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0.
나는 너를 모른다
1.그 아이는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오락 시간만 되면 불려 나갔다. 목포의 눈물을 어찌나 구성지게 불러대는지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다른 반 선생님들도 삼삼오오 기웃거리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그렇게 부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옛날 트로트들을... 그 아이가 며칠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그런 일이 잦았다. 반장이었던 나는 담임 선생님과 함께 그 아이의 집을 방문하게 됐다. 지금은 복개 공사로 깔끔하게 정리됐지만 70년대 아현동에서 공덕동에 이르는 천변에는 천막촌도 즐비했었고 그 길을 따라 다 쓰러져가는 막걸리집들도 줄지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학생부에 기록된 그 아이네 집 주소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복 차림의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주전자를 따르다 말고 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