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2 : 춘향이 당신을 경험하게 하리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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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 당신을 경험하게 하리라

김 정 우 | 한성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 kkk1223@hansung.ac.kr

LG애드 카피라이터를 거쳐,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에서 문화콘텐츠를 가르치고 있

다. 쓴 책으로는 <카피연습장 1,2>·<광고의 경험> 등이 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그들을 몰입시키다

소비자들을 광고에 몰입시키는 것, 그것은 모든 광고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면서 모든 광고가 해결하기 위해노력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정답은 없다. 오직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소비자들을 광고에 몰입시키는 방편으로,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경험’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소비자들은 삶을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경험들을 하게 마련이다. 자신의 뇌리 속에 단단히 각인되어 있는, 그래서 늘 선명한 경험도 있고, 때로는 다 잊고 있었는데 어떤 계기로 불쑥 눈앞에 튀어나오는 경험도 있다.

같은 시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많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 중 대표적인 것은 무엇이 있을까?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공통경험 중 하나가 <춘향전>이다. 아마도 춘향전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고지순한 사랑, 양반에 대한 풍자, 그리고 엄청난 반전에 이은 해피엔딩….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은 다갖추고 있으며, 그렇기에 19세기 조선의 베스트셀러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전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춘향전>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영화만 18편에 달하며, <방자전>처럼 기본 줄거리를 다른 시각에서 비틀어 만든 것까지 따지면 수십 편에 달한다. 영화뿐인가. 연극·무용·창극 등 다양한 공연 장르에서 오늘 이 시간까지 춘향전은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이제 춘향전은 19세기 조선의 베스트셀러에서 대한민국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춘향전의 경험을 활용하는 법

① 소비자의 경험을 응용하다 – 럭키춘향

‘럭키춘향’은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춘향전에 대한 경험을 변형 없이 사용하되, 그것을 응용한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광고에서 사용된 장면은 아버지를 따라 이몽룡이 서울로 떠나는 부분이다. 춘향전 소설에서처럼 춘향은 울면서 등장하고, 그러면서 정표처럼 이몽룡에게 럭키치약을 내민다. 이도령 역시 춘향에게 럭키비누를 준다.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경험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거기에 슬쩍 제품을 끼워 넣은 것이다.


② 소비자의 경험을 비틀다 – 낙농자조금

소비자들의 경험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패러디이다.

이 광고에서는 춘향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 이몽룡이 우유를 먹지 않은 춘향보다 향단에게 끌리게 되고, 춘향이 우유를 많이 마신 덕에 멋진 외모를 가진 변학도에 반해 돌아온 이몽룡을 무시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그 상황을 바꿔줌으로써 우유의 효능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③ 소비자의 경험을 확장하다 – 메리츠화재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광고 속의 내용을 유추하게 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온 이몽룡이 걱정인형을 만난다. 또한 춘향은 서울로 와서 암행어사의 아내이기에 고독하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나 춘향전에서는, 서울로 온 춘향은 암행어사의 아내가 아니라 정삼품 이조참의 대사성의 부인이 된다. 둘 다 당연히 원작 속에는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얼마든지 유추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광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춘향의 또 다른 활약을 기대하며

과거의 유산들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공유해온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공통적인 경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역사 중의 한 축은 그러한 경험들을 발굴해내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해 성과를 추구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경험이란 ‘외부의 자극이 공감을 통해 마음속에 각인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공감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광고로 하여금 소비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며, 아마도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경험을 활용하는 것은 굳게 닫혀 있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만능열쇠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춘향전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춘향전을 접하면서 소비자들은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과, 썩어빠진 양반들에 대한 분노와, 반전의 속 시원함에 공감했을 것이고,그것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는 경험들로 남아 있다.

춘향은 춘향전 안에 멈춰 있지만, 광고 커뮤니케이션에서 춘향전의 활약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써 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