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3.
뮤지션 ‘요조’의 청춘 에세이: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거의 써보지 못하고 컸다.친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도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 외할아버지의 제삿날 찍힌 내 사진이 있다. 사진 속의 나는 큰 자줏빛 고무 대야를 양손으로 짚고 겨우 두 발로 서있다.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했을 즈음 살았던 월셋집의 집주인은 처음으로 내 생의 반경에 존재하던 할아버지였다. 한마당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빙 둘러 함께 사는 구조였기에 밤낮으로 난닝구에 헐렁한 바지 차림을 한 흰머리 남성을 마주하며 지냈다.어느 날 나는 마당에서 놀며 몸을 무심코 숙였다가 주인집 쪽 마루 밑에서 어떤 유리병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분홍빛을 띠는 작은 덩어리들이 옹기종기 액체 속에 담겨있었다. 백기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