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맞는 이야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맞는 이야기가 되려면 ‘때’가 되어야 합니다. 

집을 떠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고 모험하라는 메시지는 너무나 흔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인정하는 메시지였죠. 하지만 이제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집에 머물라고 하고, 온라인으로 모든 걸 만나라고 합니다. 1년 전만 해도 전혀 통하지 않던 이야기. 머물기보다는 떠나는 게 맞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맞는 게 맞았고, 명절엔 고향으로 떠나 가족을 만나는 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맞는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명절이어도 집에서 각자 지내는 게 맞는 이야기가 된 오늘. 맞고 틀리고는 늘 그 시대를 반영합니다. 그리고 모든 브랜드는 그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게 ‘공감’이니까요.


볼보의 안전, 지금은 맞는 이야기

“매우 끔찍한 아이디어다.”

“인권침해다.”

“안에 묶여 있는 것보다 밖으로 던져지는 게 낫겠다.”

“매우 화가 난다.”

사람들과 언론의 볼보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볼보가 어떤 것을 선보였기에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놀랍게도 ‘안전벨트’입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고 의무가 된 안전벨트. 1959년 볼보가 처음으로 선보였을 땐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미디어는 안전벨트가 인권침해이자 심각한 자유 박탈이라며, 누가 이런 벨트를 매겠느냐고 합니다. 공중보건 기관은 안전 효과가 없으며, 편리함도 없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발표했습니다.


▲ Volvo invents the Seatbelt (출처: Harwinder Singh Bhachu 유튜브)

볼보는 갑자기 그때의 반응을 상기시킵니다. 사람들이 담담히 읽어 내리는 그때의 반응들. 뒤이어 그들은 각자의 경험을 얘기합니다. 그 순간 같이 차에 탔던 가족들, 충격으로 의식이 없이 기절한 가족을 목격한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놀랐던 충격, 공포... 그들은 가장 중요한 팩트를 말합니다. 벨트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었을 거라고... 사고를 당했지만 안전벨트로 크게 다치지는 않은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놀라운 사실입니다. 지금 너무 중요한 안전 기능이 된 안전벨트가 처음엔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 볼보는 안전벨트가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2020년, 새로운 차에 속도 제한 기능이 모두 적용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다음 스텝을 밝힙니다. 음주운전이나 부주의 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차 내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안전에 대한 볼보의 계획들이 또 다시 사람들의 반발을 사게 될 걸 대비해, 과거의 반응들을 다시 상기시킨 볼보. 

차 안에 운전자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하면 또다시 ‘인권 침해와 자유 침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겁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운전자의 컨디션, 졸음, 음주운전뿐 아니라 감정 인식까지 하게 될 거라고 합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자의 졸음을 알아채고 경고하고, 운전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면 안전은 더 높아지겠죠. ‘안전’하나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볼보. 그리고 그대로 실행하는 그들의 결단력과 기술. 

이 영상 한 편으로 ‘차 내 카메라’에 대한 여론은 매우 좋아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반려견, 새로운 이야기

11월 3일은 미국 대선입니다. 양쪽 후보 진영은 막판까지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애쓰고 있죠. 그중에서 돋보이는 시각이 있습니다. 훌륭한 대통령과 반려견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대통령 후보에 반려견을 사랑하는 이미지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 White House Dogs (출처: DogLoversForJoe 유튜브)

조 바이든의 지지자들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든 미국의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반려견을 키웠다는 겁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바로 트럼프. 그는 오히려 연설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을 비웃는 듯한 발언까지 합니다. 이 재미있는 사실은 바이든을 위한 영상이 되었습니다. 과거 백악관에서 반려견과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는 대통령들의 모습이 이어지는 영상입니다. 레이건 대통령과 반려견 럭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밀리, 클린턴 대통령과 버디, 아들 부시 대통령과 바니,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보. 하지만 뒤이어 백악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자신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투의 트럼프의 연설이 이어지죠. 반려견을 키우는 일을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반려견 챔프와 함께하고 있는 조 바이든 후보의 따뜻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당신의 사람을 현명하게 뽑으세요’라고 권하죠. 

