로나19. 우리는 평범한 생활을 회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평범한 하루’를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 바람이 앞으로 ‘새로운 평범함’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락다운에서 발견한 공감

▲ Creature Discomforts: Life in Lockdown (출처: Born Free Foundation 유튜브)

사실 집안에 갇힌다는 건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알 만한 어려움입니다. 마음대로 산책도 못 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여행도 할 수 없습니다. 집에 갇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죠. 늘 어딘가로 출근하고 등교하던 사람들에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점에서 Born free Foundation은 새로운 포인트를 발견합니다. 락다운에서 끌어낸 공감입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설득적이지 않던 동물들의 락다운. 이제 이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절실해질 듯합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국제 야생 동물 자선단체인 Born free foundation. 그들은 뭉클하거나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잘 끄집어냅니다. 사람의 품에서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희생되는 아프리카 사자의 애니메이션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죠. 그들이 전하는 올해의 감동은 락다운입니다. 내용은 동물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동물원, 아쿠아리움, 서커스. 그곳에 갇힌 괴로움을 토로하는 동물들. 모두 그들의 얘기를 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같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대본을 읽는 게 아닙니다. 코로나19로 비롯된 락다운에 대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죠. 그들은 우리에 갇힌 동물과 다를 바 없는 ‘갇힌 괴로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이 강한 힘을 갖기 위해서 인터뷰는 ‘진짜’여야 했습니다. 연기하거나 대본대로 하면 사람들의 감정 또한 가짜가 되니까요. 그래서 대행사는 락다운이 가장 심하던 시기, 진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의 생생한 감정을 인터뷰했고 숨소리, 분명하지 않은 발음, 웃음.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살렸습니다. 리얼함을 위해 인터뷰의 목적은 숨겼습니다. 락다운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물었죠. 외로움, 절망, 분노...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의 악화까지 얘기합니다. 사회에서 나만 제거된 거 같고,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아이에게 설명해야 하고. 락다운이 길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이때 영상은 얘기합니다. ‘우리에겐 이 락다운이 일시적인 것이지만 철창에 갇힌 동물들에겐 평생의 삶입니다.’

이 영상을 만든 영국의 대행사 Engine과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인 Aardman Animations 역시 락다운 상태에서 원격으로 작업했습니다. 실제 락다운 중인 사람들의 리얼한 목소리를 먼저 녹음하고, 그 목소리를 연기할 동물들을 그려냈죠. 그들의 혹독함을 전달하기 위해 생생한 배경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락다운은 힘듭니다. 그래서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집에 머물라’고 강력하게 권고했죠. 야생을 제거당한 동물들은 진즉부터 그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우연히 같은 고통을 경험하게 된 거죠.

다행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는 사실은, 우리의 락다운도 야생동물의 락다운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우리’뿐이라는 겁니다.

수많은 스포츠에서 찾아낸 하나의 힘

▲ You Can't Stop Us | Nike (출처: 나이키 유튜브)

올림픽이 연기되고 수많은 스포츠 경기가 중단된 팬데믹 상황, 나이키는 울림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NBA 경기 재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 이 영상은 그 어떤 스포츠 콘텐츠보다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림은 여러 종목의 스포츠 영상들을 반으로 분할해 마치 한 종목을 경기하는 듯 표현했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같은 역경을 딛고 있으며, 같은 인내를 하고 같은 축하를 받고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종목이 달라도 혹은 엄청난 스포츠가 아닌 길거리에서 누구나 즐기는 운동이라도 우리는 하나의 게임을 하고 있고,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영상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스포츠에 국한해서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으로 야기된 인종 차별, 경찰의 부당한 진압으로 시작된 ‘Black lives matter’ 캠페인, 페미니즘, 종교. 우리를 분열시키는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의심받을 땐 하나가 되어 싸울 것이고, 장애를 만나면 더 나아갈 것이고, 우리가 진지하게 대우받지 않을 땐 그들의 잘못을 증명할 것이고, 스포츠가 우리와 맞지 않을 땐 스포츠를 바꿀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찾을 것이고 무엇인가 공정하지 않을 땐 모두 함께 변화를 만들 것이다.”

