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5-06 : 디지털시대의 커뮤니케이션 키워드 - 하드웨어는 디지털, 소프트웨어는 감성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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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자/호남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인간은 합리성 20%, 비합리성 80%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서 이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호모데멘스(Homo demens; 착란의 인간)이며 호모루덴스(Homo ludens;유희의 인간)로서 다양한 측면을 가진 존재다. ‘소비’라는 인간의 행동 하나를 보더라도 거기에는 ‘합리’뿐만이 아닌 요소가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학문으로서의 마케팅이 지금까지 이론화해 온 것은 ‘20%의 합리’ 부분에 관해서이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80%의 정서(감정, emotional)’는 계량 불능 부분으로 배제되어 왔다. 그 점에서 마케팅은 근대산업사회의 논리, 즉 효율을 추구하고 기술의 고도화를 추구함으로써 풍요로움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모던의 신화’에 충실한 대변인으로 기능해 온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의 근대산업사회가 정보혁명, 전자미디어 문화 형성 등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기업은 ‘근대 마케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신제품을 히트시킨 것은 좋았지만 개발담당자도 왜 히트
했는지를 모른다” “코스트를 억제하고 기능이 뛰어난 상품을 만들고 있는 데도 팔리지 않는다” 등 실무자들의 고통에 찬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는 종래의 마케팅 ‘정석’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게 기능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 하겠다.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상품 가치 - 감성!

현대는 고도로 정보화된 시대이다. 그것은 새로운 미디어의 침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생활 여러 면에서 정보의 비중이 증가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시대에 부응하여 상품에 있어서도 단순한 실용적 기능뿐만 아니라 기호와 상징이라는 정보적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식품에서는 칼로리, 영양, 미각뿐만 아니라 색깔, 용기, 브랜드, 패션성이 중시되며, 가구나 인테리어에서는 실용성, 내구성 외에도 디자인, 분위기, 브랜드, 이미지 등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가치(네이밍, 디자인, 분위기)를 우선하는 경향은 왜 발생하게
되었을까? 그 첫번째 이유는 소비자 니즈의 향상이다. 양적, 질적인 충족을 추구하던
소비자는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상품의 품질과 가격이 안정되자 일단 상품의 기능에
만족하게 되면서 보다 높은 수준의 니즈를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상품에 부수적으로 따르게 되는 기분, 즉 색깔, 디자인, 이미지, 무드와 같은 부가가치에 주의가 옮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보화의 진행이다. 정보화사회란 생활의 모든 면에서 정보가치를 요구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에 따라 상품에 있어서도 실용적 가치 외에 부가적으로 정보가치가
중시되는 것이다. 즉, 즐거움, 재미, 그리움, 유쾌함, 자신다움, 화려함, 깨끗함과 같은 이미지나 분위기까지를 함께 요구하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4가지 Key Word

Key Word 1 - 사랑, 휴머니티, 본질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젊은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사랑이며, 기성세대의 최대 욕구는 따뜻한 정이다. 디지털이 진행될수록 인간은 그만큼 더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고, 자연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섹스어필 광고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광고 1>.




최근 우리나라 광고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연속성 있는 러브스토리를 시리즈로 엮어가면서 다음 내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광고들이다.
정보화와 디지털이 난무하는 지금도 나이든 사람에게나 젊은이에게나, 세대가 다르고 삶의 패턴이 달라도 여전히 삶의 화두는 ‘사랑’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에게도 마찬가지다. 물질의 풍요로움, 생활의 편리함과는 반대로 점점
메말라가는 인정,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남을 생각해주는 마음, 마음의 윤택함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 혁신으로 우리의 생활이 놀라우리만큼 편해지고, 가정에서도 버튼 하나로 쇼핑을 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할 수도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마음의 윤택함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더 나은 기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목적은 오직 하나,
‘ 사람의 행복’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정, 정신적인 피로를 푸는 상냥함, 단란한 가족의 따뜻함, 향수, 기분을 온화하게 해주는 헤아림, 부드러운 마음 씀씀이가 디지털 시대의 첫 번째 화두인 것이다<광고 4>.