이 아이디어에 참여한 TBWA의 CEO, 롭 슈워츠는 CEO가 아닌 미국 시민으로서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는 바이든이 반려견과 함께 있는 인터넷 사진을 보고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더십과 반려견 사이에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알아내고자 했고, 반려견 사랑은 상대 진영을 넘어 모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던 중, 트럼프를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이 애견인이라는 사실까지 발견했죠. 그들은 DogLoversforJoe.com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과학적인 사실에 의하면 반려견은 우리를 더 인정 많고 친근하게 만들며,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가디언에 게재된 조사에 따르면 동물 테라피는 문제 해결 능력, 공감,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는 능력, 책임감을 높여주며 기존의 대화와 약물요법으로는 치료하기 힘들었던 개인의 공격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개를 사랑한다는 팩트 하나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지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애견인이었다면 아무런 이슈도 되지 못할 이야기. 하지만 그의 조롱으로 인해 애견인이라는 작은 차이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적어도 누가 더 따뜻한 사람인지는 보이니까요.

  

버거킹과 할로윈, 무서운 이야기

버거킹은 할로윈이면 맥도날드의 상징인 광대를 무서운 존재로 그리곤 했습니다. 미국에선 공포의 존재로 종종 등장하는 광대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거죠. 하지만 미국 버거킹은 올해 좀 다른 접근을 했습니다. 

‘무서운 광대’ 대신 ‘무서운 장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합니다. 미션은 이 장소에 가서 공짜 와퍼 쿠폰을 다운받으라는 것. 물론 사유지니 안으로는 들어가지 말라는 주의 사항과 함께입니다. 하지만 이 무서운 장소는 유령의 집이 아닙니다. 공동묘지도 아닙니다. 단지 폐업한 라이벌 브랜드 매장입니다. 폐업한 후 그대로 방치돼, 좀 으스스해 보이기는 합니다. 버거킹은 미국에서 폐업한 레스토랑, 다섯 군데를 찾아냈습니다. 오하이오주의 데이턴, 텍사스주의 휴스턴, 앨라배마주의 버밍엄, 일리노이주의 맥헨리, 로드아일랜드주의 존스턴.

버거킹은 이 장소가 폐업해서가 아니라 그릴에 구운 버거를 먹을 수 없기에 무서운 장소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시각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 굳이 페업한 장소를 이용해 캠페인을 벌여야 했는지에 대한 지적. 버거킹은 이 장소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폐업했던 장소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다섯 장소 모두가 다른 브랜드의 식당이라고 했죠. 한 특정 브랜드의 어려움을 이용한 게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다소 논란이 있는 캠페인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니 민감해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아이디어와 장소를 찾아낸 크리에이터의 노력은 기발합니다. 얼마나 공감하고 참여하는지는 소비자들의 몫이겠죠. 


지금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

예전 광고를 보면 당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을 그대로 투영합니다. 집안일을 비롯한 세제나 요리 광고에는 어김없이 여자들이 등장하고, 자동차나 첨단 제품에는 남자들이 등장했죠.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는 인형은 모두가 비정상적인 날씬한 몸매에 백인의 얼굴이 대부분이었고, 향수 광고 하나에도 여성은 성 상품화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불편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겠죠. 하지만 지금은 틀린 이야기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Black lives matter’ 시위를 광고에 이용한 펩시를 비판했고, 아시안 비하 내용을 담은 영상을 선보인 돌체앤가바나를 비판했습니다. ‘지금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 즉 시대공감을 하는 일, 지금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펩시가 소유한 브랜드인 앤트 제미마는 지난 6월, 100년이 넘게 사용된 제품명과 흑인 여성이 그려진 이미지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흑인 여성 이미지가 인종차별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앤트 제미마는 팬케이크 믹스와 시럽 등 아침 식품 전문 브랜드입니다. 미국에는 이 브랜드 외에도 흑인을 대표 이미지로 담은 식품 브랜드가 많습니다. 그들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주로 부엌일을 담당하던 흑인 노예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니까요. 이제 모든 브랜드들이 시대와 공감하기 위해서는 스테레오타입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담아내야 합니다. 

새로운 생각은 모두와 공감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누구를 비하하거나 소외시키는 일은 없어야겠죠. 그래야 지금 맞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Posted by HSAD