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2 : 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극복이 전부인 것을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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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극복이 전부인 것을

김 진 원 | ACD | jwkim@hsad.co.kr




10월부터 시작된 경쟁PT의 파도는 매우 높고도 거칠었다. 무릇 물때가 있어,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어야 하는 법. 하지만 썰물 없이 계속 밀고 들어오는 파도는 조금 뒤면 둑을 넘어설 기세다. 아직도 PT는 계속 남아있고, 많은 동료들이 내년의 수확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 앞에 긴장하고 허리를 곧추세우며 지친 마음들을 다독거리며 버티고 있다. 이렇게 경쟁PT의 철이 닥쳐올 때면 철없는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가 이내 깎여나간다. 맞춰나가는 게 아니라,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 깊이가 안 되는 사유로 설득할 깜냥이 안 되기 때문인 것을. 미망처럼 몸서리치며 잠에서 깨어나곤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의 배짱이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건 잡지의 자존심이다. 내가 광고주라면 자존의 욕구가 강하고, 자기만의 광채를 절대 잃지 않으며, 메시지 하나는 기필코 전하고야 마는 잡지에 광고를 싣겠다.

요즘 연예인들의 권세가 방송국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래서 매니저들이 ‘우리 애가 화보를 찍고 싶어 해요’ 하면 잡지사가 무조건 고마워하는 줄 안다. 얼마 전 모엔터테이너가 화보촬영을 하면 그 옷을 주냐고 묻기에 ‘넌 거지냐?’고 했다. 또 그전에 모 여배우가 그리스로 보내주면 인터뷰를 하겠다기에 ‘그렇게 외국에 가고 싶으면 모 여행사 괌, 사이판 3박4일 34만 9,000원짜리 여행권을 내 돈으로 끊어주겠다’고 했다. 기자가 앵벌이가 되어 이 브랜드 저 브랜드에서 돈을 모아 연예인은 퍼스트클래스에 태워 보내고, 기자가 수발들다 오면 찬양시 밖에 더 쓰겠나.그건 싫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GQ>라면 믿겠다’는 ‘마케터블’한 소리를 듣는다.난 회사의 자존심이 마케팅이라고 주장한다.’

- 이충걸 인터뷰 중, <신동아> 2008년 9월호


우리가 내는 아이디어에는 우리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자존심의 값은 상황논리나 이해관계나 회의의 공기에 따라 춤을 추어서는 안 된다. PT를 앞둔 회의실에선 각각의 자존심을 건 아이디어가 내걸린다. 우린 토론하고 소리 높이다가 다시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싸우고 이해를 구하고 헤맨다. 반복되는 이 회의가 지치고 숨 가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것은 회의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우린 냉소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추는 것이 아닌 끌고 가고 싶다는 각자의 열기가 은연중에 잠식해왔던 우리의 냉소를 조금씩 조금씩 녹여내는 것이다. 그렇게 용광로가 된 회의실의 공기가 멋진 아이디어로 완성되기를. 그 아이디어들로 2014년 한파가 시작되는 이 겨울이 PT의 승전보들로 뜨거워지기를 감히 바라본다. 그리고 들려올 수많은 승리와 패배들 앞에 릴케의 한마디를 바친다. “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극복이 전부인 것을.” 모두들, 어제를 극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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