이 감동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들은 4,000개의 푸티지를 찾아보며 연결되는 장면들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영상은 릴리즈되자마자 유튜브,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든 경기가 중단되어 촬영할 수 없는 어려운 조건, 오히려 기존의 수많은 스포츠 장면들을 연결함으로써 ‘하나 됨’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줬고, 더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모두의 권리와 인간성을 옹호하는 나이키가 그들의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의 열악함, 노동 착취에 대해선 무관심하고 모른 척하고 있다는 거죠. 누군가는 비판합니다. ‘나이키는 진정으로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 단, 그들의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제외하고.’

   

애플의 새로운 약속

▲ A climate change promise from Apple (출처: 애플 유튜브)

우리는 지금 새로운 지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전례 없던 세계적인 팬데믹을 겪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어려움은 가중되었습니다. 수많은 피해와 안타까움을 낳았던 호주 산불은 기후 변화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애플은 탄소 중립 기업입니다. 탄소를 배출한 만큼 나무를 심거나 대체 에너지를 찾아 탄소를 흡수하죠. 하지만 2020년 7월, 그들은 더 대담한 약속을 합니다. 2030년까지 기업 활동 전반에서 100% 탄소발자국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인 IPCC보다 20년 빠른 목표입니다. 애플 기기 생산 과정에서의 100% 탄소 배출 제로. 이 약속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아직 어린 아기, Edan과 약속을 합니다. Edan은 ‘마술’이란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 이름처럼 펼쳐질 미래를 얘기합니다. 편안하게 자고 있는 아기에게 속삭이는 진지한 말투. ‘우리는 너의 10번째 생일까지 모든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말하죠. 지금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깨닫게 될 약속. 쉽지 않은 약속이지만 지켜봐 달라고 합니다. 애플과 아기와 지구와의 약속. 

기후에 대한 노력은 미래에 대한 노력입니다. 당장은 모면하며 살아갈 순 있지만 언젠가 미래에 꼭 갚게 될 기후 변화.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속삭이는 애플의 약속은 그 어떤 연설보다 설득적이고 진정성이 돋보입니다. 어려운 약속을 할 수 있는 애플의 기업 철학이 놀랍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큰 위기를 오히려 세상과의 약속으로 마음에 새기는 애플. 이 약속으로 더 많은 팬이 생기겠죠. 애플은 진정으로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실천하고 있으니까요.

별똥별에 소원을 빌 수 있는 이유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죠. 여기엔 간단한 원리가 있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시간은 워낙 찰나이기 때문에 그 짧은 찰나에도 생각나는 소원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겁니다. 매 순간 마음에 담아뒀기에 우연히 발견한 별똥별이 떨어지는 찰나에도 생각이 나서 소원을 빌 수 있다는 뜻이죠. 

모든 발명과 발견, 아이디어도 그렇습니다. 포스트잇이 발명된 것도 늘 생각하고 있던 간절함이 기회를 만난 거고, 탄산음료를 보관하는 21개 톱니바퀴의 병뚜껑도 잘못 보관된 탄산음료를 먹고 배탈이 난 일에서 시작됐습니다. 탄산을 잘 보관하고 싶은 간절함의 결과죠. 해결하고 싶은 혹은 만들고 싶은 절실함이 실수도 기회로 보이게 만들고 발견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 <마법학교>에서는 마법을 배우러 온 아이들에게 오히려 진정으로 바라는 법을 가르칩니다. 마법의 원리는 진실로 원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잘 알아내기만 하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풀린단다. 하지만 자기가 진심으로 바라는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쉽지 않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깨닫는 것, 그것이 마법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 절실함이겠죠. 공감이라는 마법의 시작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