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 선 샤오웨이 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능숙하게 웨이신의 ‘샤오청쉬(小程序, mini app)’를 연다. 스타벅스 브랜드 앱을 다운 받은 적은 없지만, 웨이신 스타벅스 공식계정과 연결된 샤오청쉬 앱을 통해 제품 소개는 물론 커피 주문까지 한다. 지불은 당연히 ‘위챗 페이(wechat pay)’로 결제하며, 이와 연결된 개인 계정으로 곧바로 포인트까지 적립한다.’ 현재 중국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인 이런 모습은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모바일 이용 습관을 보여 줍니다. 2018년, 중국 모바일 이용 트렌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샤오청쉬’의 약진을 들 수 있습니다.
가볍고 부담 없는 미니 앱, 샤오청쉬
샤오청쉬(小程序, mini app)이란 우리나라 말로 ‘가벼운 프로그램’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미니 앱’이라고도 하죠. 샤오청쉬는 중국 3대 IT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Tencent)가 만든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웨이신(위챗, wechat) 기반의 모바일 앱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통상 기업은 모바일 웹 기능을 증폭시키기 위해 단독 앱(app)을 개발합니다. 자사의 서비스를 모바일 웹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앱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독 앱 개발은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웨이신(위챗) 기반의 미니 앱 ‘샤오청쉬’의 모습
이에 비해, 샤오청쉬 같은 미니 앱은 스트리밍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앱 개발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앱 다운로드와 같은 번거로운 과정 및 마케팅 비용도 소요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단독 앱에서 가능한 위치기반 서비스, 햅틱 기능, AR 기능 등의 고사양 기능이 끊김없이 안정적으로 구동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텐센트라는 플랫폼 기업이 기존 모바일 웹 플랫폼 체계에서 독립적인 앱과 동등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샤오청쉬의 장점으로는 △고사양 앱을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 △유지보수에 비용이 절감된다 △고객이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기존 웹 플랫폼의 트래픽을 활용해 소비자 유도가 쉽다 등의 핵심 포인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샤오청쉬, 소비자의 생활 도구가 되다
그런데 이 모바일 앱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것은 2015년 구글에서 이미 시행했던 것입니다. 당시엔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해 존재감이 사라진 서비스죠. 이렇듯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던 서비스가 텐센트를 통해 ‘샤오청쉬’라는 이름으로 성공적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2018년 현재 샤오청쉬 이용자는 5억 명이며 일 이용자는 1억 7000만 명에 달합니다. 2017년 샤오청쉬 서비스 시행 이래 기업이 새롭게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 개수도 60만 개에 이릅니다. 샤오청쉬에 대한 평가는 호평과 우려 양 방향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구글의 시행착오를 딛고 샤오청쉬의 성공을 이루어 낸 텐센트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샤오청쉬는 웨이신 안에서 (1)검색 (2) 기업 계정 (3)오프라인 QR (4) 친구 추천을 통해 가입 후 사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시장 생태계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웨이신(위챗) 이용자는 글로벌 포함 9억 명에 육박합니다. 그들에게 웨이신은 단순한 메신저 기능을 넘어서 생활 속 필수 도구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점에 착안해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가 있는 곳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텐센트는 2013년부터 오픈 API 서비스를 본격화했습니다. 아이디어와 제품만 있으면 누구든 개방된 웨이신 플랫폼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입니다. 2018년 현재 기업들이 웨이신 내에 운영하는 공식계정만 해도 2000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다시 말해 2000만 개의 서비스 채널이 존재하는 셈인데요. 이렇게 시장 생태계가 안정화되자 텐센트는 모바일 앱 스트리밍 서비스 샤오청쉬 런칭에 확신을 갖게 된 것입니다.
▲2017년 샤오청쉬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연설하는 쟝샤오롱 텐센트 수석 부총재. (출처 : 텐센트 웹사이트)
두 번째, 사업 방향 설정이 정확했습니다
텐센트는 샤오청쉬 개발에 있어 단순히 사업 확장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참여자가 누구이며 그들의 요구는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여 반영했습니다. ‘샤오청쉬’의 아버지로 불리는 텐센트의 장샤오롱 수석 부총재는 “웨이신(위챗)은 더 이상 플랫폼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좋은 도구는 사용자가 고효율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 그 가치가 있다”고 샤오청쉬 런칭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는 샤오청쉬를 이용하는 소비자나 서비스(제품)를 제공하는 기업 모두에게 동기 부여가 되어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2017년 기준 샤오청쉬 이용자 중 43%가 평균 6회를 이용하고, 약 35%는 기업의 샤오청쉬를 통해 매달 1000위안(한화 약 18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샤오청쉬 이용처도 각종 서비스 예약, 요식업 메뉴 선정 및 지불, 온라인 쇼핑 이용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정확한 방향 설정 및 시장의 니즈를 파악한 텐센트의 전략이 주효한 것입니다.
텐센트, 글로벌 시장에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성하다
애플의 혁신성을 말할 때 우리는 아이폰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으로 비롯되어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로 완성된 생태계에 주목합니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는 단순히 모바일 앱과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제품화해 판매할 수 있는 개방형 글로벌 시장인 동시에 애플에게는 강력한 소비자 귀속 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성공 이후 ‘생태계 비즈니스’라는 표현이 생겨나며 그 분야의 경쟁은 본격화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이끄는 구글에서 ‘구글플레이’라는 플랫폼은 그들만의 개방성을 앞세워 경쟁을 원점으로 돌려 놓았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자신들이 개발한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담보하여 생태계를 확장한 1세대 플랫폼입니다. 구글 또한 엄밀히 말하면 디바이스 회사입니다.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개방해 제조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애플이 제작한 스마트폰과 구글이 제작한 스마트폰의 대결 구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텐센트는 이런 대결 구도를 비켜나 생각의 전환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루어 놓은 환경에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 영역 안에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다시 창조한 것입니다. 이는 텐센트 마화텅 회장의 말인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린다’는 철학과도 맞아 떨어집니다. 모방을 통해 더 큰 것을 창조해 낸다는 이 말처럼, 텐센트는 기존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고히 했습니다. 샤오청쉬는 당분간 실적에 따른 일희일비가 필요 없을 정도의 전략적 선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부정적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텐센트는 샤오청쉬를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텐센트는 중국 모바일 라이프의 표준을 만들고 있는 기업입니다. 중국 진출 및 비즈니스에 임하는 한국 브랜드 역시 텐센트의 방향을 고려하여 중국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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