Key Word 2 - 허무, 초현실

현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고 과거의 규범들이 파괴되며 기호와 표현 양식이 절대적으로 신성시된다. 상품의 유용성보다는 상품과의 상징적 관계가 중시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저게 뭐지?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군.”
그렇게 단지 신비스러운 모델에 추상적인 카피. 오히려 누구나 정확히 알아듣기를 거부하고 있는 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실이 아닌 듯한 공간배경, 몽환적 분위기의 모델과 상황 설정으로 초현실의 세계를 보여주는 광고 표현들이 늘고 있다.
현대의 가공할만한 테크놀러지의 발달이 가져오고 있는 변화는 그야말로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은 것인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려도 구분하기가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전세계적으로 소집단이 범람하고 그들의 기호와 표현 양식이 절대적으로 신성시되며, 과거에는 숭상되던 규범들이 파괴되고 수많은 우상들이 숱하게 탄생되었다가 사라진다.
이야기의 논리적 구성이 불가능하고 파편화된 이미지의 나열일 뿐이다.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혼합되어 나타나며, 비언어적,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주체 구성의 탈중심화, 허무주의의 극대화, 전위적 실험성으로 인해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소구 타깃의 참여를 원한다.
원래 마케팅이 대상으로 하는 세계는 ‘복잡계의 세계’이다. 실무자들은 종래 근대주의
마케팅의 수량 지향, 객관주의, 효율 중시에 의해 단순화된, 기계적인 모델로부터는 보여지지 않는 것들에 늘상 당면하며 살고 있다. 포스트 모던 마케팅은 평균적, 객관적 사실보다 한사람 한사람의 주관적 진실로부터 경영 합리성이나 기능성을 초월한 가치를 창조해가는 것이 이제부터의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 모던의 방법은 수학보다는 언어에 가깝다. 즉, ‘항상 맞는’ 선택이나 결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의 ‘문맥’에 따라 정답이 몇개라도 있을 수 있는 세계다. 수학에서의 정답은 하나지만 언어에서는 답이 몇개나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러한 풍부한 의미나 가치에 대한 민감함, 낯설게하기가 디지털 시대의 두번째 화두인 것이다.

Key Word 3 - 놀이, 창조

본래의 목적에서 떠나본다. 똑같은 의식주에서는 만족할 수 없고, 모든 생활분야에서
즐기는 마음이나 여유를 갖고 높낮이가 있는 생활을 원하기 시작했다.
생활이 풍부해질수록 소비자는 매일 똑같은 생활패턴에는 싫증이 나고 신선한 생활, 변화 있는 생활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좀 더 특이한 것’을 입고 ‘좀 더 특이한 것’을 먹으며 ‘좀 더 특이한 서비스’를 즐기고 싶어한다.
제품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비일상성, ‘설마 설마’하는 의외성, ‘앗’ 하는 놀라움이 히트하기 시작했다. 다소 괴기스럽고 이상하더라도 그것이 주는 신선함이 어필하기 시작했다. 유지태가 등장하는 천리안 ‘진짜골뱅이’광고는 늘어지고 여유있는 멘트 처리속에 모델의 편안한 표정, 태평스레 풍선껌을 부는 손님들의 풍선껌 속에 박힌 골뱅이 마크로 신선함을 던져주고 있다<광고 2>. 또한 아이들은 옛날 놀이에 빠져 있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는 야후를 통해 DDR을 사서 즐긴다는 야후 쇼핑 광고 등은 즐거움이 곧 디지털시대의 화두임을 보여준다<광고 3>.

