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
끝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의 그이는 시원스레 맥주 한 잔을 들이켜더니 고향이 땅끝마을이라고 대답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초면인 데도 체면치레를 좀 무디게 만들었나 싶어 아차 했지만, 질문은 던져졌고 다행히 부처님 같은 그이의 표정이 나의 소심한 걱정을 엿가락 녹이듯 녹여버렸다. 아 송정린가 송호리인가 지명이 그랬었는데, 전에 저도 한번 가본 적 있습니다. 거기서 완도로 가는 배를 탔지요. 맥주를 내려놓으며 고향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맞장구를 쳐댔다. 땅끝마을 사람을 만나다니 이건 마치 장벽 너머의 야인(요즘 뒤늦게 왕좌의 게임을 정주행하다 보니)을 만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너스레를 떨어대며 들뜬 기분이 되어 연신 맥주를 시켜 댔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분이라 주제는 자연스레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