‘앗’ 하는 놀라움, ‘오-’하는 인정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씩-’웃는 재미있음이 브랜드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젊을수록 즐기려는 마음은 더욱 왕성하고 호기심, 모험심이 넘쳐 흐르며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광고 아이디어 공모와 같이 소비자의 참여를 원하는 광고나 뮤직비디오,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는 듯한 광고표현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과거에는 놀이라고 해서 무시되고 배척되던 일들이 가장 유망하고 가능성 있는 일들로 전환되고, 수능 만점자보다는 스타크래프트 세계 1위 보유자가 꿈이 되며, 춤을 잘 추든 노래를 잘 하든 그저 잘 하는 것이 있으면 성공한다는, 이 모든 변화의 흐름속에서 우리의 의식은 전환을 요구당하고 있다. 이 시대에 있어 놀이는 바야흐로 놀이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Key Word 4 - 외관미, 표현, 과시, 발현

품질이나 기능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디자인이나 색상의 우수성을 요구하며 고급브랜드를 선호한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쾌적한 생활을 원한다.
생활의 중심이 물건에서 마음으로 이동함에 따라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감각적으로 되어, 처음 본 시각에 의한 감각적 요소로 구매결정을 내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제품의 내용 못지않게 포장이 중요해지고 가치 부여가 중요해지고 있다.
색감각이 예리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 는 대담한 색상의 제시가 필요해져서 컬러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히트를 한 아사히맥주회사의 ‘핑크색 맥주 Be’, 모리나가 제과의 ‘화이트 콜라’, 삿뽀로 맥주의 ‘화이트브랜디’, 가고메의 ‘노란 토마토쥬스’ 등을 보면 이제 “이 상품의 색상은 이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상품의 내용만으로 만족하던 가치관에서 외관의 아름다움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 것이다.
애플이 최근 시판에 들어간 ‘iMAC’컴퓨터는 실용성과 단순성, 저가(1300달러)를 내세워 현재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리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제품광고로서 디자인만을 강조한 군더더기 없는 제품이미지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광고 7, 8>.



또한 최신 재규어의 신차 광고 또한 종래의 고관여 제품은 제품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던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제품의 멋진 외관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승부하고 있다<광고 9>.





이러한 경향은 사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요즘은 남성의 외형중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남성화장품이 증가하고 있으며, 머리를 염색한 남자, 귀걸이를 한 남자는 물론 피부 마사지를 하는 남자, 몸매가꾸기에 열중인 남자는 이제 더 이상 쑥스럽거나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거생활에 있어서의 쾌적함을 높이는 제품의 광고도 많아지고 있다.
플러그인, 터치후레시, 주방의 아름다움을 원하는 주방 인테리어광고, 지펠냉장고, 카페트, 바닥재 광고 등<광고 5, 6>.
생활이 안정됨에 따라 여유가 생기면서 생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보다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속에서의 생활을 희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쾌적성 이라는 것이 중요한 골자가 되어 쾌적함을 실현시키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변하는 것은 기술, 변하지 않는 것은 감성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당연히 소비자의 가치관, 의식은 변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대중이 분할되어 분중(分衆), 소중(小衆)이 되었다”라든지 “소비자의 상품선택 기준이 이성보다 감성을 우선으로 하게 되었다”는 등 여러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확실히 소비자는 변했으며 새로운 소비풍이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대한 기업마케팅의 대응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①타깃마케팅의 전개 - 소비자가 개성화,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모든 소비자를 목표
소구 대상으로 하는 대중 마케팅은 통용되지 않으므로, 특정 소비자(분중, 소중)를
타깃으로 하고 그들이 만족하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②감성마케팅의 전개 -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가치 기준이 이성에서 감성으로
옮아감으로써 감성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 특히, 특정 상품과의 만남에 있어서의 TPO(Time Place Occasion)를 중시하고, 그때의 기분과 욕구에 부응해 사용할 수
있는 상품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디지털시대의 커뮤니케이션 키워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시대의 흐름은 우리들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본은 ‘품질’이며, 하드웨어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그 속에 담긴 알맹이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 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이 글을 맺는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